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인삼'은 고려인삼의 '혈통'을 그대로 이어받았다고 전해진다. 고려 고종(1232년) 때부터 재배를 시작했다고 하니, 그 지난한 역사를 짐작케 한다. 그렇긴 해도 오랫동안 강화인삼은 '명품반열'엔 오르지 못했다. 우리나라에선 아무래도 개성을 중심으로 한 고려인삼을 더 알아줘서다. 그러다가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강화인삼은 새로운 변신을 꾀했다. 상당수 개성 인삼 농가가 강화도로 피란하면서, 1953년부터 본격적으로 고려인삼 재배법을 이식했다. 고려인삼의 맥과 정통성을 이어온 셈으로, 이때부터 강화인삼이 유명세를 떨치기 시작했다.

강화인삼은 많은 사포닌 성분을 함유해 효능·효과 면에서 타 지역 인삼보다 탁월하다는 평이다. 거기에다 육질이 단단하고 치밀하며, 인삼 고유의 향을 오래도록 간직하는 특징을 지닌다. 강화인삼은 원기를 보하고 혈액생성을 왕성하게 하며, 체내 독을 제거하는 등 '신비의 영약'으로 알려져 있다. 강화는 6년근 인삼의 주생산지로 자리를 잡고 있는데, 홍삼 원료로 국내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강화인삼 재배면적은 1970~1980년대에 900여㏊에 달했지만, 그동안 연작으로 인한 토양 장애로 점차 감소했다. 2007년 이후엔 180㏊ 정도로 크게 줄었다. 이에 따라 강화군과 인천시는 공동으로 '강화인삼 명성 되찾기' 사업을 벌인다. 고품질 인삼 생산을 위해 인삼밭 해가림 시설, 묘삼 생산, 재배 예정지 미생물 지원 등을 추진했다. 여기에 힘을 입어서일까. 지금은 300여 농가에서 200㏊에 인삼을 키우는 등 재배면적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인다.

그런 반면에 최근 인삼 가격 폭락으로 농민들이 큰 어려움을 겪는다는 소식이다. 그래서 강화군은 가정의 달을 맞아 인삼 소비 촉진에 나섰다. 강화농특산물 상설 매장인 롯데백화점 인천터미널점과 전국 이마트 등지에서 '강화고려인삼 할인행사'를 진행한다. 판매 제품은 6년근으로, 씻기 힘든 인삼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깨끗이 세척했다. 인삼으로 만든 가공품류도 특별한 가격에 만날 수 있다.

그동안 2019년 아프리카돼지열병에 이어 코로나19로 강화인삼 관련 축제를 줄줄이 취소하는 아픔을 계속 겪어야 했다. 정상적인 판매를 하지 못하는 가운데, 전국적으로 생산량이 늘면서 가격마저 하락해 농민들의 한숨은 깊어만 간다. 농가의 고통이 안타깝다.

강화인삼을 살릴 방법은 소비를 늘리는 수밖에 없으리라. 요즘처럼 코로나19 장기화로 면역력이 필요한 시기에, 청정지역에서 자란 강화인삼은 추천할 만하다. 강화고려인삼을 들고 환절기 면역력 강화는 물론, 어려움에 놓인 농가를 도와주면 어떨까.

/이문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