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 트로트, 퓨전 국악의 열풍으로 한국 음악에 대한 관심이 진하다. 각종 매체는 앞다투어 한국 음악을 다양하게 바라보며 풀어낸다. 그렇다면 한국 음악은 무엇일까. 한국 영토에서 만들거나, 한국인이 창작하면 한국 음악일까. 우리는 왜 지금 어느 때보다 한국 음악에 귀를 기울일까. 최근에는 현대적인 비트에 국악 선율을 넣어 옛것을 재해석한 작품이 탄생하고, 다양한 언어로 노래하는 한국 출신 가수가 등장하거나, 한국 내 서양 음악의 유입과 원류 찾는 활동 등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활동에는 한국적 정서가 공통으로 내포되어 있지만, 표면적으로는 발설하지 않거나 나름의 재해석으로 견인하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한국 음악의 정체성에 관한 접근과 고민은 다양한 방식으로 녹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한국 음악의 정체성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음악의 정체성을 생각하기에 앞서 전통의 개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정체성은 전통의 갈래에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전통을 정의하는 다양한 개념 중 필자가 생각하는 전통은 가치 있게 여겨지는 것을 과거로부터 지켜내거나 새롭게 만드는 것이다.

인간 사회는 전통을 필요로 한다. 전통은 집단의 가치를 창출하고 표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안에는 구성원이 가지는 정체성과 타인에게 보여지고 싶은 욕구까지 담겨 있다. 이와 같은 개념으로 음악을 접하면 현재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세계적인 한류 대중가수의 탄생, 트로트의 재유행, 퓨전 국악의 인기 등을 다양한 측면에서 바라보는 것이 가능하다.

가치를 중요시하는 전통의 개념을 접목해 한국 음악의 정체성을 고민할 수 있다. 과거 서양 음악이 유입된 대한제국 시절에는 국가를 상징하는 서양풍의 음악이 제정되었다. 대한제국 애국가는 당시 서양 음악을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한국인의 부재로 독일 해군 음악 장교 프란츠 에케르트에 의해 창작되었다. 흥미로운 것은 대한제국 애국가의 악보에 '한국풍 주제에 의한 대한제국 애국가'라는 창작 방향이 기재된 점이다.

에케르트는 한국의 궁중 음악인 아악에서 그 소재를 찾아 한국적인 정서를 서양 음악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한편으론 본 작품의 한국성을 판별하는 기준이 모호하거나, 이를 해석하는 개인적인 편차도 존재했다. 그렇지만 대한제국 애국가는 엄연히 한국 음악으로 분류되었다. 음악의 구조적 측면을 넘어 국가를 상징하는 기능적 가치를 실현하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당시 다양한 형태로 발단된 한국 음악은 동서양의 정서가 혼합된 모습으로 출발하며 새로운 전통적 한국 음악의 탄생을 알렸다.

어느덧 21세기의 한국 음악은 특정한 형식이나 양식이 아닌 장르를 뛰어넘어 그것 자체가 문화가 되어 세계 도처를 향한다. 그리고 한국 음악을 서양 음악과 구별 지어 바라보는 시대도 저물었다. 과거에 유입된 서양 음악이 한국 땅에서 자리를 잡고, 그 음악이 이 땅에서 어떻게 한국화되었는지. 우리는 무엇에 가치를 투영하고, 타인에게는 어떤 모습으로 비치고 싶은 것인지. 그리고 우리는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음악은 이러한 고민거리를 들여다볼 수 있는 수단이 된다.

서양 음악이 유입된 지 한 세기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리 길지 않은 세월에 서구의 음악을 수용하고 재창조하여 역수출의 쾌거를 이루는 민족은 어디에서도 찾

아볼 수 없다. 이제는 한국의 정체성을 담은 음악이라는 표현 자체가 무의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의 가치를 실현하는 한국의 음악은 앞으로도 다양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하여 또 다른 전통으로 자리할 것이다.

/이승묵 인천 콘서트챔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