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 '비핵화 정책 포기-종전선언 전환'
민주노총 인천본부에서 열린 인천자주평화연대 출범식 특별강연서 강조
▲ 민주노총 인천본부에서 개최된 인천자주평화연대 출범식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미국 바이든 신정부가 우리와 긴밀히 협의해서 대북정책 검토를 완료했다”면서 “5월 하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에서 대북정책을 더욱 긴밀히 조율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오는 21일 미국을 방문해 바이든 대통령과 첫 번째 한미정상회담을 갖고 한반도 정책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브리핑에서 “대북정책 검토가 완료됐다”며 “우리의 목표는 여전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고 천명했다.

그는 “우리의 정책은 일괄타결 달성에 초점을 두지 않을 것이며, 전략적 인내에 의존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 국가 정상간 합의를 통해 '일괄적 타결'을 추진하던 트럼프 행정부 방식과, 대북 압박에 방점을 둔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의 양 극단을 벗어나겠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북한과 열려 있는 외교를 모색하고, 조정되고 실용적인 접근법을 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행정부 관계자는 “대북정책의 접근법은 싱가포르 및 그 이전의 합의들에 기초할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 합의는 △북미간 새로운 관계 수립 △한반도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 구축△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한국전 참전 유해 송환 등을 담고 있다.

 

북측, 억지력을 동원한 비핵화에 강력 반발

 

이에 대해 북측은 지난 2일 바이든 대통령의 상하원 합동연설의 내용을 언급하며 “바이든에 기대를 접는다”는 반발하고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취임 이후 첫 상하원 연설에서 “미국과 세계의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대해 외교와 엄중한 억지력을 동원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측은 외무성 대변인과 권정근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의 담화를 통해 “미국이 '단호한 억제'를 운운하며 반세기 이상 추구해온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드러냈다”면서 “미국은 가까운 장래에 감당하기 어려운 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패한 미국 주도의 비핵화 정책

 

이 같은 미국의 대북정책 발표와 북측의 반응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일부에서는 한반도에 평화의 훈풍이 불어올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낙관론을 제시한다.

미국이 실용적이고 단계적 해법을 대북정책으로 채택했고, 이를 설명하기 위한 접촉 제안에 대해 북측이 “잘 접수했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 그 근거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이 여전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강조하고 있고, 우리 정부도 한미동맹을 강조하며 '평화의 주체'로 나서지 못하는 점을 들어 2017년과 같은 '위기의 재발'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진전된 대북 대화 방안을 도출해 내지 못할 경우, 오는 8월로 예정된 한미군사훈련은 한반도 정세에 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이 인천자주평화연대 출범식 특별강연에서 한반도 분단유지 전략인 미국 주도의 '비핵화 프레임'에서 벗어나 평화정착을 위한 '종전선언 운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이 인천자주평화연대 출범식 특별강연에서 한반도 분단유지 전략인 미국 주도의 '비핵화 프레임'에서 벗어나 평화정착을 위한 '종전선언 운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은 '실패한 것으로 판정 난 미국 주도의 비핵화 정책에서 벗어날 것'을 주문한다.

김 이사장은 지난달 30일 민주노총 인천본부에서 개최된 인천자주평화연대 출범식 특별강연에서 “실현 가능하지 않은 비핵화 정책은 한반도의 분단을 유지하려는 미국의 전략에 불과하다”고 단언한다.

그러면서 “진정으로 평화를 원한다면 71년간 계속되고 있는 한반도의 전쟁 상황을 끝내야 하며, 이를 위해 남북 간 종전선언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이 이날 강연을 통해 주장한 '비핵화 정책 포기-종전선언 전환'의 핵심 내용을 간략히 요약한다.

 

비핵화에 앞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합의

 

지난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 만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분단과 대결을 하루 빨리 종식시키자”고 약속했다.

이 회담에서 양 정상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올해(2018년) 안에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체결할 것을 선언했다.

상당 기간이 소요되는 '완전한 비핵화'에 앞서, 한반도의 전쟁 상태를 종식시키는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먼저 체결하는데 합의한 것이다.

이는 같은 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역사적 첫 한미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싱가포르 합의문에서 '판문점 선언의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체결 약속'을 재확인 하고, 이를 통해 구축된 상호신뢰가 한반도 비핵화를 증진할 수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그해 9월 19일 문 대통령의 평양방문 때 김정은 위원장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폐기하는 한편, 미국이 상응한 조치에 나설 경우 영변 핵시설도 영구 폐기하겠다고 제안했다.

 

평화통일을 이야기 하려면 비핵화 프레임을 버려야

 

이 때 우리 정부는 평양선언과 9.19 군사합의사항을 이행했어야 했지만, 미국의 눈치를 살피며 5개월 간 아무런 후속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기다리고 있었다.

2019년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아무런 합의 없이 실패로 끝난 뒤에도 우리 정부는 여전히 손발을 묶은 채 허송세월을 보내고 말았다.

급기야 김정은 위원장이 그해 12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이 변하지 않았다”며 정면 돌파를 선언했지만, 우리 정부는 한마디 언급도 없이 완벽한 대북정책의 공백상태에 빠져들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1월 개최된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남조선 당국이 평화와 군사적 안정 이행에 역행해 북남관계가 4·27 이전으로 돌아갔다”고 비판하면서도 “남조선의 태도 여하에 따라 다시 3년 전 봄날로 돌아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여전히 어떤 조치도 없이 한미동맹을 앞세워 한미군사훈련을 실시하자 김여정 부부장은 “동족을 겨냥한 침략적 전쟁연습에 몰두한다”며 “앞으로 어떤 협력이나 교류도 필요 없다”고 못 박았다.

 

비핵화는 잊으라평화를 이야기하자

 

평화를 위해서라면 비핵화 추진과 함께 종전평화협정과 인적교류, 개성공단 재개 등도 함께 진행돼야 하는데 오로지 비핵화 프레임에 갇혀서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우리 스스로의 정책 실패가 현재의 위기 국면을 만들었다.

그러는 사이 미국의 비핵화를 앞세운 분단유지 전략이 이어졌고, 북측은 이에 맞서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미국의 대북 핵 선제공격 전술을 포함한 한미군사훈련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에게 핵을 포기하라는 요구하는 것은 비핵화를 하지 않겠다는 뜻이고, 한반도의 분단을 유지하겠다는 의미에 불과하다.

분단 유지가 아니라 평화통일 전략을 이야기 하려면 비핵화 프레임을 버리고 완벽히 평화의 프레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우리 정부, 비핵화 중재자에서 평화의 당사자

 

비핵화가 평화의 프레임으로 바뀌면 우리 정부가 비핵화의 중재자에서 평화의 당사자가 된다. 이를 실천하는 방안으로 가장 먼저 서둘러야 할 과제가 전쟁 상태의 종식, 즉 종전선언이다. 북을 적대시하는 전략으로는 북측과 평화를 이야기할 수 없다. 종전은 적이 사라졌다는 의미이며 이런 상황에서는 이적행위도 성립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국가보안법도 존립 근거를 잃는다.

분단 극복과 평화통일이 헌법적 정신이라면 청와대 안보정책실도 평화정책실로 바꿔야 한다. 미국은 비핵화를 진행하고, 다른 한편에서 우리 정부는 주체적으로 평화를 중심으로 한 평화협상을 벌이는 역할분담을 미국에 제안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비핵화 내려놓으면 남북대화 재개될 것

 

우리 정부가 비핵화 정책만 내려놓아도 북측은 남북회담에 나올 것이다. 이를 위해 이 땅의 주인인 5000만 국민, 8000만 동포가 종전을 선언해야 한다.

전 세계의 평화애호세력과 함께 종전선언 운동을 벌여 유엔총회에 한반도 종전결의안을 제출하고, 안보리 이사회에 종전결의를 촉구해야 한다.

미국 의회는 물론 평화시민단체, 종교계, 바티칸 교황청 등 모든 국가를 상대로 종전선언에 대한 지지를 요청하는 운동에 나서야 한다.

/정찬흥 논설위원 report61@incheonilbo.com

 


 

김진향 이사장은

경북대학교 대학원에서 '한반도 통일에 관한 담론의 분석'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 연구위원과 국가안전보장회의 행정관, 대통령비서실 통일외교안보정책실을 거쳐 2008년부터 4년간 개성공업지구 관리위원회 기업지원부 부장으로 근무했다. 이후 대통령 비서실 통일외교안보정책실 전략기획실 국장,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 연구교수에 이어 2017년 12월부터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