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발전 기여 불구 무용론 대두


지방의회, 집행부 견제 역할
무상급식 등 국가 정책 선도
산하기관장 인사청문 '호평'

지방의원 갑질·비리 등 불신
정당공천제 폐해도 적지않아
국민, 의정활동 평가 '부정적'

인사권·정책자문 인력 시급
▲ 경기도의회가 지난해 10월 12일 전국 17개 광역의회 최초로 조례에 근거해 설립된 의회 내 자치분권 연구 및 추진단체 ‘경기도의회 자치분권발전위원회’를 출범했다. /사진제공=경기도의회
▲ 경기도의회가 지난해 10월 12일 전국 17개 광역의회 최초로 조례에 근거해 설립된 의회 내 자치분권 연구 및 추진단체 ‘경기도의회 자치분권발전위원회’를 출범했다. /사진제공=경기도의회
▲ 경기도의회는 ‘자치분권 시대, 지방의회 역량 강화를 위한 경기도의회 현안 및 제도개선 사항’을 마련하고 지난달 30일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을 만나 이러한 내용을 담은 건의서를 전달했다. /사진제공=경기도의회
▲ 경기도의회는 ‘자치분권 시대, 지방의회 역량 강화를 위한 경기도의회 현안 및 제도개선 사항’을 마련하고 지난달 30일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을 만나 이러한 내용을 담은 건의서를 전달했다. /사진제공=경기도의회

지방자치제도의 꽃은 지방의회다. 지방의회는 선거로 구성된 유일한 합의체이자 의사결정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토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지방자치가 부활한지 30년 동안 지방의회내에선 주민들의 직접적인 의제 설정, 문제 해결을 위한 집단적 모색, 다양한 대안에 대한 합의와 실험 경험이 쌓여가고 있다. 그런데도 지방자치의 부활 이래 지금까지 지방의회의 역할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지 못하다. 일각에서는 '지방의회 무용론'마저 나올 정도로 신뢰도가 낮다.

 

#꾸준히 발전하는 지방의회 … 지방민주주의 발전 기여

지방의회는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핵심제도다. 지방자치의 양대 축인 집행기관의 행정운영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주민공동체의 견제를 받으면서도 이들을 대변하는 관계에 놓인 대의기관이다. 지방의회는 자치입법권과 행정감사권, 예산심의와 결산심사권, 청원권 등을 가지고 있다.

이 권한을 통해 지방 차원에서의 정치행정 작용을 감시하고, 공동문제 해결에 참여함으로써 성숙한 민주적 시민으로 성장하는 '민주주의 학교' 또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학교'로서 기능을 수행한다. 또 시민의 정책결정 과정에 참여도 한다.

경기도의회에 따르면 실질적으로 지방자치제도의 틀을 갖춘 3대(1991~1995년, 의원 117명)부터 현재 10대까지 100~140명의 의원으로 구성되는데 그동안 처리한 안건 수는 지속 증가세다. 특히 7·8대에서는 50%가량 증가율을 보였고, 가장 최근인 9대에는 3대(942건)보다 1000여건이 더 많은 2208건으로 치솟았다. 이는 도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의회의 성과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또 지방의회는 국가 정책을 선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친환경 무상급식, 학생인권조례, 1인 가구 정책, 청년수당, 민주시민 교육 등이 모두 지방의회에서 시작됐다. 이에 따라 지방의회의 정책역량도 한층 성숙해졌다.

지방의회는 자치단체장의 독선이나 집행기관에 대한 통제를 행정의 효율성과 공직부패를 예방하는데 일정 부분 기여한 측면도 있다. 물론 일부 지역에서는 양자 간 심각한 대립과 갈등으로 인해 부정적인 측면도 있었지만 지방의회의 존재만으로도 집행부에 긴장감을 준 것은 사실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경기도의회의 인사청문회다. 그동안 지방공기업과 출연기관장의 추천후보를 상대로 경영능력 등을 객관적이고 공정한 검증 없었다. 이 때문에 자치단체장의 보은인사나 정실인사, 낙하산, 회전문 인사가 이뤄졌다. 이로 인한 폐해도 적지 않았다.

국회와 달리 광역의회는 산하기관장에 대해 별도의 인사청문회를 진행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지만 경기도의회는 2014년 전국 광역의회 최초로 협약을 맺고 6개 산하기관에 대해 인사청문을 했다. 지난해는 인사청문 절차 대상 기관이 15개로 확대됐다. 도의회는 인사청문회로 도지사의 인사권 남용에 제동을 걸어와 호평을 얻고 있다.

 

#지방의회의 한계 … 무용론까지 대두

오늘날 지방의회의 현주소는 그야말로 암울하다. 초기에 비해 나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지방의회의 갖가지 사건·사고만 이슈로 떠올라 신뢰도도 낮아졌다.

당사자인 지방의원과 자치단체장들이 비판을 자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선자마다 온갖 갑질이나 비리 의혹으로 낙마하는가 하면 아예 처벌을 받고 당선무효가 된 이들도 많다. 외유성 해외연수를 비롯한 논란도 연례행사처럼 불거지며 국민적 불신을 샀다. 지방의원이 공직자를 상대로 갑질하거나 각종 이권과 청탁에 연루돼 수사 대상에 오르는 사건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곤 한다.

최근 신도시 땅 투기 논란이 단적인 예다. 경찰은 9일 현재 내부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을 투기한 정황이 있는 경기지역 시의원 14명에 대해 수사를 하고 있다. 시의원들로부터 정보를 받아 함께 땅을 사들인 혐의를 받는 친인척 12명도 수사 대상에 올랐다. 시흥시의회 A의원의 경우 자녀와 함께 3기 신도시 개발 예정지역의 토지를 매수하고 상가를 신축해 투기 이익을 얻으려 한 혐의로 지난 4일 구속됐다. 이 때문에 지방의회의 정책역량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일 뿐만 아니라 지방의회 무용론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여기에 정당 공천제 폐해도 적지않다. 정당제에서 정당이 공직선거의 후보자를 공천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지역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의 관계를 고려하면 정당공천이 인재의 지방의회 진입과 자율적 활동을 가로막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방의원이 공천권에 영향을 미치는 국회의원의 눈치보기는 의원 개개인의 자율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지난 2월 만 19세 이상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지방자치의 성과 및 향후 과제에 대한 대국민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회의원 활동에도 불만족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지방의회 의원의 의정활동에 만족하는가' 항목에서도 부정적 응답(38.5%)이 긍정적 응답(13.0%)을 압도했다.

금창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방의회는 단체장의 행정집행을 일차적으로 견제한다는 점에서 지방자치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기관”이라면서도 “1991년 지방의회의 구성 이후 30년 동안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국민의 평가가 매우 낮다”고 말했다.

의원 개인 자질론 향상과 함께 의정활동 부실화를 방지하기 위해선 가장 시급한 것은 의회 인사권 행사와 정책자문 인력 등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경기도의회가 자치분권발전위원회를 만들어 ▲의회의 인사 자율성 보장 ▲정책지원 전문인력의 의회 현원 외 별도 충원 ▲정책지원 전문인력의 신분 및 운영사항에 대해 조례로 규정 ▲정부의 자치입법권 침해금지 ▲지방의회의 조직구성권과 예산편성권의 최대 보장 등을 요구하는 것도 이를 개선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진용복 자치분권발전위원회 총괄추진단장(도의회 부의장)은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강화된 견제와 균형의 원리는 지방자치법 시행령에서도 반드시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남춘 기자 baikal@incheonilbo.com

 


[인터뷰/금창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지방의원 전문·책임성 강화위해 의정연수기관·지원센터 설치를”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을 통해 기존 지방의회의 문제점을 줄였지만 아직도 추가적인 보완이 필요합니다.”

금창호(사진)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내년 1월 13일 이후 시행하는 지방자치법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지방자치법 개정안에서 지방의회 관련 부분을 보면 ▲지방의회 사무기구의 인사권 독립과 정책지원 전문인력제도의 도입 ▲의정활동 정보공개, 윤리자문회의 설치와 겸직금지 확대 등을 통해 의정활동 지원 시스템과 지방의회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지방의회가 부활한 이후 드러난 문제점 때문이다.

그는 문제점으로 일부 지방의원들 역량이나 자질이 부여된 역할을 수행하기에 충분하지 못하다는 점을 들었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이 이뤄지고 있는 것과 연계된 측면도 있다고 했다. 정당제에서 정당이 공직선거의 후보자를 공천하는 것은 당연하나 지역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의 관계를 고려하면 정당공천이 인재의 지방의회 진입을 가로막는 원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또 국회와 달리 지방의회는 의정활동을 지원하는 시스템이 충분하지 못한 영향이 크다고 했다. 국회는 의원 개개인을 도울 보좌관을 비롯한 다수의 비서진이 포진해 있고, 예산정책처와 입법조사처 등의 전문적 지원이 가능한 기구들이 있다. 지방의회는 이러한 지원시스템이 부족하다.

지방의원의 태도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해외연수나 의정활동 등에서 발생하는 일부 지방의원의 갑질과 일탈 등이 국민의 부정적 시각을 강화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들로 지방의원이 본래의 역할인 집행기관의 견제는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지위를 악용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고, 이로 인해 국민의 평가가 매우 낮다”며 “정부는 지방의회의 의정활동을 제고하기 위한 개선제도들은 역대 정부에서 지속해서 검토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개정안에 대해 좋게 평가하면서도 기존의 문제들을 획기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 의정연수기관, (가칭)의정지원센터 설치 등을 제언했다. 그는 “지방의원 전문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정례적으로 교육이나 연수를 받을 수 있는 의정연수기관을, 지방의회의 의정활동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 국회의 예산정책처나 입법조사처와 같은 (가칭)의정지원센터를 설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창호 선임연구위원은 “주민들이 보유한 자치권을 지방의원 및 단체장에게 위임해 지역의 문제를 처리하도록 하는 지방자치가 정착돼야 한다”고 했다.

/최남춘 기자 baika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