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교통공사, 노무 전담 자회사 추진
위탁역 소속 133명 정규직 전환 밝히고
관리 효율성 내세웠지만 반발 잇따라

노동계, 직고용 축소의 신호탄 가능성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은 기관마다 전환 직종과 방식 등이 다 다르게 진행됐다. 그 과정을 깊숙이 들여다보면 노동을 바라보는 공공 기관들의 시선과 욕망을 읽을 수 있다. 기획 4편에서는 인천교통공사와 인천 서구시설관리공단의 정규직화 사례를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교통공사는 유일하게 '자회사'라는 전환 방식을 택했고, 서구시설관리공단은 '장애인' 노동자를 정규직화 했다.

▲ 25일 인천 계양역에서 인천교통공사 관계자들이 무더위에 달궈진 철로를 살수장치로 식히며 점검하고 있다.  /이상훈 기자 photohecho@incheonilbo.com
▲ 인천 계양역 철로를 점검하는 인천교통공사 관계자. /인천일보DB

1999년부터 인천 시민들 발 역할을 하고 있는 인천도시철도. 철도를 운영하는 인천교통공사는 2013년 전국 지방공기업 중 처음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 전환해 언론 주목을 받았다. 당시 교통공사는 외주업체 소속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 260여명을 공사에서 기간제로 직접 채용한 뒤 무기계약(정규직)으로 전환했다.

8년이 지난 지금, 공사에는 비정규직이 사라졌을까. 인천일보가 정보공개 청구로 확인한 결과 공공 부문 정규직화 정책이 시작된 2017년 7월 기준 교통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는 633명이다. 인천 지역 내 국·공립 대학과 광역·기초지자체, 산하기관 등 40여 기관 중 3번째로 많은 수치다. 공사는 정부의 공공 부문 정규직화 정책에 따라 구분되는 1~3단계 각 단계별 노동자들을 모두 쓰고 있다. 17년 7월 기준 1단계 전환 대상인 기간제 노동자 114명, 2단계 용역노동자 373명, 3단계 민간위탁 노동자 146명이다. 민간위탁 노동자는 공사가 역 운영과 관리 업무를 민간에 통째로 맡긴 1호선 13개 '위탁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다.

공사는 인천 지역 40여 공공 기관 중 유일하게 '자회사' 방식으로 정규직을 추진하고 있다. 공사가 출연한 자본으로 노무를 전담하는 자회사를 만들고, 공사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이 자회사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방식이다. 공사는 3단계 전환 대상인 위탁역 소속 노동자 133명(역무원 117명, 청소원 16명)을 이 자회사 소속으로 채용하겠다고 이달 9일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공사의 애초 계획에서 바뀐 것이다. 공사는 공공 부문 정규직화 논의 초기인 2017년 하반기, 3단계 뿐만 아니라 2단계에 속하는 '용역노동자들'도 대부분 자회사로 전환하려 했다. 정규직 전환 심의를 위해 열린 '노·사·전문가 협의회'(노사전협의회) 회의록을 보면 공사는 애초 9개 직종 용역노동자 251명 중 2개 직종 18명만 직고용, 나머지 7개 직종 233명은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할 계획을 세웠다. 당시 회의에서 공사 관계자는 “자회사로 전환을 검토하는 것은 관리 효율성 측면에서 직접고용보다 낫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취한 자회사 중심 정규직화 모델은 노동계로부터 자회사가 또 다른 하청업체와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모회사가 자회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지만 노·사 문제에서만큼은 모회사가 한 걸음 뒤로 빠져 있기 때문이다.

공사의 이 같은 자회사 전환 계획은 반발에 부딪혔다. 노동계 관계자는 당시 노사전협의회에서 “2015년 무기계약직 전환 사례가 있는데 굳이 자회사 전환을 검토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자회사 전환 인원을 최소화 할 것을 요구했다.

노사전협의회에 전문가 대표로 참석한 위원 역시 “시설관리 같은 직종은 기존에 무기계약으로 전환한 사례가 있기 때문에 업무의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면 직고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제안했다.

인천교통공사 청사 전경. /사진출처=인천교통공사 홈페이지
인천교통공사 청사 전경. /사진출처=인천교통공사 홈페이지

인천교통공사는 결국 2단계 9개 직종 용역노동자들 중 ‘2호선 열차승무원(95명)’ 1개 직종만 자회사 전환하기로 결정하고 나머지 8개 직종 156명은 2018~2019년에 걸쳐 공사 직고용 정규직 전환을 끝냈다.

공사는 이달 9일 자회사 설립과 위탁역 노동자 자회사 정규직 채용을 공식 발표했는데, 애초 합의한 ‘열차승무원’들은 자회사 전환 대상에서 빠졌다.

열차승무원 직종은 인천 도시철도 2호선 승차 관리를 위해 배치된 인력이다. 2호선은 원래 ‘무인’ 시스템으로 만들어졌는데, 개통 후 고장이 잦아 이에 대응하기 위해 공사가 급하게 뽑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공사 관계자는 “2호선 열차승무원의 경우 원래 자회사 고용으로 합의됐지만 인천시에서 2호선 무인 운전체계 정착을 위한 단계별 시스템 보완 및 운영계획 수립 추진을 시달해, 이에 따라 2019년 1월 노사전협의회를 재개최해서 ‘용역 유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사에 따르면 도급역 직원 정규직 전환 시기는 올 10월 이후로 예상된다.

노동계에서는 자회사 설립이 공사의 직고용 축소 신호탄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노총 인천지역본부는 지난 20일 성명을 통해 “애초 도급역 직원의 고용안정정책으로 시작됐던 자회사 추진은 이제 인건비 절감을 위한 목적으로만 변질된 지 오래”라고 평했다.

정현목 인천교통공사노동조합 위원장은 “교통공사의 정규직 전환은 큰 갈등 없이 대체적으로 잘 됐다고 자평한다”면서도 “단 자회사 문제에 관해서는 인천시는 자회사 정규직도 정규직이 아니냐고 하지만 모회사와 비교하면 임금이 60% 수준이고, 그렇게 보면 용역일 때와 임금 차이가 크게 없다. 인천시는 기존 정규직을 자회사로 돌리려는 일을 하고 있는데, 심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주영·김원진·이창욱 기자 chuk@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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