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시대 일상인 '비대면' 주제로
회화·영상 등 7개 예술적 시선 선봬
▲ 왼쪽부터 김진우 作 ‘진화의 비밀: #J-1’(2017)·이재원 作 ‘구체풍경’(2019)·조이경 作 ‘저 샤워기는 그 샤워기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2015).

성남문화재단은 2021 동시대이슈전 '판타지' 전시를 6월27일까지 성남큐브미술관 기획전시실에서 연다.

지난 9일부터 진행된 '동시대이슈전'은 예술을 통해 시대적 이슈를 감각적으로 풀어내고 되짚어보는 전시로, '동시대미감전'과 격년으로 열린다.

'판타지'는 팬데믹 시대에 일상이 돼버린 '비대면'을 주제로 가상과 실재가 혼재된 삶을 사는 우리의 모습을 7명의 작가가 회화, 설치, 영상 등 각기 다른 예술적 시선으로 담아낸다.

김익현 작가는 지난 몇 년간 다녀온 여행지와 현재의 공항 모습을 사진으로 비교 편집한 작품 '42,000피트(2020)'를 통해 과거와 현재, 가상과 현실이 연결된 삶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이동 제한으로 모든 것이 멈춰버린 상황에서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연결된 세상과 어디론가 이동한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윤석원 작가는 팬데믹에 따른 일상의 변화를 회화 작품을 통해 선보인다. 그는 작품 'MAY(메이·2020)'를 통해 어디서나 마스크 착용이 필수가 된 세상에서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인 결혼식에서조차 신랑, 신부, 하객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모습으로 우리가 마주한 현실의 고단함과 안타까움을 보여준다.

허수빈 작가는 빛을 통해 동시대적 상황과 감성을 보여준다. 그의 설치 작품 '그 날 이후(2021)'는 마치 일상의 어느 골목 한 귀퉁이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창문들을 통해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에 대한 수용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비대면 시대의 가상과 실재가 혼재하는 삶에 대한 사유를 담은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다.

미디어 아티스트 김희천 작가는 가상과 실재가 공존하는 이 시대를 살아가며 느끼는 감각을 영상으로 표현한 작품 '랠리(2015)'를 통해 기술의 발전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과 변화에 주목한다.

김진우 작가는 누구나 한 번쯤 가져보았을 생명의 근원에 관한 관심을 파고든다. 그의 설치 작품 '진화의 비밀: #J-1(2017)'은 지구의 에너지 공급원이자 진화의 근원을 상징하는 정체불명의 기계를 통해 작가가 가진 기계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예술적 상상력이 결합한 독특한 세계관을 보여준다.

이재원 작가는 가상을 관통하는 사건과 감각에 주목한다. 그는 설치 작품 '구체풍경(2019)'을 통해 개인적 경험이 담긴 장소인 광화문을 수용자가 구체(球體·공처럼 둥근 형체나 물체) 안의 렌즈를 통해 들여다보게 함으로써 작가가 바라본 풍경과 수용자의 시선 간의 차이를 통해 '바라본다'라는 행위에 절대적 기준이 존재하지 않음을 증명한다.

조이경 작가는 설치 작품 '저 샤워기는 그 샤워기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2015)'를 통해 우리가 알고 있는 영화 속 한 장면을 재현하고 기억을 소환함으로써 진실과 거짓이 혼재된 현대사회에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노재천 대표이사는 “우리 일상 깊숙이 자리한 비대면의 일상은 삶의 방식뿐 아니라 문화예술을 향유하고 작업하는 방식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며 “이번 전시는 뉴노멀 시대, 동시대 예술이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데 있어 예술가들이 고민한 예술의 방향성과 그 결과물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관람시간은 화~일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이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온라인 사전예약을 통해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성남=이동희 기자 dhl@incheonilbo.com

/사진제공=성남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