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오산에 캠퍼스를 둔 한신대는 스스로 '민족•민주 한신'으로 자부한다. 일제 강점기 하에서도 믿음으로 조국의 독립과 해방을 꿈꾸며 민족자본으로 설립된 대학이다. 군부독재 시대에도 민주와 통일, 평화를 위해 고난당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정의로운 인재를 배출해 왔다고 해서다. 그런데 이런 대학에서 최근 수년사이 캠퍼스내 성범죄가 잇따라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지난 2019년 한신대 신학대학 교수단은 성윤리에 대한 기강을 엄정하게 확립하고 성윤리를 체화하고 실천하겠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2019년 1월 한신대 신학대학에서 한 교수가 학생을 상대로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따른 입장문이다. 이에 해당 교수는 검찰 수사를 받고 지난해 1월 재판에 넘겨졌다. 제자 5명 중 여성 제자 1명을 성폭행했다는 혐의였다. 재판 과정에서 이같은 혐의 사실이 입증돼 지난해 9월 징역 2년 6개월형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다시 같은 일이 벌어졌다. 한신대를 설립한 한국기독교장로회내 성희롱•성폭력 근절 대책위원회는 지난 11일 서울의 한국기독교연합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신대학교 신학부 전•현직 교수가 시간강사를 수년간 성희롱•성추행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피해경험자는 같은 피해를 받게 될 사람이 또 나올 수 있다는 우려에서 신고할 수 밖에 없었다고도 했다.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성추행 피해경험자는 지난 3월 기독교 반성폭력센터를 찾아 2014년부터 전직 교수 한 사람에게, 2019년부터는 현직 교수 한 사람에게 각각 성추행 등을 계속 당했다고 진술했다. 피해자는 그동안 한신대와 한국기독교장로회에 대한 애정 등 때문에 참아왔으나, 센터에서 상담을 받은 후 현직 교수를 경찰에 고발했다고 한다. 가해 교수들이 사과도 없이 오히려 회유하려는 태도 때문이었다.

2년 전 이 대학 신학대학 교수단의 '성 윤리 실천' 다짐은 말 뿐이었는가. 피해자가 경찰 고발 이전에 학내에서 성추행 피해를 호소했음에도 아무런 해결 노력이 없었다고 한다. 다른 곳도 아닌 하나님을 섬긴다는 대학이다. 한신대가 그간 쌓아온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처사다. 또한 이 대학에 보내온 경기도민들의 성원마저 무색케 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