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기 협의 불구속 기소
수차례 소환장 보냈지만 무응답
법원 "도주했다 판단 영장 발부"

피고인 1년 가까이 주거 불명확
출산 임박에 심한 지적장애까지
폐문부재·재판 불출석 이유있어
본의 아닌 돌봄공백 발생 아쉬움
투숙업소 주인 "문제있다"의견
인천의 한 모텔에서 생후 2개월 딸을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는 A씨가 15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상훈 기자 photohecho@incheonilbo.com
인천의 한 모텔에서 생후 2개월 딸을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는 A씨가 15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상훈 기자 photohecho@incheonilbo.com

인천 한 모텔에서 생후 2개월 된 여아가 크게 다친 아동학대 사건이 친모의 돌봄 공백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안타까움이 커지는 가운데 사기 사건의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을 받아야 했던 친모가 법정에 출석하지 않아 구속된 것으로 확인됐다.

친모가 머물던 모텔 주인은 “사기 액수도 많지 않았는데 어린 남매를 키우고 있는 엄마를 체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내놨다.

15일 인천지법에 따르면 이달 13일 부평구 한 모텔에서 심 정지 상태로 발견된 생후 2개월 아이의 친모 A(22)씨는 지난해 7월24일 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사기 액수는 1150만원으로 알려졌다.

이후 사건은 이 법원 형사1단독에 배당됐다. 재판부는 첫 공판기일을 같은 해 10월21일로 잡고 8월18일 A씨 주소로 피고인 소환장을 보냈지만 폐문 부재(문이 닫혀 있고 사람이 없음)로 송달되지 않았다.

이에 첫 재판은 같은 해 12월23일로 연기됐고 앞서 재판부가 10월27일 피고인 소환장을 보냈을 때는 A씨가 직접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A씨는 당일에도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

재판부는 즉각 피고인 소환장을 재차 발송했으나 이번에도 폐문 부재로 전달되지 않았고 급기야 올 1월20일 A씨를 찾아 달라며 인천경찰청에 ‘피고인 소재 탐지 촉탁서’까지 보냈다.

때마침 인천 한 행정복지센터도 A씨의 또 다른 2살 아들이 보건복지부의 ‘e아동행복지원’ 대상에 포함된 이유로 경찰에 소재지 파악을 의뢰했고 경찰은 이달 6일 A씨가 머물던 모텔을 찾아가 A씨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돼 있는 것을 확인하고 그를 검찰에 넘겼다.

법원 관계자는 “A씨가 피고인 소환장을 직접 받고도 법정에 출석하지 않아서 재판부가 ‘도주했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천일보 취재 결과, A씨 가족은 지난해 여름부터 ‘모텔 살이’를 해왔다. 올 2월16일에는 모텔에서 아이도 낳았다.

A씨 가족이 머물던 모텔 주인은 “A씨 가족이 작년 여름 때부터 와서 하루 이틀씩 머물렀다. 처음에는 여행으로 왔다고 하더니 나중에는 이사 앞두고 마땅히 머무를 곳이 없어서 왔다고 했다”고 말했다.

A씨 가족의 모텔 살이와 출산 시점, A씨가 심한 지적 장애를 앓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폐문 부재와 재판 불출석에 대한 의문이 풀린다.

그러나 또 다른 모텔 주인은 “친모가 모텔에 남긴 물품을 살펴보니 매일 분유량을 꼼꼼히 기록해 놓는 등 지적 장애는 있었지만 모성애에 있어선 일반 엄마와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친모가 1150만원 상당의 사기 혐의로 구속된 걸로 아는데 겨우 그 정도로 어린 남매를 키우고 있는 엄마를 체포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A씨는 인천구치소에 수감된 뒤 지금까지 재판부에 5차례 반성문을 제출한 상태다. 그의 첫 재판은 이달 21일 인천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친모 부재로 남편 B(27)씨는 모텔 방에서 홀로 어린 남매를 돌봐야 했다.

이후 B씨는 이달 13일 0시3분쯤 “딸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며 119에 신고했고, 경찰 수사 결과 아동학대 중상해 혐의가 드러났다. B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이날 오후 2시 인천지법에서 진행됐다.

/박범준·유희근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