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천고 20회 동창회, 내일부터 동춘동서 스승 박송우 화백 초대전


강현구씨, 선생님 금전 피해로 인한 생활고 소식 듣고
운영 중인 식당지하 개조…친구들과 작품판매전 마련

동인천고등학교 20회 졸업생인 강현구(58)씨는 지난해 인천의 한 갤러리에 미술 전시회를 관람하러 갔다가 익숙한 화풍에 놀랐다. 고등학교 시절 미술 선생님이었던 박송우(80·사진) 화백의 그림이었기 때문이다. 창의적인 그림의 세계로 지도해 주고 늘 멋쟁이 신사였던 선생님의 작품은 한결같았다.

그러다가 이내 갤러리 측으로부터 선생님의 지금 처한 사정을 듣게 됐다. 박 화백이 예전 제자로부터 금전 피해를 보고 전 재산을 탕진했다는 것이다. 팔순 넘은 선생님이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20만원짜리 거처에서 근근이 계시다는 사연이었다.

강현구씨는 1980년대 당시 제자 사랑이 남달랐던 스승에게 은혜를 갚을 수 있는 때라고 생각하고 동인천고 동창들을 불러 모았다. 박 화백 초대전을 열고 작품 판매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추진하기 시작했다.

전시장은 강현구씨가 2010년부터 인천 연수구에서 운영 중인 해장국 '장독집' 식당 지하를 갤러리로 개조해 활용했다. 동인천고 20회 동창회가 주최하며 동인천고 총동창회와 대건고 총동창회가 후원해 성사됐다.

전시회엔 박송우 화백의 고향인 강화 섬과 바다를 모티브로 심상의 풍경을 수채와 유채로 그린 작품 10여점이 걸린다. 스승의 날을 앞두고 사제지간 정을 확인할 수 있는 이번 전시회는 인천 연수구 청량산 단상 갤러리에서 30일부터 감상할 수 있다.

강현구 장독집 대표는 “제자에게 입은 상처를 제자들이 치유해 드리고 싶었다”며 “이번 일을 위해 갤러리를 만들었지만 앞으로도 인천 문화예술 진흥을 위해 갤러리를 계속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사진제공=강현구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