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이날 가족사랑대축제, 2008년.

“준비, 시작~” 사회자의 사인과 동시에 단상 위 어린이들이 순식간에 짜장면 한 그릇을 게 눈 감추듯 비웠다. 매년 어린이날이면 문학경기장 한켠에 마련된 특설무대에서는 다채로운 행사가 열렸다. 그 중 참가자는 물론 구경꾼에게 가장 인기 있었던 프로그램은 '짜장면빨리먹기대회'였다. 인천 대표 음식인 짜장면은 대한민국의 남녀노소가 가장 즐겨 먹는 '국민음식'이 된 지 오래되었다. 짜장면빨리먹기대회는 어린이날 행사 중 언제나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이었다.

따듯한 봄날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마스크도 미세먼지도 없이 맑은 공기를 마시며 마음껏 하루를 즐겼던 그 시간이 마치 꿈같이 느껴진다. 아이들은 비대면 생활을 어른들보다 훨씬 빨리 잘 적응해나간다. 얼마 전 딸아이가 친구들과 생파(생일파티)를 한다기에 코로나 시국에 어디를 가서 무엇을 하는지 궁금했다. 자기 방으로 들어간 딸아이는 잠시 후 박수 치고 노래하고 환호성을 질렀다.

슬며시 문을 열어보니 핸드폰으로 서로의 얼굴을 보며 요란한 생일파티를 하고 있었다. 평상시와 다름없이 즐겁게 파티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환경파괴라는 인류의 오만과 과욕이 만들어 낸 재앙을 결국 자라는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이 고스란히 감내해야 할 몫이 되어버렸다. 다행스럽게 그들은 현실에 잘 적응하며 나름대로 극복해나가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5일 오후 2시부터 야외활동이 어려운 어린이들을 위해 온라인 방송으로 생물에 대해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렇듯 인천 관내에서 진행되는 크고 작은 어린이날 행사는 대부분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올 어린이날에는 '짜장면빨리먹기대회'를 온라인으로 치렀으면 어땠을까. 아마 아이들은 그 환경에 맞춰 그것대로 즐기면서 대회에 참가했을 것이다. 오늘 점심은 짜장면 한 그릇 시켜 먹어야겠다.

/포토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