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로 일하는 것이 이렇게 고통스러울지 몰랐어요.”

떨리는 목소리, 초점 잃은 눈동자, 깊은 한숨. 제보에 용기를 낸 사회복지사의 모습은 '트라우마' 그 자체였다. 그는 자신의 일터에서 수없는 인권침해를 겪으며 살아왔다.

시설을 찾아온 이용자가 욕설을 퍼붓고 폭력까지 휘두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직책이 높은 직장 사람으로부터도 당했다. 욕설과 비아냥대는 소리, 나아가 업무 따돌림까지.

기자는 지난해부터 수원시 사회복지시설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들의 인권침해 실상을 시의원과 제보로부터 접한 바 있다. 당시는 투서 등으로 여러 내용이 입길에만 오르내렸다.

그러던 지난 3월, 어둡고 불편했던 그들의 세상이 시 인권센터의 실태조사에 수면 밖으로 드러나게 된다. 10명 중 6명꼴로 피해를 봤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온 것이다. 조사에 참여한 150명 가운데 무려 67%(101명)가 시설 이용자 및 직장 사람들로부터 폭력·괴롭힘·성희롱·성폭력 등 20여 항목 중 1개 이상을 경험했다.

이용자에 의한 피해를 접수한 인원이 88명이었다. 시설 측의 감시와 모욕감을 주는 행위, 종교·기부 강요 등에 시달린 대상도 53명이었다. 성희롱·성폭력 주장도 11명이나 된다.

사회복지사를 울린 건 이들 뿐일까. 해당 현상은 수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이번만 아니라 오래전부터 이어졌다. 정부와 지자체가 뭘 했는지 안 물어볼 수 없다. 사회복지시설은 보건복지부 소관이지만, 세밀한 관리는 지자체로 거의 넘겨진 체계다. 지자체 역시 인력 등 한계로 어려움이 많다.

복지부의 3년 단위로 실시하는 평가의 경우 인권침해 정도에 따라 점수를 부여하고 있으나, 조사범위가 적고 위·수탁 계약 금지 등 불이익까지 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차원의 실태조사는 2013년 국가인권위원회 실시 이후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사회복지사들을 변하지 않는 지옥 같은 굴레로 내몬 또 다른 가해자가 누군지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수원시와 일부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주기적인 실태조사, 시설 교육을 비롯해 계약상 불이익 등에 조치를 마련하고 나섰다. 정부는 이 같은 시도를 모아 전반적인 기틀을 세워야 할 때다. '복지는 모든 국민의 권리'라는 미명 아래, 국민을 위해 일하는 그들이 정작 인간으로서 당연한 기본적 권리인 인권도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은 당장 끝내야 마땅하다.

/김현우 경기본사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