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미화씨 등 광명 철산주공 주민 10여명
재건축 앞두고 이주 후에도 적극 보살펴
치료·수술 도움…입양·임시보호 물색도
▲ 주미화씨가 길고양이를 돌보고 있다. /사진제공=주미화씨
▲ 광명시 철산주공 8·9단지 재건축 현장에서 길고양이를 돌보는 주민들과 광명시·시의회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주미화씨

재건축·재개발로 서식처를 잃은 길고양이를 위해 주민들이 먼저 행동을 시작했다.

광명시 철산동 철산주공 8, 9단지는 재건축을 앞두고 지난해 이주가 끝났다. 철산 10, 11단지도 지난 1월26일 관리처분계획인가가 고시돼 곧 이주가 시작된다.

철산주공 8단지에 25년을 살았던 주미화씨는 재건축을 위해 인근 아파트로 지난 7월 이사했다. 하지만 그곳에 길고양이의 안부가 걱정돼 매일 사료와 물을 챙겼다. 8·9단지 가구의 이주가 완전히 끝나면서 출입이 통제되자 길고양이의 안전을 위해 주씨와 주민들은 조합 측과 협의를 통해 출입증을 받았다. 출입증을 제시해야만 현장에 접근할 수 있다.

길고양이를 위해 뭉친 10여명의 주민은 지난 3월부터 본격적인 포획에 나섰고 28마리를 구했다. 아프거나 임신한 고양이, 다친 고양이를 구한 이들은 '광명길고양이친구'와 힘을 모아 8단지 1층 상가에 계류장을 설치했다.

계류장은 조합 측에서 제공했다. 주민들은 아픈 고양이를 병원에 데리고 가서 수술했고, 항생제를 먹이고, 무료급식소로 잘 방사하는 등 한 마리의 길고양이를 살리기 위해 주민들은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렇게 진행을 하다 보니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아픈 고양이, 새끼 고양이, 새끼를 가진 고양이 등 다양한 고양이들이 포획됐다. 병원 치료에 입원, 퇴원 후 보낼 입양처와 임시보호처도 광명길고양이친구와 협력하면서 하나씩 풀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500만∼600만원이 소요된 병원비는 봉사자와 광명길고양이친구에서 함께 후원했고 모금을 시작했다.

주미화씨는 “사람이 더 좋은 환경에 살기 위한 개발을 하면서 길고양이는 무조건 죽일 수는 없다. 현재 스스로 나선 봉사자 10명과 계류장 관리와 병원 치료, 입양 등 모든 과정을 처리하려니 매우 힘든 것이 현실”이라며 “재건축을 앞둔 지자체는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길고양이를 위한 관심과 행정적 조치를 해야 할 단계”라고 강조했다.

/광명=장선 기자 now48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