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을 연고로 하는 프로야구팀인 SK에서 신세계로 바뀌었는데 프로스포츠팀 이름에 기업 명칭을 쓰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 말고는 별로 없을 듯싶다. 유럽이나 미국은 프로스포츠팀 이름에 지역이 들어가 있다. 예를 들면, 프로야구팀에 LA 다저스, 뉴욕 양키즈, 토론토 블루제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등 지역 이름이 붙어있고, 프로풋볼팀에도 달라스 카우보이, 샌프란시스코 49ers, 마이애미 돌핀스 등 지역명이 앞에 붙어있다.

마찬가지로 프로농구인 NBA팀 이름에도 LA 레이커스, 보스턴 셀틱스, 시카고 불스 등 지역 명칭이 앞에 나온다. 이런 현상은 유럽 프로스포츠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잘 아는 박지성이 뛰었던 영국 프로축구팀 이름이 바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고, 현재 손흥민이 소속된 팀 토트넘 홋스퍼 FC는 런던 북부에 있는 자치구 지역을 대표하고 있다. 그런데 일본 프로스포츠팀에는 기업 이름이 앞에 나온다.

프로야구팀 이름에 요미우리(신문사) 자이언트, 히로시마 도요(현재의 마쓰다) 카프, 주니치(신문사) 드래곤스 등 기업 이름이 나오고 있다. 별것을 다 일본을 따라하는 꼴이다.

필자가 도시학을 전공했으니 몇자 적는데, 프로스포츠와 도시는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도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활동들이 주도적_보조적 역할을 하는데, 프로스포츠는 도시 성장의 보조적 역할을 하는 주요 활동 가운데 하나다. 그래서 도시를 등급 매기는 방식 가운데 하나로서 지역에 소재한 인기 프로스포츠팀 수를 이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지역에 인기 프로스포츠팀이 하나 있으면 1성급 도시, 2개 있으면 2성급, 5개 있으면 5성급 도시로 도시 등급을 나타내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으로 한국의 인기 4대 프로스포츠인 야구, 축구, 농구, 배구의 연고지 팀 수에 따라 도시 등급을 표시하면, 서울은 8성급 도시(야구: LG, 두산, 키움, 축구: FC 서울, 농구: 삼성, SK, 배구: 우리카드, GS칼텍스)이며, 부산은 3성급 도시(야구: 롯데, 축구: 아이파크, 농구: KT), 인천은 5성급 도시(야구: 신세계, 축구: 인천 유나이티드 FC, 농구: 전자랜드 배구: 대한항공, 흥국생명), 대구는 2성급 도시(야구: 삼성, 축구: 대구 FC)로 등급이 매겨진다. 도시의 프로스포츠 등급만 보더라도 한국사회의 수도권 집중이 얼마나 심화되었는가를 알 수 있다. 어쨌거나 도시와 프로스포츠가 이런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는데, 스포츠팀 이름에 기업이 들어가 있으니 뭐냔 말이다.

팬들은 지역을 대표하는 스포츠팀이 좋아서 응원하는 것인데 왜 기업 브랜드가 앞에 나와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에 흠집을 내고 있나? 그동안 인천 프로야구팀이 좋아 SK와이번스를 응원했는데, 이제는 신세계로 마음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 도대체 뭐란 말인가? 그래서 제안하는데, 이제는 프로스포츠팀 이름을 지역 명칭으로 바꾸자. SK와이번스 아니라 인천와이번스였으면, SK에서 신세계로 구단주가 바뀌더라도 지역 이름은 계속 유지하며 사랑을 받을 것이다. 그래야 도시와 프로스포츠 사이에 긴밀한 관계가 유지되고,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프로스포츠로 성장할 수 있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아파트 이름에도 기업 이름이 붙어있는 나라다. 내가 기업에 소속된 사람도 아니고 사원 아파트에 사는 것도 아닌데, 내 동네의 정체성이 기업 브랜드로 대표되고 있다니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차제에 프로스포츠팀과 아파트 명칭에서 기업 이름을 뺄 것을 심각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김천권 인하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