“어린이 안전만큼은 개선 방안 찾을 것”


“자치경찰 부서는 생활안전·교통 등 담당
사무 구분 쉽지 않아 당분간 혼선 불가피
시범 운영차 2006년 제주도 자치경찰 출범
조직 이원화 진척 더뎌 이번엔 업무만 분리

사무 개정시 인천청장과 협의 조항 갈등
표현의 차이일 뿐…감정싸움 도움 안돼
교통·학폭·학대까지 아동 안전 범위 확대
신고 통해 문제 드러내 대응 전략 찾을 것

12년간 인천 근무…송도·인천대교 맡아
공직생활 마지막에 위원장으로서 최선”
▲ 이병록(64) 인천시 자치경찰위원장이 지난 24일 남동구 구월동 인천시청 신관 자치경찰위원회 사무실에서 인천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제공=인천시

'자치'와 '경찰' 모두 익숙한 낱말이지만, '자치경찰'이라는 조합은 낯설다. 올해로 30년을 맞는 지방자치는 그간 치안 영역까지 아우르지 못했다. 지난 2006년 제주도에서 자치경찰제가 시범 운영된 이후로도 마찬가지였다.

오는 7월1일부터 자치경찰제가 전국에서 전면 시행된다. 인천시 자치경찰위원회는 지난 17일 수도권 최초로 출범했다. 자치경찰위원회는 생활안전·교통·경비 등 자치경찰 사무에 관한 정책 심의·의결, 자치경찰 사무 감사와 고충심사, 경찰청 협의 등의 업무를 맡는 합의제 행정기관이다. 정무직 공무원인 위원장(1급 상당)은 시장이 임명한다.

자치경찰제 시행을 한 달여 앞둔 지난 24일 인천시청 신관에 위치한 자치경찰위원회 사무실에서 이병록(64) 초대 위원장을 만났다. 그는 2008년부터 1년 4개월간 행정안전부 자치경찰추진단장을 지냈다. 자치경찰제가 시행되면 도대체 무엇이 달라지는지부터 물었다. “일단 출발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숙제가 쌓였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자치경찰제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시민 이해도가 높지 않은 게 현실이다

자치경찰이라는 별도 조직이 만들어지진 않는다. 기존 경찰 조직을 그대로 두면서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사무만 나눈다. 인천경찰청에 자치경찰부서를 두고 거기에 소속된 경찰들이 생활안전·교통 등 자치경찰 업무를 보는 방식이다. 7명의 위원들로 구성된 자치경찰위원회가 자치경찰 사무를 지휘·감독한다. 당장 7월부터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를 묻는다면 명확하게 답변하기 어렵다. 시행하면서 구체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시행착오도 불가피해 보이는데

현장에서 국가경찰 사무와 자치경찰 사무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당분간 혼선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수사는 국가경찰 사무인데, 학교폭력이나 아동학대 등 자치경찰에 해당되는 업무에도 수사가 필요하다. 일을 구체적으로 구분해나가는 것이 가장 큰 숙제다. 준비가 100% 끝나서 출범하면 일하기가 쉽겠지만, 경찰청과 협의해서 풀어나가야 한다.

 

-10여년 전 행안부 자치경찰추진단장을 지낸 이력이 있다. 그때와 지금의 자치경찰은 다른가

2006년 제주도 자치경찰이 출범했다. 일단 시범 운영해보고 전국으로 확산시키자는 의도였다. 제주도는 조직 자체를 분리했다. 국가경찰은 국가공무원이고, 제주도 자치경찰은 지방공무원이다. 사람과 업무가 합쳐져서 조직이 만들어지는데, 그걸 분리해서 이원화 체제로 가다 보니까 15년간 진척이 더뎠다. 이번 자치경찰제 시행 준비 과정에서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신분을 나누지 말고 업무만 쪼개는 방향으로 급선회했다. 사람을 나누자고 했으면 자치경찰제는 지금도 헤매고 있었을 것이다.”

 

-근본적 물음으로 돌아가야겠다. 그런 혼란에도 자치경찰제는 왜 필요할까

자치경찰위원회가 만들어진 건 지방자치에 획기적 변화 내지는 계기라고 본다. 지금까지 지방자치 행정은 광역자치단체, 교육자치는 교육청을 통해서 이뤄졌는데 치안만큼은 따로 떨어져 있었다. 교통만 놓고 보면 신호 체계 등의 교통시설에 시가 예산을 지원한다. 도로 시설도 시 소유다. 하지만 교통은 경찰 업무로 분리돼 있다. 치안도 자치행정으로 끌어들이면 시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현장에 맞게 실행할 수 있게 된다. 지방자치 영역이 치안까지로 확대된다고 봐야 한다.

 

-자치경찰 조례 제정 과정에서 진통도 있었다. 사무 범위를 규정한 조항을 놓고 경찰 일부의 반발도 나왔다

자치경찰 사무를 개정할 때 인천경찰청장과 협의 절차를 거친다는 부분 때문이었다. 강행 규정이냐, 임의 규정이냐의 문제였다. 언어 표현의 차이였다고 본다. 문구로 감정싸움하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인천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불협화음 없이 가장 원만하게 조례가 제정됐다고 생각한다.

 

-자치경찰위원회 출범식에서 박남춘 인천시장은 어린이보호구역 안전, 아동학대 근절을 약속했다

업무 구분 측면에서 자치경찰위원회에 숙제가 남아 있지만, 어린이 안전만큼은 이유를 불문하고 개선 방안을 찾으려고 한다. 안 된다고 핑계 대면,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교통뿐 아니라 학교폭력, 아동학대와 같은 부분까지 안전의 범위를 넓혀서 봐야 한다. 112신고센터도 '112치안종합상황실'로 명칭이 바뀌었는데, 안전에 대한 인식의 폭을 넓히고 신고를 활성화한다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 어린이 안전 사안을 보면 실질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아도 신고가 제대로 안 된다. 그 이후 대응도 마찬가지다. 신고를 통해 수면 아래에 잠들어 있는 문제를 드러내면 대응 전략을 찾을 수 있다. 신고 체계를 활성화하는 게 일단 중요하다고 본다.

 

-자치경찰위원회 출범 전까지 시장이 임명하는 초대 위원장이 누가 될지도 관심사였다

2010년까지 행안부 자치경찰추진단장을 맡았지만, 공직에서 물러난 지 오래됐다. 사실 자치경찰에도 그간 관심을 두지 않고 있었다. 인천시 자치경찰위원회가 출범한다는 것도 지난달 처음 들었다. 이 자리에 올 줄은 생각도 못했다. 박남춘 시장과 행정고시 동기인데, 대학원 진학 때문에 공무원 교육을 2년 늦게 받아서 얼굴을 본 적도 없었다. 행시 동기라는 점을 지적하는 기사도 나왔지만, 이번 일로 처음 만났다.

 

-경력을 보니 20년 전까지 인천에서 공직생활을 했던데

1989년부터 2001년까지 인천시에서 근무하고 행안부로 갔다. 12년간 일하면서 송도국제도시, 인천대교 등 굵직한 일들을 맡았다. 당시 종합개발사업기획단에서 정보단지조성부장을 지냈다. 그때까지만 해도 송도는 제방만 막아져 있었다. 각종 투자자나 기업·기관 관계자가 오면 청량산에 올라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설명했던 기억이 난다. 누구보다 인천에 애정을 갖고 있고, 인천을 좋아하고, 인천에 자부심을 느껴왔다. 30년 가까이 사는 집도 그대로다. 공직생활 마지막에 인천을 위해서 자치경찰위원장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

 

이병록 위원장이 걸어온 길

 

-1957년 5월3일 출생

-광주제일고, 한양대 법학과 졸업

-전남대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수료

-1989~2001년 인천시 공직 근무

-2001~2008년 행정자치부·광주시 공직 근무

-2008~2010년 행정안전부 자치경찰추진단장

-2010~2011년 소방방재청 예방안전국장

-2011~2013년 광주시 행정부시장

-2013~2014년 소청심사위원회 상임위원

-2014~2017년 한국금융안전㈜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