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문제야.” A(68·의정부시)씨는 건물 안에 달린 공동 전력량계(전기 사용량을 측정하는 기기)를 가리켰다. 이어 하소연했다. “다가구 주택은 보통 저렇게 해. 개인이 쓴 전기량을 따져 요금을 부과하지 않고, 건물 전체의 한달치 사용량을 계산한 다음 입주민들이 균등하게 납부하는 거지.”

그는 여기에서 불합리한 전기요금 구조가 생긴다고 했다. “아파트나 단독주택 등 개별 전력량계를 쓰는 건물에 사는 저소득 노인은 요금 할인을 받거든. 그런데 나처럼 공동 전력량계가 설치된 다가구 주택에 살면 이런 혜택이 없어. 전기요금은 매달 내는데, 너무 억울하지 않겠어?”

왜 그럴까. 한전에 문의했다. 한전은 현재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을 대상으로 전기요금을 깎아주는 복지 정책을 펴고 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월 1만6000원(여름철 2만원), 차상위계층은 월 8000원(여름철 1만원) 한도 안에서 할인한다. 밤늦게 전기를 쓰더라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겐 20∼31.4%, 차상위계층에겐 18∼29.7%의 할인율을 적용한다.

A씨는 차상위계층이다. 당연히 한전의 전기요금 할인 혜택 대상자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원인은 다가구 주택. 그리고 그 안에 달린 공동 전력량계 탓이다.

한전은 주택·아파트의 개별 전력량계를 확인해 사용자 개인에게 고객 번호를 부여한다. 이 중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차상위계층에겐 요금 할인 혜택을 준다.

그러나 공동 전력량계를 쓰는 다가구 주택은 건물 자체에 고객 번호가 부여된다. 이러다 보니 A씨와 같은 저소득 홀몸 노인들은 매달 전기요금을 내면서도 고객 번호가 없어 정작 할인 혜택은 받지 못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어디에 살든 개별 전력량계가 있어야 요금 할인을 받는다는 얘기다. 그래서 이번엔 경기도에 해결책을 물었다. 도는 지난해부터 문제점을 파악했다고 답했다. 이미 지난해 고양시 등 11개 시·군 홀몸 노인 26가구에 개별 전력량계를 무료로 설치했다고 했다.

올해엔 2억원을 투입해 한전 고객 번호가 없는 공동 전력량계 사용 200가구에 개별 전력량계 설치를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한전과도 협의를 마쳤다. 도는 개별 전력량계를 설치하면 홀몸 노인들이 전기요금을 연간 20만원 가량 덜 낼 수 있다고 예측한다.

도 관계자는 “저소득 홀몸 노인 대부분이 에어컨이 없는 에너지 취약 계층이다. 이 중에서도 한전의 전기요금 할인 혜택을 못 받는 분들이 많다”며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는 데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도는 조만간 A씨처럼 한전의 전기요금 할인 혜택을 받지 못하는 홀몸 노인이 얼마나 되는지 대대적인 전수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경기도의 세심한 복지 정책이 이제라도 저소득 홀몸 노인들에게 힘이 되길 바란다.

/황신섭 경기본사 정경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