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조건부 구제책 내놨지만
자녀 고교 졸업까지만 자격부여

성인 되면 부모 한국 떠나야 하고
비용도 900만원…언감생심
남양주지역 한 공단에서 일하는 이주 노동자 가족의 모습./사진제공=샬롬의 집 페이스푹

2011년 남양주시에서 태어난 필리핀 국적 Y(12)양. 그는 언어나 한국의 생활방식이 익숙하고 친구들도 대부분 한국인이다. 그러나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인 부모님이 고국으로 추방되지 않을까 항상 걱정하면서 지내고 있다.

정부가 미등록 체류 아동의 체류자격을 주는 '국내출생 불법체류 아동 조건부 구제대책 시행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외국인 근로자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3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오는 2025년 2월까지 장기 외국인 미등록근로자를 대상으로 범칙금을 내면 자녀를 고교 졸업까지 체류자격을 부여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불법체류 기간에 따라 범칙금을 내야 하고 자녀가 성인이 되면 부모가 한국을 떠나야 한다.

부모가 해당 범칙금을 납부할 경우 아동이 고교 졸업할 때까지 임시체류자격(G-1) 부여하고 양육을 위한 체류자격을 허가한다. 이는 '한시적 체류 허용 조치'로 아동이 고교를 졸업하거나 성년이 되면 스스로 출국해야 한다. 이를 따르지 않으면 재입국이 제한된다.

부모가 7년 이상 체류한 경우 통지 후 3개월 이내에 범칙금을 내면 900만 원(3000만 원 중 70% 인하)을 납부하면 된다. 통지 후 3개월을 넘는 경우 범칙금은 증가한다.

미등록 기간이 5년 이상 7년 미만이라면 2500만 원 중 70%가 인하돼 750만 원을 납부하면 된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미등록 외국인 근로자와 자녀에게는 이번 제도가 좌절감을 주게 될 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남양주지역에서 이주민들의 인권보호를 위해 살아온 이정호 신부는 “1년여 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서 혁신적인 제안이라며 범칙금을 내면 미등록 외국인의 체류를 임시로 허가하는 제도를 설명했고 이에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이 신부는 “미등록 외국인들은 지난 30년간 차별과 저임금에 시달리며 일해 준 우리경제 발전의 공로자들로 오히려 돈을 주고 보내야지 범칙금을 내라는 것을 찬성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남양주시 이주민연대 샬롬의 집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인력을 감축해 일감이 부족해진 마당에 3개월 만에 900만원을 마련하는 것도 어려운데 시민권을 주는 것도 아니고 아이가 크면 자국으로 떠나야 하니 이번 제도 참여하는 노동자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장기간 불법체류 중인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해 아무런 제재 없이 체류 자격을 부여하는 것에 대해서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남양주=김태호 기자 thkim@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