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국제도시 중앙에는 호수공원과 캐널웨이가 있다. 남북으로 직사각형 모양인 호수공원 주변으로는 초고층 건물들이 밀집해 있는데 이것으로 미루어 볼 때 호수공원이 제공하는 매력도가 꽤나 큰 것같다. 호수공원과 직각방향으로 뻗은 캐널웨이는 신도시 전체를 동서방향으로 관통하고 있다. 캐널웨이 가운데는 약 10m 폭을 가진 수로(캐널)가 있는데 캐널 주변 상가는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찾는 핫 플레이스가 되었다.

청라국제도시에서 호수공원과 캐널웨이가 없다면 어찌 되었을까? 여느 신도시들과 차별성이 없는 그저 그런 평범한 택지개발지역이 되었을 것이다. 물! 넓은 수면이 우리 생활공간 가까이 있다는 것은 왠지 모를 편안함과 활력을 준다.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표현되는 도시에서 물이 있는 곳은 도시 속의 여유공간이자 도시 생활의 쉼표가 된다. 그래서 도시 내에서 물이 있는 곳은 매력적인 공간이 되어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눈길을 돌려 청라국제도시 남쪽과 북쪽에서 흐르는 심곡천과 공촌천을 둘러보자. 하천은 깊고 흐르는 물은 많지 않다. 하천이 깊다는 것은 우리가 주로 생활하는 지표면보다 낮은 곳에서 물이 흘러간다는 뜻이다. 따라서 가까이 다가가기가 쉽지 않다. 우리나라는 기후 특성상 여름철에 장마나 태풍이 올 때 비가 집중적으로 내린다. 집중호우가 내릴 때는 하천 둑을 넘을 듯이 엄청난 물이 하천으로 몰려들지만 평상시에는 건천이라 넓은 수면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집중호우시 하천 범람을 막기 위해서는 깊고 넓은 하천 단면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비가 많이 오지 않는 계절은 적은 양의 물이 하천 가운데를 실개천처럼 흐른다. 하천 둑 위에서 볼 때는 아래쪽 깊은 곳에서 흘러가는 실개천이다보니 하천을 매력적인 공간으로 느끼기 어렵다.

최근 검토해본 하천기본계획들은 한결같이 이상기후에 따른 자연 재난의 위험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하천 폭을 넓히거나 둑을 더 높게 쌓는 어마어마한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이러한 계획이 실현되면 하천은 우리의 일상에서 점점 더 멀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하천변을 따라 공원이 길게 배치된 경우를 간혹 볼 수 있다. 공원 길을 따라 걷다가 문득, 공원과 하천을 하나로 합치면 어떻게 될까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보았다. 하천의 둑을 하천변에 있는 공원 경계까지 밀어내고 공원을 고수부지 형태로 낮은 지역에 만들면 어떻게 될까(공원에서도 물이 있으면 매력적인 공간이 된다)? 물론 홍수기에는 공원이 물속에 잠길 수 있다.

그렇다면 10년에 한 번 정도 찾아오는 홍수에 잠기도록 설계하면 어떨까? 홍수에 잠긴 하천변 공원을 10년에 한 번꼴로 깨끗이 청소하면 평상시에는 물 가까운 데 있는 공원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물 가까이 공원이 있으면 공원의 자연성도 더 높아진다. 아울러 하천의 단면이 넓어지는 효과가 있으니 하천 둑을 더 높이 쌓지 않아도 된다.

각종 개발 압력 때문에 하천 폭은 이미 줄일 수 있는 범위까지 모두 줄여 왔다. 하천변(소하천 포함)은 건물이나 도로, 경작지 등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하천변에 공원을 추가 확보하거나 하천 폭을 넓히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하천 전체 구간을 대상으로 사업을 확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므로 일부 구간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해보면 좋겠다. 도시 하천이 홍수 때 물을 바다로 보내는 기능 이외에 평상시 시민들이 즐겨 찾는 공원 기능을 갖기 위해서는 하천과 공원이 만나면 좋겠다. 하천과 공원을 통합설계하면 과거에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대안들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이 요즘 회자되는 융합적 사고가 아닐까하는 생각에서 몇자 적어본다.

 

/권전오 인천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