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마다 재계약 맺어야 하는
영어회화강사 고용 불안에 떨어

2017년 7월 기준 4729명 가운데
2018년 3월1일까지 20명 전환
민노총 “전환 직종, 기관 멋대로”
관계자 “공무직 채용, 현실 한계”

기간제 노동자 4729명, 파견·용역 노동자 1319명, 총합 6048명.

인천시교육청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수다. 교육기관인 학교와 교육청은 이처럼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을 주춧돌로 굴러간다.

2010년부터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쳐 온 영어회화전문강사 A씨. 그는 한 학교에서 10년 가까이 근무했지만 여전히 '기간제 선생님'이란 꼬리표를 달고 산다. 그는 짧게는 1년, 길게는 4년마다 극심한 스트레스와 불안에 시달린다. 계약직 노동자다 보니 일정 기준의 평가를 거쳐 매년 학교장과 재계약을 맺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4년 기준으로 신규 채용 절차를 밟아야 한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영어회화전문강사의 계속 근무 기간을 4년으로 정하고 있다. 그래서 교육기관들은 4년마다 신규 채용 절차를 거치며 기존 선생님들의 정규직 전환을 피해가고 있다.

학교는 영어회화전문강사 채용 공고를 띄우고 강사들은 학교와 계약을 다시 맺으려면 여기에 응해야 한다. 어제의 동료 직원들이 오늘은 면접관으로 바뀌고, 같은 일을 하던 영어회화 강사들은 채용 경쟁자가 된다.

A씨는 “신규 채용 시험은 대개 2월 말에 보게 되는데 가장 마음이 시린 시기”라며 “형식적인 채용 절차가 아닌 아주 엄격한 시험이라 영어회화전문강사들은 항상 고용불안에 떨고 있다. 살아남기 위해 동료 강사들과 경쟁해야 하는 현실이 잔인하다”고 말했다.

2017년 7월 기준 인천 영어회화강사들은 149명에 달한다. 이들은 정부 공공 부문 정규직화 정책을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했다.

시교육청의 기간제 노동자 정규직 전환율은 상당히 낮다. 52개 직종 기간제 노동자 4729명 중 정규직으로 전환된 인원은 7개 직종 21명(중도퇴직 1명 포함)에 그친다.

이마저도 해당 직종 기간제 노동자 전원이 전환된 것이 아니다. 가령 정규직 전환 직종 중 '청소원'을 보면 기간제 청소원 41명 중 5명만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나머지는 6명은 고령이란 이유로, 29명은 일시·간헐적이란 이유로 전환 대상에서 뺐다.

청소원 직종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이들 기간제 외 정규직으로 분류되는 '무기계약직'들도 10명 있다. 다시 말해 시교육청은 같은 업무(직종)를 부과하지만 어떤 노동자는 정규직으로, 어떤 노동자는 비정규직으로 쓰고 있었다.

이진호 민주노총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인천지부 조직국장은 “정규직 전환 직종을 매우 보수적이고 기관 입맛에 맞게 잡았고 논의도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며 “그때 그때 기간제 노동자들을 뽑아 쓰다가 정리가 안 돼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 교육기관임에도 책임 의식이 없다. 새로운 직종이 상시지속업무로 인정 받은 사례는 없고, 같은 직종 안에 무기·계약직이 섞여 있던 걸 정리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기간제 분들은 대부분 정규직 인원의 휴직·결원으로 채용되거나, 갑작스런 업무 폭증 등으로 (일시·간헐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정규직 전환 대상 자체가 적다”며 “전국에서도 인천시교육청이 정규직화를 가장 빨리, 그리고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노동조합에서는 아예 기간제를 쓰지 않고 애초 공무직을 뽑아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주영·김원진·이창욱 기자 chuk@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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