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배경 둘러싸고 온갖 추측 속 “노동조합에도 소외감 느꼈다” 원성도
노동조합 “오해 벗고자 물러났을 뿐...해당 지도자들 모두에게 사과했다”

 

 

인천시체육회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 선거가 점입가경이다.

추진 과정에서 주먹구구•부실 행정의 민낯이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투표일이 미뤄진 것에서 더 나아가 직원 후보 5명 전원이 갑자기 사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게다가 이들의 사퇴 배경을 둘러싼 온갖 추측과 함께 노동조합(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인천지역본부 인천광역시체육회지회/이하 노동조합)이 도마에 오르는 등 여전히 뒤숭숭한 분위기다.

인천시체육회는 7일 저녁 선거인단에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 선출 투표 변경 알림’ 문자를 보냈다.

‘근로자위원 후보 총 8명 중 5명이 이날 오후 사퇴함에 따라 투표는 남은 3명에 대해 찬반을 묻는 형식으로 진행된다’는 내용이다.

그러자 이들 5명의 후보가 갑자기 사퇴한 배경을 놓고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또 노동조합에 대한 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사정은 이렇다.

이번 선거과정에서 노동조합은 조합원이 모여있는 밴드(BAND)를 통해 “조합원 수가 과반에 미치지 못해 별도의 노사협의회를 꾸려 직원 처우를 논의하고 있다. 이에 노조를 대표해 조합원 5명이 근로자위원에 출마하니 관심을 가져달라”는 내용을 지난달 30일 오후에 공지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파견지도자들은 자신들이 같은 노동조합 조합원임에도 이 밴드에 가입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우리는 밴드의 존재 자체를 아예 몰랐다”는 것이 이들의 하소연이다.

앞서 체육회가 피선거권이 있는 파견지도자들에게만 근로자위원 입후보 신청 안내문을 발송하지 않아 마음의 상처가 컸던 상황에서 이들은 다시 큰 충격을 받았다.

조합원이면서 동시에 파견지도자인 A씨는 “우리는 이번 선거 과정을 통해 체육회와 노동조합 양쪽에서 모두 소외를 당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속상하고 슬프다”고 털어놨다.

체육회 안팎에서도 “같은 조합원인데 이들이 밴드에 가입도 되어있지 않고 밴드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고 한다. 말이 되나. 노동조합이 어떻게 이럴 수 있나”라는 원성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이런 와중에 노동조합이 밴드에 출마 사실을 알렸던 5명의 후보들은 7일 오후 전격 사퇴를 결정했다.

이를 두고 “사과의 의미”라는 해석이 나오지만 일각에서는 “뭔가 감정적인 대응이라는 느낌도 든다”며 부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이에 노동조합 간부이자 이번 선거에 출마했다 사퇴한 B씨는 “사측과의 소통창구를 더 확보하고자 출마한 것이지만, 이번 선거과정에서 노동조합 또는 직원들이 지도자들을 배제하고 노사협의회를 장악하려 한다는 등의 오해를 생겨났다. 그래서 이를 깨끗하게 씻어내야 한다고 판단해 물러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이번 일로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 파견지도자분들 모두에게 전화해 사과했다. 소홀한 점이 분명히 있었다. 다만, 밴드에는 직원 조합원들 일부도 가입되어 있지 않다. 2년 전 밴드를 만들 당시 사측에서 위원장의 보직이 기획팀장이라는 이유로 자격을 문제삼아 노동위원회에서 다투는 중이었기 때문에 노사 관계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 직원 조합원 중에서도 일부만 가입했다. 그래서 공식적인 결정이나 공지는 밴드를 활용하지 않고 문자로 했다. 밴드는 보조수단이었다. 그러다 보니 꼼꼼하게 관리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지난해 하반기 신규 가입한 파견지도자 조합원들에게 이 밴드를 소개하고 알리지 않은 것은 우리 잘못이 맞다.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 정원은 3명∼5명이므로 출마 후보가 3명이어도 문제는 없다.

/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