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가출·비행·폭력 피해 등
위기단계·영역 맞춤프로그램 가동

전담공무원·사례관리사 1명씩 둔
조직 구성…생계비·상담 등 지원

'심리적 안정화' 위한 온라인 교육
청소년·학부모·교사용 영상 제작
사업 성공사례로 전국 지자체 공유

사각지대에 놓인 위기 청소년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사업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특히 자살 시도와 자해 등 고위기 청소년 문제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해 관련 기관을 포함해 국가적 차원에서 예방과 개입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서 해왔다. 그러나 아직도 청소년 문제 해결에 대한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매뉴얼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결을 같이해 군포시가 선제로 정신건강과 가출, 비행, 폭력피해 등 고위기 청소년을 위한 '고위기청소년 맞춤형 프로그램' 가동으로 이들에 대한 맞춤 지원을 강화하고 나섰다. 이를 위해 고위기 맞춤형 프로그램 사업 영역으로 긴급대응체계를 구축하고, 고위기 전담 집중상담과 고위기 맞춤형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고 있다. 먼저 집중상담 사례를 들여다봤다.


#1. 고층 아파트 난간에 매달린 고등학생 A양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려다 신고를 받고 긴급 출동한 경찰로부터 구출돼 생명을 구했다. 이후 경찰로부터 A양에 대한 지원 의뢰가 들어와 해당 학교와 교육지원청, 아동보호전문기관, 정신복지증진센터, 경찰서, 지자체 통합사례관리사, 청소년동반자, 병원 등이 연계해 1년여간 기관 연계회의를 가졌다. 긴급 생계비지원과 부모 상담, 심리상담도 진행됐다. 많은 관련 기관이 개입해 지원했으나 A양이 가출하는 바람에 상담을 더는 진행할 수 없었다. 이 과정에서 고시원에서 생활하던 이혼한 어머니와 함께 지낼 수 있도록 긴급지원을 하고, 자살 시도와 우울증을 겪었던 A양에게 심리평가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특히 이런 환경에서 돌봄을 받지 못해 정서적 어려움을 겪던 A양의 동생도 상담을 받게 됐다.


결국 이들 청소년의 위기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그러나 긴 과정을 기관실무자들이 공유하고 업무분장을 하면서 위기 청소년 한 명을 위해 각 기관이 어떻게 일하는지, 어떤 지원서비스가 있는지 등에 대한 경험이 축적된 셈이다.

또 긴밀한 협조와 역할분담이 가능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고위험군일수록 실패와 좌절이 많을 수 있으나 촘촘한 지역사회 안전망이 잘 가동될 경우 도움을 받지 못해 위기에 내몰리는 청소년들이 조금이나마 줄어들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 케이스다.


#2. 중학생 B군은 어머니의 가출 이후 아버지의 재혼으로 형과 함께 생활해 왔다. 정서적·경제적 돌봄을 받은 경험이 거의 없고 규칙적인 음식 제공 역시 어려워 위장장애를 앓는 등 취약한 상황에서 성장했다. 특히 아버지의 지속적인 학대와 형과의 잦은 충돌로 인한 상처가 깊어 삶에 대한 좌절감에 빠져있었다. 이후 청소년동반자 상담을 통해 내담자에게 필요한 자원을 탐색하고 연계해 해당 학교와 경찰서, 아동보호전문기관 등 지역사회 기관과 통합사례회의를 진행했다. 사회복지관과 연계해 매달 반찬을 지원하고 군포시 청소년 안전망과 연계해 생활비 지원은 물론 학습지원과 상담복지센터 위기 지원사업으로 의복지원과 부식지원 등을 병행했다.


이를 통해 자신의 삶을 돌보는 경험과 생활의 개선점을 직접 경험하게 했다. 또 지역사회 기관과의 연계를 통해 안전하게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정서적 지지체계를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 앞으로 지속적인 사례관리를 통해 정서적 안정감을 제공하고 진로상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군포시와 군포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는 지난해 여성가족부 신규사업인 '지자체 청소년안전망사업과 고위기청소년 맞춤형 프로그램' 사업에 선정됐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도내에서 군포시를 비롯해 부천시, 수원시, 파주시 등 4개 지자체에서 시범 운영됐다. 군포시는 고위기 프로그램사업에 5000만원 등 관련 사업비와 운영비 등으로 1억5000만원을 국비로 지원받았다.

여가부는 당초 해당 사업에 대해 시범적으로 효과성을 검증한 후 앞으로 사업 확대를 위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전국 지자체와 청소년상담복지센터를 대상으로 사업공모를 했다.

지자체 청소년 안전망 사업은 지자체 중심의 지역 단위 컨트롤 타워 기능을 확대해 위기 청소년에 대한 보호·지원이 단절되지 않도록 함을 목적으로 한다. 군포시는 청소년안전망팀에 전담공무원 1인과 통합사례관리사 1인 등을 둬 위기 청소년 보호체계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위기 청소년 통합지원을 수행하는 지자체 전담조직이다. 또 위기 청소년 발굴과 지원기관 연계 서비스 제공, 해당 지역 위기 청소년 실태조사 등의 사업을 한다.

고위기청소년 맞춤형 프로그램은 고위기청소년에 대한 지원을 다각화하며 각 지역 특성과 위기 단계별·영역별 맞춤형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운영은 청소년상담복지센터가 맡는다. 또 집중사례관리가 필요한 고위기청소년을 위한 고위기 전담 청소년동반자 집중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군포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는 자살, 자해, 정서장애 등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과 보호자를 위한 심리적 안정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청소년 심리적 안정화 온라인교육 콘텐츠'가 그것이다.

비대면 상황에서 청소년과 지도자가 필요할 때 상황에 맞게 사용할 수 있도록 8가지 주제로 구성된 30분 분량의 영상으로 제작했다. 심리적 외상 등을 안정화하기 위한 목적사업이다.

심리적 외상사건 이후 심리적 안정화를 위한 기법과 대처전략을 일상에서 쉽게 적용해볼 수 있도록 구체적인 활동을 제시했다. 트라우마 이해하기, 마음 돌봄, 분노 다스리기, 도움 요청하기 등으로 구성됐다.

청소년을 위한 매뉴얼과 부모나 교사들을 위한 매뉴얼로 나눠 제작했다. 영상은 전국 청소년상담복지센터나 필요한 곳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 앞으로 심리적 안정화를 위한 심리적 응급 키트와 집단프로그램을 개발해 보급할 계획이다.

'청소년 심리적 안정화 온라인교육 콘텐츠' 프로그램은 여가부가 최근 실시한 '지방자치단체 청소년안전망팀 사업 및 고위기청소년 맞춤형 프로그램사업 설명회'에서 성공 운영사례로 전국의 지자체가 공유했다.

한편, 여가부는 2023년까지 위기 청소년 발굴과 맞춤형 복지·지원서비스 제공을 위한 위기 청소년통합지원정보시스템 구축 사업을 추진한다. 통합지원정보시스템이 본격적으로 운영되는 2024년 이후부터는 전국 모든 지방자치단체에 청소년안전망팀이 설치되면 위기 청소년 보호체계가 보다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군포=전남식 기자 nschon@incheonilbo.com

 


 

[김현주 군포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통합지원팀장]

“전담팀 구성하려면 청소년 이해 먼저…”

군포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김현주(51·사진) 통합지원팀장은 “지역에서 위기청소년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을 원활하게 가동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에 전담 조직인 청소년안전망팀을 구성해 전담공무원과 사례관리사를 둬 위기청소년 통합관리를 위한 공적 운영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팀장은 그러나 “전담팀을 구성하려면 지자체가 위기청소년에 대한 이해와 우선순위에 두고자 하는 의지도 있어야 하며, 현실적으로 청소년 안전망 업무를 할 수 있는 인력과 재원 등 환경적인 여건도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새로운 정책과 집행에 있어 정부와 지자체 간의 소통 부재가 결국은 그 일을 발로 뛰어야 하는 실무자들의 고충이 된다”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특히 “지역마다 여건이 다르고 특성도 달라서 시범적으로 운영할 때에 현장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다양한 변수와 어려움에 대한 고민이 사업의 효과성이나 실적보다 우선돼야 한다”고 방안을 제시했다.

김 팀장은 또 “위기청소년에게는 부모나 보호자가 보호요인이 아니라 오히려 위기 요인이 되기도 하고 가출, 비행, 자해 행동, 빈곤 등을 둘러싼 환경이 위험에 노출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며 현장 경험을 털어놨다.

그는 특히 “고위기 전담상담을 하고 집중적인 사례관리를 하지만 그런데도 어떤 경우는 해결할 수 없는 산적한 문제가 많고, 청소년 위기는 더 위중해지기도 한다”며 전문가로서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현주 팀장은 결국 “위기청소년을 위한 정책이나 지원에 있어 긴 호흡과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주고 결과나 실적보다는 더 큰 위기에 내몰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어른들과 사회의 책임이자 역할이라 생각한다”며 우리 사회와 제도권에 당부했다.

/군포=전남식 기자 nscho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