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대학 입학할 때만 해도 소비에트 사회주의 연방공화국(소련)은 (러시아어 СССР 영어 USSR) 우리나라에서 금기의 단어였다. 모순되게도 톨스토이나 도스토옙스키 등 19세기 러시아 작가들은 한국에서 상당히 인기가 있었다. 소련 공산당은 괴물이고 도깨비였으며 우리가 머리에 뿔이 달린 북괴라고 호칭하던 북한의 종주국 정도로 생각했으며 '철의 장막'이라고 했다. 크렘린은 모든 악의 소굴이라고 여겼다. 갈 수도 없고 가본 사람도 없으며 간혹 서방의 극소수의 사람만이 다녀온 나라였다. 그런 나라에서 30여 년을 살다니…

1991년 미국 및 서방의 전략이었든 자체 붕괴였든 소련이라는 나라는 지구상에서 사라졌고 그 자리를 러시아공화국이 대신하고 있다. 구소련은 유럽 쪽으로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발트 3국) 동유럽으로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몰도바, 카프카스 쪽에 그루지야,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중앙아시아에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 등 모두 15개 공화국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구소련이 붕괴하며 1991년에 각자 독립해 15개의 독립국이 되었는데 그중 가장 부유한 나라가 발트 3국과 우크라이나였다.

구소련은 사회주의국가로 계획경제였다. 공화국마다 특성이 있었는데 우크라이나는 빵 공장, 벨라루스는 트랙터 공장, 카자흐스탄은 방사능 공장, 그루지야(조지아)는 코냑 공장, 몰도바는 포도주 공장, 우즈베키스탄은 목화 농장, 라트비아는 전자 공장, 러시아는 냉동 창고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요즘은 코로나 사태로 관광객이 거의 없지만 코로나 이전에는 알려지지 않은 나라로 발칸 반도와 구소련이 꽤 인기가 있었다.

구소련 지역 국가들은 발트 3국과 몰도바를 제외하고 대통령제를 택하고 있는데 러시아 푸틴(2000~2021 현재), 카자흐스탄 나자르바예프(1991~2019), 벨라루스 루카셴코 (1994~2021 현재), 투르크메니스탄 베르디무하메도프 (2006~2021 현재) 타지키스탄 라흐몬(1994~2021 현재) 등 장기 집권의 독재 형태이다.

우크라이나는 5년 중임 대통령제로 1991년 독립 후 지금까지 집권자가 2대 쿠추마 대통령 외 중임 이상 집권한 대통령은 없다. 2004년과 2014년 시위로 정권이 바뀐 적은 있지만 중앙아시아나 러시아 같은 장기 독재 정권은 아니다. 정치의 큰 폐해라면 동부와 서부를 가르고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정치인들 때문에 동서로 나뉘어 내분이 일어나는 것이다.

1867년 러시아제국은 720만 달러에 지금의 알래스카를 미국에 팔았다. 약 150만㎢, 우리 한반도의 10배가 넘는 땅이다. 우리나라는 조선시대 이후 국경의 변화가 거의 없었으나 유럽에서는 19~20세기 국경이나 영토 변화가 많았다. 러시아어는 베링해부터 유럽의 폴란드 옆 칼리닌그라드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소련은 1917년 사회주의 혁명으로 세계 최초의 사회주의 국가가 되어 공산당이 절대 권력을 휘둘렀다. 그리고 미국과 소련은 지구를 반으로 갈라 이념을 바탕으로 오랜 기간 동서 간 냉전을 벌였다. 양 틈바구니에서 한반도에서도 여러 일이 벌어졌고 소련이 지구상에서 사라진 지금도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아있다.

2021년, 소련이라는 나라가 사라진 지도 30년, 그 후 연방공화국은 15개의 나라로 각각 독립했고 많은 나라가 독재와 빈곤을 경험하고 있다. 그리고 구소련 지역에서는 우크라이나 내전, 러시아 그루지야 전쟁,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전쟁, 타지키스탄 내전, 체첸 분쟁 등 몇 차례 전쟁이 있었고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가 뒤섞인 이상한 형태의 정치 체제가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고려인'이라 불리는 우리 동포 50여만명이 구소련 지역 곳곳에 퍼져 있으며 오늘도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땅이다. 1991년 당시 소련의 운명을 갈랐던 미하일 고르바초프와 보리스 옐친은 1931년생 동갑으로 옐친은 2007년 사망했고 고르바초프는 90의 노인이 되었다.

 

/김석원 국립키예프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