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분석 등 과학기술 발달로
용의자 특정 성과 '보존' 중요성

최근 경찰이 경기지역에서 수십 년이 흐른 미제사건의 용의자를 특정하는 성과가 이어지면서 '미제사건 수사기록 보존'의 중요성이 다시금 재조명되고 있다.

7일 안산단원경찰서는 강도살인 혐의를 받는 A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A씨는 20년 전 안산 단원구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됐다.

2001년 9월8일 오전 3시쯤, 신원미상의 남성 2명이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의 한 연립주택에 건물외벽을 올라 침입해 B씨의 남편을 살해하고 돈을 훔쳐 달아났다.

당시 일당은 잠든 B씨를 깨워 손을 결박한 후 돈을 훔치려다가 잠에서 깬 남편을 흉기로 살해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범행 도구 등을 확보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DNA 분석을 의뢰했으나 당시 과학기술로는 용의자의 DNA를 검출할 수 없었다.

인근 폐쇄회로(CC)TV에도 용의자의 모습이 찍히지 않아 수사는 진척 없었다.

경찰은 그로부터 20년이 흐른 지난해 6월 단서를 포착했다. 경찰은 당시 수사기록을 분석하면서 보관 중이던 현장 증거물을 국과수에 보내 DNA 검사를 의뢰했다.

또 두 달 후인 8월에도 피해자를 결박할 때 쓰인 도구에서 A씨의 DNA가 검출됐다.

DNA뿐 아니라 수사기록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경찰은 기록과 용의자의 진술 등을 대조하면서 수사를 이어갔다.

경찰은 A씨를 검찰에 넘긴 데 이어 일당 1명도 추적하고 있다.

하루 앞선 6일 일산에서도 13년 전 성폭행 용의자가 특정됐다. 2008년 7월 고양시의 한 상가건물 여자화장실에서 50대 여성이 괴한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당시 경찰은 범행 직후 달아난 용의자를 잡지 못했다. 피해자에게 남아있던 DNA를 국과수에 보내 데이터베이스로 보관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이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숨진 상황이어서 해결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실마리가 풀렸다. 올해 초 한 가정집 절도신고 현장에서 채취한 DNA와 2008년 용의자 DNA가 일치한 것이다.

경찰은 수사기록을 뒤져가면서 당시 피해자 진술과 용의자 인상착의, DNA 결과 등을 토대로 C(29)씨를 추궁했다. 결국 C씨는 자신의 범죄를 실토했다.

경찰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C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대표적 장기미제사건인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DNA 분석기법으로 범행을 밝힌 것을 보고 수사를 이어왔다”며 “DNA와 수사기록을 토대로 용의자를 추궁해 혐의를 입증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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