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상황 전개의 추세가 모든 영역에서 지속적인 적응과 급진적인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개혁의 백가쟁명(百家爭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성 싶다. 그러나 그것이 제도나 구조에 머물러서는 곤란하다. 건물을 두고 말하자면 구조는 기둥으로 비유되는데 아무리 기둥을 튼튼하고 효율적으로 세웠다 해도 그 기초가 부실하다면 사상 누각에 불과할 것이다. 그래서 개혁은 제도나 구조에 앞서 추구되어야 함을 새삼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동시에 그것은 의식의 유전자에 까지 미치는 근원적인 것이라야 한다. 변화의 격랑은 낡은 사고와 구태를 용납하지 않는다. 가치체계와 의식구조를 밑뿌리부터 바꾸라고 강요한다.

 돌이켜 보면 환란(換亂)은 단순한 경제적 위기가 아니었다. 우리가 진정 통곡해야 할 것은 IMF체제가 아니라 도의심이 실종되고 질서가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총체적 도의심 불감증 속에서 살아왔다. 물론 도의심을 앙양하려는 노력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때로는 떠들석하게 외쳐대기도 했다. 그러나 진정한 의식으로 추구된 적은 없었다.

 도의심은 사회의 근원이다. 모든 인간관계에서 도의심이 추락한다면 그 사회는 질서유지가 어렵게 되고 효율성을 가질수 없으며 사회의 발전을 기약할 수 없다. 제2건국의 이념적 토대도 도의심 위에서 세워져야 한다. 인천일보가 새해 캠페인의 하나로 「시민의식을 바꾸자」고 제의하고 나선 것도 새 천년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도의심이 있다는 것은 질서가 서 있다는 뜻이다. 도의심이 있을때 그 사회는 분명 편안 사회일 수 있으며 효율적인 사회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도의심을 찾아 보기 어렵다.

 보도에 따르면 어느 외국인이 본 인천이란 제하의 기사에서 인천에 대한 인상은 한마디로 「무질서」였다. 대부분의 버스운전자들이 신호등, 정류장에서 급브레이크를 밟거나 이를 무시하고 가는 경우를 자주 목격했다는 것이다. 남이야 어찌되든 나 편안하면 교통규칙 쯤은 무시해도 된다는 생각은 우리가 비문화 시민임을 말해주는 한 단면에 지나지 않는다. 인천은 결코 더이상 부끄러워져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