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검, 이례적인 1심 판결 승복
구형량 절반이하 불구 사실상 선처
생활고·어린 두 자녀 육아 등 고려
징역 4월·집행유예 2년 형량 확정

남편과 함께 어린 남매를 데리고 '모텔살이'를 하던 중 형사 재판에 불출석한 이유로 구속됐던 20대 여성에게 재판부가 신속히 석방 판결을 내린 데 이어 검찰이 1심 판결에 이례적으로 항소를 포기하는 등 지역 법조계에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따뜻한 배려가 이어지고 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검은 지난달 26일 사기 혐의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A(22·여)씨의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았다.

A씨는 2018년 11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수술비나 진료비가 필요하다며 친구로부터 47차례에 걸쳐 총 1150만원을 빌린 뒤 갚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과 A씨 모두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으면서 1심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1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10월을 구형한 바 있다.

통상 검찰은 구형량의 절반 이하가 선고되는 사건에 대해 대부분 항소하지만, A씨의 경우 모텔에서 어렵게 지내왔고 남편 학대로 현재 병원 치료를 받는 생후 2개월 딸과 2살짜리 아들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항소하지 않고 사실상 선처했다.

재판부 역시 결심 공판에서 A씨에 대한 선고 기일을 불과 5일 뒤인 같은 달 26일로 잡으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심을 보여줬다. 일반적으로 결심 후 선고까지 걸리는 기간은 한 달 정도 소요된다.

어린 남매를 데리고 모텔살이를 했던 A씨 가족의 딱한 사연은 남편 B(27)씨가 아동학대 중상해 혐의로 경찰에 붙잡히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A씨가 재판 불출석 이유로 경찰에 체포된 직후 B씨는 4월12일 인천 부평구 한 모텔에서 어린 남매를 혼자 돌보던 중 막내인 생후 2개월 딸을 학대해 크게 다치게 한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머리를 크게 다쳐 인근 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진 여아는 3주째 중태에 빠졌다가 최근 의식을 되찾았으며 스스로 호흡할 정도로 건강 상태가 나아졌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