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1년 신미양요 때 미국이 전리품으로 빼앗아간 어재연 장군기(수자기)가 2007년 10년 장기임대 형식으로 137년만에 돌아왔다. 지금은 장기임대 기간이 끝나 2년 단기임대돼 강화역사박물관에 진품을 보관 중이다. 강화전쟁박물관은 복제품을 전시하고 있다. 어재연 장군 수자기는 내년 10월 임대 기간이 끝난 후 미국에 반환될 처지다. 외국에 수탈된 우리 문화재인 만큼, 국내에 영구보존할 수 있는 정부의 외교 능력이 시험대에 오른 모양새다.

어재연 수자기의 역사적 사실은 이렇다. 신미양요가 발생하면서 미군은 강화도 초지진과 덕진진을 점령하고 본진인 광성보로 쳐들어온다. 이에 600명의 군사를 거느리고 광성진에서 배수진을 치고 수비하던 어재연(1823~1871)은 6월11일 덕진진까지 빼앗은 미군 총공세에 맞서 고군분투했다. 여기서 손돌목돈대까지 밀리자 어재연 장군은 휘하 군사 350명과 함께 최후의 전투 준비를 한다. 미군과 조선군이 치열한 백병전을 펼치다가, 결국 어 장군은 장렬히 전사했다. 이 전투에서 조선군은 어재연 휘하 군사 53명 전사, 100명 자결, 20명 포로 등 처참한 패배를 당했다. 하지만 자신들과 끈질기게 싸운 조선군을 높이 평가한 미군이 어재연을 포함한 장교진들을 정중히 매장해 준다.

미 해군사관학교 박물관 측은 “수자기 장기대여 기간은 끝났다”며 “반환은 어렵다”는 입장을 보인다. 현재 미국법에 따라 수자기 반환은 불가능한 상태이다. 미 해군사관학교 박물관에 전리품으로 획득한 외국 깃발이 100여점 있다고 한다. 수자기를 한국에 반환할 경우 그에 따른 나머지 깃발의 반환 문제가 제기돼, 미국이 선뜻 법을 개정하면서까지 수자기를 한국에 반환할지는 부정적이다.

그렇다곤 해도 어재연 수자기는 엄연히 '약탈 문화재'다. 요즘은 열강에서 빼앗아간 여러 나라의 유물들을 돌려주는 추세로, 문화재청과 자치단체 등의 외교 능력을 중요하게 생각할 만하다. 더구나 국기가 없었던 조선에 장수기가 곧 조선의 국기이자 주권의 상징으로 여겨진 만큼, 어재연 장군 수자기는 현존 유일의 조선시대 장군 깃발(가로 4.13m, 세로 4.30m)이다. 따라서 어재연 수자기를 국내에 영구보존하는 일에 치중해야 함은 물론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란 말을 되새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