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야 가려 사고 유발, 미관도 해쳐

“담벼락이 차량 시야를 가려 주민과 관광객 안전을 위협하고 있어요.”

인천 월미공원 인근에 설치된 담벼락이 주민 안전을 위협하고 동네를 슬럼화시키는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주민들은 구청에 담벼락 철거와 주변 환경 개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예산 문제로 추진이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15일 찾은 월미공원 일대 골목길에는 성인 평균 키 높이 정도의 담벼락이 설치돼 있었다. 담벼락은 설치한 지 오래돼 곳곳이 허물어진 모습을 띠었다. 주민들은 흉물로 방치된 담벼락이 통행 차량의 시야를 가려 교통사고를 유발한다고 주장했다. 반사경이 있지만 크기가 작아 운전자가 과속하거나 지리에 낯설면 이를 간과하기 쉬워 보였다.

실제 지난해 말 이곳에서 자전거와 승용차가 충돌해 자전거 운전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발생 장소의 도로 제한속도는 시속 30㎞지만 이를 무시하고 빠르게 달리는 차량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주민 김정호(69)씨는 “담벼락 주변에서 작은 접촉사고가 나는 것을 자주 봤다”며 “월미도가 관광지라 주말이면 통행 차량이 많아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담벼락은 동네 미관까지 해치는 상황이다. 공영주차장 옆 담벼락 빈틈에는 버드나무가 자라는 가운데 주변에는 쓰레기가 나뒹굴었다.

인근에서 35년 가까이 살았다는 주민 윤영길(57)씨는 “담벼락이 눈에 띄지 않아 밤이 되면 청소년들이 담배를 피우거나 성인들이 민망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며 “아이들 교육에 좋지 않고 주민 입장에서도 난처하다”고 토로했다.

결국 주민들은 지난해 9월 중구청에 담벼락을 철거하고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과속방지턱을 설치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예산 문제로 철거 시기가 불확실한 상태다.

중구 관계자는 “담벼락 철거 예산을 확보하려고 노력 중”이라며 “현재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기간이라 철거 시기와 과속방지턱 설치 여부를 확답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박서희 인턴기자 joy@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