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특성 맞춰 새로운 시도… 지자체간 갈등 초래도

중앙정부 획일적 정책 벗어나
수요자 중심 행정조직 탈바꿈
지역 경쟁력 강화로 이어져


힘 받은 단체장, 선심 사업 남발
무분별 투자사업, 재정위기 불러
피해는 시민에게… 악순환 반복
자치분권 커질수록 분쟁도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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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방부가 2017년 수원군공항 예비 이전지로 화성시 화옹지구를 발표하면서 수원과 화성시의 지역 갈등이 5년째 이어지고 있다. /사진제공=수원시·화성시의회<br>
▲ 국방부가 2017년 수원군공항 예비 이전지로 화성시 화옹지구를 발표하면서 수원과 화성시의 지역 갈등이 5년째 이어지고 있다. /사진제공=수원시·화성시의회

1995년 부활한 지방자치제도는 우리 사회에 큰 변화를 몰고 왔다. 지방자치단체는 자치와 분권 의식의 토대로 지역별로 특성화된 사업과 정책을 하고 있다. 반면 분권으로 힘받은 단체장의 방만한 재정운영과 유권자 표를 의식한 지역이기주의로 인한 지자체간 갈등은 자치제도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

 

#지역 특색에 맞게 바뀌는 자치행정

자치 행정이 수요자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일률적이던 행정조직이 도내 지방정부의 정책에 맞춰 바뀌고, 공급자 중심이 아닌 수요자 중심의 행정조직으로 탈바꿈했다.

도내 지방정부마다 시·군 특색 사업에 맞춰 조직을 신설하면서 앞선 행정을 보여주고 있다.

중앙정부의 획일적인 사업이나 정책에서 벗어나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지역 경쟁력 강화로 이어졌다.

경기도는 전국 광역단체 중에서 처음으로 노동국을 2019년 7월에 만들었다. 노동이 존중받는 공정한 세상을 만들겠는 게 목표다.

경비·청소 노동자를 괴롭힌 갑질 문화를 없애거나, 현장 내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했다. 또 기존 인권보장팀과 성평등옴부즈만지원팀 등을 통합해 인권담당관을 신설했다. 노동, 여성, 장애인과 취약계층 등 다양한 방면의 인권을 동일하게 바라보는 통일성을 갖추기 위해서다.

수원시는 도심 한가운데 '군공항'이 자리 잡은 불균형 구조 탓에 소음 피해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군공항이전협력국'을 내세웠다.

성남시는 2019년 10월 미래산업·ICT융합·게임콘텐츠·바이오헬스팀으로 꾸려진 아시아실리콘밸리담당관을 시장 직속으로 신설했다.

아시아실리콘밸리담당관은 혁신산업 생태계 조성, 산성대로 도심재생, 성남형 바이오·헬스 벨트 구축 등 7개 중점사업을 중심으로 38개 사업을 추진하는 업무를 맡는다.

지방에서 시작된 정책을 중앙정부가 반영해 전국적으로 전파된 사례도 적지 않다. 지역의 실정에 맞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구체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들이 점점 많이 나오고 있다. 1992년 충북 청주시의회가 '행정정보공개조례'를 제정해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시작했다. 이를 반대하던 중앙정부도 결국 1996년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도록 영향을 미쳤다. 2003년 광주광역시 북구에서 시작된 주민참여예산제는 다른 지역들로 퍼졌다.

제주도의 친환경 학교급식같은 정책들, 장애인 편의시설 사전점검제도, 지역아동센터 지원 확대, 작은 도서관 활성화 등도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추진된 정책들이다.

조석주 한국공공자치연구원 자치행정연구소장은 “자치분권은 더디긴 하지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관계가 과거 '상하주종'관계에서 '대등 협력'의 관계로 바뀌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힘 받은 지자체간 갈등 심화 … 관리 절실

지방자치가 실시되면서 일어난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자치권 강화로 힘받은 자치단체장이 재선을 위해 선심성 사업을 남발하며 지역 경제를 악화시킨 사례가 늘고 있다.

용인 경전철 사업과 성남시 호화청사 등 일부 지자체의 사업 경제성, 타당성 등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투자사업은 지자체의 재정에 심각한 위기를 몰고 왔다.

이는 곧 지방자치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연결됐다.

여기에 지역 주민들의 생활범위가 넓어지면서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구역을 넘어선 다양한 행정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수원과 화성시가 군공항 이전을 놓고 갈등을 빚는 것처럼 지자체간 갈등도 빈번해졌다. 유권자의 표를 고려한 지역이기주의 때문에 지역 갈등_분쟁 조정과 해결방안이 쉽지 않다. 이런 갈등은 시민에게 피해로 되돌아 오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안성과 평택시가 대표적 사례다. 1979년 평택시 유천동, 안성시 공도읍, 서운면, 미양면 등 서부권역 70.28㎢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여의도 면적(2.9㎢)의 24배에 달한다. 전체 면적 97.4%가 안성시 권역이지만 평택시는 2.6%에 불과하다. 평택시는 안정적으로 물 공급을 위해 상수원보호구역 지정은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안성시 주민들은 재산권 행사를 전혀 하지 못하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요구해오고 있다.

현재 경기도내에선 이런 지자체간 갈등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주요 갈등으로 ▲충북 음성군이 추진하는 '가축 분뇨 및 음식물공공처리시설' 건립에 대한 이천시의 반발 ▲물류단지 입지선정을 둘러싼 광주시의 반대민원 ▲이천시의 화장시설 건립에 대한 여주시의 반발 ▲송탄·유탄 상수원 보호구역 해제 요구에 따른 갈등 등이 있다. 이는 경기도가 중점 갈등 관리 대상으로 선정한 대상이다.

그 외 20년 이상 장기화한 공공갈등은 왕숙천 직강공사 갈등, 굴포천 위치변경으로 인한 행정구역 조정 갈등 등은 장기 미해결 갈등도 다수다.

도는 도청내 갈등조정관 제도, 갈등영향평가제도 등 기존 제도와 더불어 시민 참여적 공공갈등 해결을 위한 기제로서의 역할로 갈등 해결에 노력하지만 쉽지만은 않다.

경기도 관계자는 “자치분권이 커질수록 발생하는 갈등도 커졌다”며 “경기도의 갈등관리 추진방향은 정책사업 추진 전 갈등진단을 통한 예방적 갈등관리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남춘 기자 baikal@incheonilbo.com


 


 

[인터뷰/ 조석주 한국공공자치연구원 자치행정연구소장]

“자치분권은 시대적 과제 지방정부 권한 확대해야”

조석주 한국공공자치연구원 자치행정연구소장.

“사람 중심의 정책 실현, 국가경쟁력을 위해서라도 중앙집권적 국가운영체계를 자치분권으로 개편해야 한다.”

조석주 한국공공자치연구원 자치행정연구소장은 2일 자치분권형 국가운영체제는 세계적인 흐름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국가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 중앙집권, 규제, 통제의 패러다임을 자치분권, 자율, 협치 중심 패러다임으로 전환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 중심에 자치분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 소장은 “자치분권은 행정 효율성과 창의성을 신장시키기 위해 피할 수 없는 시대적·국가적 과제”라며 “주민의 참여가 확대되는 정부를 구현하기 위해 지방정부의 권한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조 소장은 “현재 주민참여의 확대, 지방의회 역량강화와 책임성 확보, 지방행정의 효율성 강화, 중앙과 지방정부 간 협력 강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을 긍정적인 측면”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치분권 실행 과정에서 발생된 문제점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민이 아니라 행정 위주에 머물고, 사무 이양 측면으로 접근된 점에 대해서는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조 소장은 "2020년 1월 ‘지방이양일괄법’ 통과로 16개 부처 소관 400개 사무가 지방정부로 이양되었지만 이에 대한 충분한 재정적 지원이 되지 못하고 있다"며 "일부 사무는 권한은 없고 책임성만 부여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명확한 기준설정의 미비로 인해 사무와 그러한 사무의 수행상에 필요한 비용이 연계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용보전 없는 사무이양은 행정공백으로 나타나 효과성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자치분권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그는 “중앙정부는 주민조례발안법, 주민소환법, 주민투표법, 중앙지방협의회법, 고향사랑기부법 등 자치분권 관련 입법을 지속해서 추진해야 한다"며 "중앙-지방 간, 지방정부 간, 교육청, 경찰청, 기업, 주민자치회 등 새로운 행정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남춘 기자 baika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