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 가족극단 노란리본 단원 김명임씨]
단원고 유족·생존자 가족 구성
2015년 첫 공연…3편 무대에
트라우마 치유·진실 규명 열연
“웃음 되찾고 살아갈 힘 얻었다”
▲ 수인이 어머니 김명임씨가 아이들의 수련회 기념 단체사진을 가르키며 활짝 웃어보이고 있다.
▲ 수인이 어머니 김명임씨가 아이들의 수련회 기념 단체사진을 가르키며 활짝 웃어보이고 있다.

단정히 교복을 차려입고 걸그룹 음악에 맞춰 춤을 춰댄다. 어딘지 모르게 어설픈 동작들에도 객석에선 연신 웃음이 터져 나왔다. 연극의 막바지에 이르러 더듬더듬 힘겹게 읊어간 대사엔 힘이 실린다. 관객들의 눈가에도 어느새 눈물이 송골송골 맺혀간다.

지난 2014년 4월을 등지고 지내온 지독했던 7년, 세월호 어머니들은 연극배우가 됐다. 실력으로 보나 경력으로 보나 부족한 것이 많은 배우지만 열정만큼은 어느 배우들 못지않다.

올해로 6년 차를 맞이한 4·16 가족극단 노란리본은 세월호 사건으로 희생된 단원고등학교 학생 유가족 6명과 생존자 가족 1명, 모두 7명으로 구성된 연극 공연단이다. 트라우마 치유를 위해 대본을 읽어오던 것이 지금은 전국 방방곡곡 무대를 누비며 희망의 전도사를 자처하고 있다. 수인이 어머니 김명임씨(54)도 첫 무대에 오르기까지는 수많은 고민이 뒤따랐다.

“대본을 읽는 것 조차 쉬운 일이 아니었죠. 저희 연극 대부분이 세월호와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리딩 연습을 하면서도 참 많이 울었습니다. 2015년 첫 공연 이후 200회 가까운 공연을 하면서 단원들은 연기에 익숙해졌습니다. 그런데도 유독 저는 울음을 잘 못 참는 편이네요.”

벌써 6년 차에 접어든 7명의 단원은 제법 배우티가 난다. 단원들 모두가 엄마들로만 구성된 탓에 남자, 여자 구분없는 역할을 그럴듯하게 소화해 낸다.

극단은 2015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을 다룬 '그와 그녀의 옷장'을 시작으로 2017년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에 이어 지난해 '장기자랑'까지 3편의 걸출한 작품을 배출해 냈다. 대개 작품들은 세월호를 모티브로 전개가 이뤄진다. 특히 첫 번째 작품 '그와 그녀의 옷장'은 김씨에겐 남다른 작품으로 다가온다.

“'연극 그와 그녀의 옷장'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우정과 사랑을 그리고 있죠. 거기에 비정규직 노동자인 엄마가 용역깡패업체에 취직한 아들에게 혹독하게 당하는 모습이 그려져요. 그것도 모르고 아들의 첫 출근을 기뻐하는 장면을 연기하는데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제 아들 수인이의 첫 출근을 참 많이 보고 싶었거든요.”

김씨를 비롯한 노란리본 단원들이 공연 무대에 나서게 된 까닭에는 트라우마 치유만을 위한 목적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웃들과 말다툼 한번 한 적 없는 평범하디 평범한 엄마들이었지만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사회와 맞서 싸울 힘을 얻기 위해 당신들만의 수단으로 연극을 택했다.

“제가 아이 곁으로 갈 때 해 줄 얘기가 없을까 봐 그게 제일 두렵더라고요. 분명 수인이가 먼저 물어볼 거 같은데 그때 아무 말도 못하게 될까봐 이대로 포기할 수가 없겠더라고요. 저희가 바꿔 놓지 않으면 가깝게는 저희 둘째 딸이 그렇고 나아가서는 또 다른 우리 아이들이 희생당할 수도 있다는 얘기거든요.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저희가 해결해야 될 일이라고 생각해요.”

웃음으로 울음을 지워 온 7년이다. 연극은 잃었던 그들의 웃음을 되찾게 했고 다시 한 번 살아갈 힘을 얻게 했다.

“아직도 여전히 세상과 단절한 채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계신 유가족분들이 계세요. 저희도 자식을 잃어봤잖아요. 밖으로 나오는 것과 나오지 않은 것은 참 많이 다르더라고요. 한 걸음만 용기를 내주세요. 언제든지 힘들 때 손을 내밀어 주세요. 그 손 꼭 잡아드릴게요.”

김명임씨는 단원 가운데 생존자 가족인 애진이 엄마, 김순덕씨의 특별한 사연도 전했다.

“애진이 어머니는 생존자 가족이라는 것 때문에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계셨어요. 다른 유가족 엄마를 돕고 싶다고 먼저 말한 사람도 애진 어머니셨죠. 미안한 마음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누구보다 헌신하고 가장 열심히 활동하고 계십니다.”

김명임씨는 애진이 엄마를 비롯해 4·16 가족극단과 함께 희망의 몸짓으로 슬픔을 극복해 나가고 있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

 

4·16 가족극단 노란리본은

2015년 10월 창단한 극단 노란리본은 세월호 사건으로 희생된 단원고 유가족 6명과 생존자 가족 1명, 모두 7명으로 구성된 연극 공연단이다. 처음은 연극을 통한 치유모임으로 시작했다가 2016년 극단으로 공식 창단했다. 이후 '그와 그녀의 옷장',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 '장기자랑' 등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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