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 급감…19년만에 적자
면세점 유찰·골프장 무단영업
정규직화 갈등 등 위기 상황

이스라엘 MRO기업 IAI사 유치
2040년까지 수출액 1조원 전망

비격리 여행권 '트래블버블' 진척
도심항공교통 2026년 목표 추진
▲ 김경욱 인천공항공사 사장이 취임 100일을 맞아 진행된인천일보와 인터뷰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제공=인천공항공사
▲ 김경욱 인천공항공사 사장이 취임 100일을 맞아 진행된인천일보와 인터뷰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제공=인천공항공사

“진짜 미래공항을 만들고 싶다.”

“20년 뒤를 기준으로 보면 미래공항은 지금 생각하는 이상의 상상력이 필요한데 우리나라 문화산업이 소득 수준에 비해 발전이 더딘 편이지만 인천공항을 문화 중심지로 만들어 국격을 높이고 문화산업 발전에 기여하겠다”

김경욱 인천공항공사 사장이 취임 100일을 맞아 진행된 인천일보와 인터뷰에서 밝힌 소감은 미래공항에 방점이 찍혀 있다. 개항 20주년을 맞은 지난 3월29일 선포한 '인천공항 신비젼 2030+'에도 “사람과 문화를 이어 미래로 나가겠다”는 의지를 각인할 정도로 미래공항을 강조했다. 12일로 김 사장은 제9대 인천공항공사 사장직 '백일'을 맞는다.

 

김 사장은 국토교통부 2차관을 역임한 뒤 조종사를 양성하는 운항학과 교수로 '국제항공법' 강의를 맡던 중 공모를 거쳐 인천공항공사 사장이 됐다. 국토부 교통물류실장, 기획조정실장 등 요직을 거쳤고 기획통이자 교통전문가로 꼽힌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행정고시(33회)에 합격했다.

인천공항에서 김 사장의 평가는 “빠르게 조직을 안정시켰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지난 2월 취임 직후 가장 먼저 'CEO와 함께 하는 정책간담회'를 통해 현안과 미래의 인천공항 비전을 공유하며 직원들과 적극 소통하는 행보에 나섰다.

현재 인천공항은 내·외적으로 최악의 위기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갈등인 소위 '인국공 사태', 코로나19 사태로 여객이 급감하면서 발생한 19년만의 적자, 3차례 유찰된 면세점 입찰, 스카이72 골프장의 5개월째 무단영업 지속 등이 김 사장 앞에 놓인 현안이다.

인천공항공사는 전 세계 공항이 직격탄을 맞은 코로나19 팬데믹에도 초대형 낭보를 쏟아냈다.

김 사장 취임 4개월만에 ▲세계적인 항공 MRO기업인 이스라엘 IAI 유치 ▲폴란드 바르샤바 신공항의 전략적 자문사 계약 ▲인도네시아 바탐공항(항나딤) 운영권·개발권 수주 등 굵직한 성과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우선 IAI는 세계 최고의 화물기 개조 기술을 갖춘 이스라엘 국영기업으로 B777-300ER 기종의 첫 해외 생산기지가 인천공항에 둥지를 튼다. 외국자본 IAI사 유치는 인천공항의 첫번째 항공MRO 사업으로 2040년까지 누적 수출액 1조원 전망, 2100명의 항공분야 양질 일자리 창출 등 국가 차원에서도 신성장 동력이다.

화물기 개조 MRO가 향후 대형화물기 중정비로 확대되면 3조~5조원대 추가 매출이 가능하다. 국적항공사들이 해외에 의존하는 중정비에 들어가는 비용인 연간 1조4000억원대(2019년 기준) 규모의 국부유출을 막는 효과도 있다.

IAI사 유치가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멜라메드 IAI사 대표가 지난 3일 갑자기 방한일정(계약)을 포기하고 이스라엘 귀국을 시도하면서 계약 무산 상황이 터졌다. 하지만 김사장이 하룻밤을 세워가며 멜라메드 대표를 설득해 '투자합의 각서(MOA)' 체결을 끌어 냈다.

앞서 인천공항공사는 인도네시아 바탐공항(항나딤) 사업권도 따냈다. 대한민국 공항 역사상 최초의 해외공항 운영·개발 사업으로 10년 연장 포함 최장 35년 간 운영에 사업비가 6000억원에 달한다. 스위스 취리히공항, 프랑스 EGIS, 인도 GMR 등 글로벌 공항운영사를 제쳤다.

폴란드 바르샤바 신공항 자문사 계약은 인천공항공사가 공항건설과 운영에 이어 지분 투자가 가능한 파트너 선정에도 유리한 사업이다. 설계·건설, 기자재 수출, 국내기업 동반진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쿠웨이트공항 제4터미널 운영권을 따낸 이후 동유럽 진출을 위해 전략적으로 집중한 결과다.

김 사장은 인천공항을 문화공항으로 격상시키는 전략에도 힘을 쏟고 있다.

세계적인 프랑스 국립 퐁피두센터와 오르세 미술관의 '분관' 유치를 위해 뛰었다. 리스테르 프랑스 대외통상 투자유치 장관이 공개적으로 지원 의사를 밝혀 고무적이다.

프랑스 대사관 관계자는 “피카소와 마네 등 작품에 대한 인천공항 순회전시는 사실상 합의가 이뤄졌고, 미술관 위치, 개관시기(2024년 12월) 선택 등 사실상 절차만 남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인천공항을 대한민국 대표적 문화예술 플랫폼으로 여행 경유지가 아니라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장소로 조성하려는 미래공항의 큰 그림중 하나다.

김 사장은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대한 걱정으로 “예측하지 못한 코로나로 인천공항을 포함 항공산업이 위기를 겪고 있지만 재도약의 기회로 삼아 다가오는 20년을 대비해야 한다”고 특별히 강조하기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여객수요 회복과 대책은.

- 코로나 회복 시점을 당기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마냥 정부의 백신 접종(수급) 상황만 지켜보며 손 놓고 있을 수 없다. 지금까지 인천공항이 동북아 허브공항으로서 역할을 했지만 빗장을 푸는 시기가 늦어진다면 그동안 구축한 항공노선이 중국과 일본으로 이탈하거나 선회할 가능성이 크다. 자칫 20년간 쌓은 인천공항의 허브 역량이 상실될 수 있다.

우선 백신여권, 트래블버블 등이 여객수요 회복을 견인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고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제한적으로 국경을 개방하더라도 관리 역량의 검증이 중요하다. 시범사업을 통해 스스로 역량을 키워야 다른 나라들도 응할 수 있기 때문에 이것을 앞당기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방역 당국과 협의 중인데 국가적 차원의 검토가 필요하다.

 

▲다른 나라와 트래블버블(비격리 여행권역)을 어느 정도 진행했나.

- 우리는 방역관리가 잘 되고 있었기 때문에 대만, 프랑스 등과 상당히 구체적으로 진척되고 있었는데 최근 우리나라에서 확진자가 많아져 중단됐다. 먼저 선제적 프로그램을 만들어 상대 국가를 설득해야 한다. 괌, 사이판 등 태평양·동남아는 우리나라 관광객을 맞이할 수요가 있는 대표적인 나라다.

 

▲인천공항공사가 지난해에 처음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전망은.

- 작년에 4200억원 적자를 냈다. 지난해 1~2월은 정상 영업을 했지만 한달에 1000억원 정도 영업이익을 내는데 올해는 면세점 등 상업시설의 임대료를 매출 연동 감면을 적용해 적자 폭이 더 커질 것이다. 여객수요 회복(시점)에 따른 영향이 커 8000억원 상당의 적자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소위 '인국공 사태'는 인천공항공사 직원들과 당사자인 보안검색 직원들도 모두 반발하는 상황이다.

- 어느 정도 진정세를 보이고 있으나 폭발 가능성은 내재돼 있다. 당사자들 간 공감과 이해의 폭이 넓어진 상태라야 정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도 출근길에 당사자들이 시위하고 호소를 한다. 하지만 대화가 어느 정도되고 서로 이해하려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미룰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직원들과는 어느 정도 대화를 했다고 생각하는데 자회사 직원들과 대화는 어려움이 있다. 노동법상 본사 사장이 자회사 노조를 상대하면 제3자 개입, 지배개입 문제가 있어 가능한 범위에서 대화하고 있다.

 

▲도심항공모빌리티(UAM)는 언제쯤 가능한가.

- 2026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가능할 것 같다. 상용화된 기기가 이미 나와 있다. 인천공항은 UAM이 뜨고 내릴 포트를 만들고 항로간섭이 되지 않도록 준비해야 한다. 일찍(얼리어답터) 준비하려고 한다. 검증될 때까지 기다린다면 늦는다. 위험을 회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조기에 도입하는 게 맞다.

 

▲향후 인천공항 면세점의 가능성은.

- 최근 면세점은 중국 관광객 위주로 성장한 것이 사실이고 보따리상(다이공)이 몰려 마치 도매 무역상처럼 변질된 부분이 존재한다. 중국 관광객 위주의 면세점이 지속될지 의문이다. 그동안 면세사업을 공항이 독점했으나 지금은 시내면세점과 시장을 공유하고 온라인 면세점도 급성장세다. 면세사업이 한계를 보이면 현실적으로 인천공항공사 수입이 줄어들지만 공항의 매력도 줄어든다. 단순히 비행기 탑승을 편리하게 해주는 것 외에 다른 매력을 선보는 것이 인천공항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김기성 기자 audisung@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