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석의 지구촌]<982회> 종군기자가 본 수에즈 운하 (2)
[신용석의 지구촌]<982회> 종군기자가 본 수에즈 운하 (2)
  • 신용석
  • 승인 2021.04.08 17:29
  • 수정 2021.04.08 17:28
  • 2021.04.09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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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와 이스라엘의 전투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수에즈 운하 부근에서는 전투기들의 포격소리가 간간히 들렸다. 동행한 이스라엘 공보장교는 운하 남쪽의 도시 수에즈 부근에는 아직도 이집트군 1개 사단이 종전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임시휴전이 발효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나이 반도로 진격했던 이집트군 2개 사단은 항복하고 휴전에 임하고 있으나 간간히 저항하는 부대가 있다는 설명이었다.

▶1973년 4차 중동전에 종군하면서 텔아비브 프레스센터에 있는 400여 명의 종군기자중 8명의 풀기자로 선발되어 수에즈 운하를 건너 이집트 영토에서 긴장감이 도는 전선을 취재하는 것은 의미 있는 기회였다. 운하를 건너 이집트 땅을 밟는 순간 야자수가 무성한 대규모 오아시스가 연달아 계속되고 있었다. 수에즈 운하는 1967년 3차 중동 전쟁 이후 폐쇄되어서 통행하던 선박도 없는 사막지대에 있는 거대한 수로(水路)처럼 보였다.

▶동행한 공보장교는 수에즈시 쪽으로 운하의 중간지점이 되는 곳에 있는 그레이트 비터(큰 쓴물) 호수에 국방장관이 헬기편으로 오도록 예정되어 있다며 차를 몰았다. 갑자기 헬기 소리가 들려서 호수 쪽을 보니 이스라엘 국방장관으로 유명한 외눈의 모세 다얀 장군의 모습이 보였다. 뉴스 사진과 TV화면에서나 보던 교전국의 국방장관을 포성이 계속 들리는 전선에서 만난다는 것도 종군기자로서는 또 다른 행운이었다.

▶당시 58세의 다얀 장군은 의외로 짧은 키에 날렵한 체격의 소유자였다. 20대 때 프랑스 식민전쟁에서 왼쪽 눈을 잃은 다얀 장군은 필자를 포함한 국제 풀기자들에게 자신은 허락을 한 적이 없는데 최전선까지 온 것은 위반이라는 농담을 던질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일단 유엔이 결의하는 휴전에 교전 당사국들이 합의를 했으니 곧 총성도 멈출 것이라고 했다. 6년째 폐쇄되어 있는 수에즈 운하 중간 지점에서 운하 호수를 잠시 바라보던 다얀 장군은 “이번 전쟁에서도 이스라엘군은 이집트군에 대한 우월성을 과시했다”는 말을 남기고 헬기를 타고 떠났다.

▶하루 평균 51척의 선박이 통과하면서 전세계 교역량의 12%를 담당하던 수에즈 운하가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본호의 좌초로 차단되어 있다가 11일만에 정상화되었다. 이번 사태로 해운업계는 시간당 4억달러의 손실을 입었고 국제 석유가도 6%가 급등했다. 해운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은 컨테이너 2만개 이상을 적재하는 슈퍼 컨테이너선이나 원유 및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152년 전 운하 건설당시에는 상상도 못했던 초대형 그리고 특수 선박들의 등장 때문으로 진단하고 있다. 48년 전에 본 삭막했던 수에즈 운하와 슈퍼 컨테이너선의 좌초가 교차되는 지난 11일간이었다.

 

/신용석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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