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사업 결과만 공고, 전례 깨고 심사평가 공개 '눈길'
심사위원 자율성 보장…지원하되 통제 않는 모습 달라져
양평 예술단체 지원 공모에서 심사위원들의 자율성을 보장하며, 지원은 하되 통제하지 않는 ‘팔길이의 원칙’을 적용해 심사의 자율성과 책임의 무게를 구현한 양평문화재단이 양평 문화예술계의 신선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양평문화재단(이사장 양원모) 설립 이후 양평군의 문화예술지원사업이 내용이나 형식에서 발전적인 변화를 보여 시선을 끌고 있다.

양평문화재단은 지난 21일 '2021 코로나 팬데믹 대응 전문예술 창작지원 심의결과와 심의평'과 '2021 코로나 팬데믹 대응 생활예술동호회 단체/공간 지원사업 심의결과와 심의평'을 공고했다.

우선 양평군이 지금까지의 문화예술지원사업 공모에서 선정결과만 공고해온 전례를 깨고, 이번에는 선정결과 외에도 심사위원의 명단과 심사 평가 내용을 최초로 함께 공개했다.

양평문화재단이 공개한 심사위원 명단을 보면 전문예술 분야에는 정원철(공공미술), 윤익영(미술비평), 최기영(큐레이터), 박지선(공연예술), 임선미(공연예술) 등 5명이다. 생활예술 분야에는 이선우(공공기관), 김월식(문화기획자), 이미화(문화기획자), 최지호(공공기관), 한문희(문화기획자) 등 5명으로 모두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지난해 2월18일 열린 전문예술인 지원사업인 '2020 찾아가는 문화 활동'의 심사위원이 이장협의회, 새마을회, 주민자치위원회, 자유총연맹의 단체장 등으로만 구성해 심사위원중에 문화예술 분야 전문가가 한 명도 없었던 경우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선정 결과와 함께 발표한 심사위원들의 '심의평'도 관심을 끌었다.

심사위원들은 “생활예술동호회 지원단체들의 세대 편중이 심하고, 지원 사업 내용이 동호회 자체 만족에 치우쳐 있다”라며 “본 사업에 지원한 22개 생활예술동호회 단체 중 1개의 단체를 제외하고는 중, 노년 세대의 여가와 향유를 기반으로 하는 활동이 지배적”이라며 편중된 세대에서 벗어나 세대 간의 교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심사위원들은 “양평문화재단은 단순 생활예술동호회지원에서 벗어나 지역 전문예술인, 주민과의 연계 프로젝트 참여확대를 위해 생활예술동호회가 다양한 시도를 도모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해야 할 것”을 주문했다. 또 심사위원들은 “전문예술 분야 중 시각예술분야 지원이 가장 많았던 것은 그만큼 양평에 미술인이 많다는 점과 코로나로 인해 창작에 어려움을 겪는 미술인이 많다는 것을 시사한다”면서 올해의 공모는 재난지원적 성격이 있는 만큼 결격사유를 제외한 지원자 전원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신청만 하면 선정된다'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내년도에는 참가자격과 예술적 가치판단을 강화할 것을 예고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양원모 양평문화재단 이사장은 “심사의 자율성 보장을 위해 양평문화재단은 심사를 위한 행정적인 뒷받침만 하고, 심사와 선정에 영향을 끼치는 것을 배제한다는 소위 '팔길이 원칙'을 고수했다”라면서 “심사위원들의 명단과 심의평을 공개하는 것은 자율성에 따른 '무게'와 '권위'를 확보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글·사진 양평=장세원 기자 seawon80@incheonilbo.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