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공원, 2010년.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둘이 걸어요” 이맘때가 되면 어김없이 버스커버스커의 노래 '벚꽃엔딩'이 여기저기서 울려 퍼진다. 벚꽃잎이 휘날리는 아름다운 이 거리를 걷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던 날들이 있었다. 올해는 시작도 하기 전에 그야말로 '벚꽃 Ending'이다.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 일상이었는지 새삼 생각하는 2021년의 봄이다.

고려시대 때 부처님의 원력으로 몽골군의 침입을 막기 위해 팔만대장경을 조판했다. 대장경 나무 원판의 60% 이상이 산벚나무로 만들어졌음이 최근 전자현미경을 이용한 조사에서 밝혀졌다. 일반적으로 나무는 껍질이 세로로 갈라지는 데 벚나무 종류들은 가로로 갈라지면서 표면이 매끄러워 목판인쇄의 재료로 사용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몽골군이 점령한 육지에서 몰래 벚나무를 베어내 가까운 강물과 바닷길을 이용해 강화도로 옮겨와 판각했다.

우리 땅에서 자란 우리 나무로 외세의 침입을 막는데 쓰였다는 사실이 당연하면서도 자랑스럽다.

인천은 예년보다 열흘가량이나 빠른 4월 3일부터 활짝 꽃을 피웠다. 비가 온 뒤 맑게 갠 청명한 거리마다 아름다운 벚꽃이 수를 놓았다. 오랜만에 마스크에서 벗어나 콧바람 좀 쐬고 싶었던 시민들의 발걸음이 밖으로 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먼발치에서 벚꽃을 감상할 수밖에 없었다. 한꺼번에 많은 인파가 모여들 것을 염려한 인천시 당국은 4월3일 토요일부터 4월11일 일요일까지 벚꽃 명소인 인천대공원과 월미공원 등을 잠정 폐쇄했다. 시민들은 수봉공원과 굴포천 등 가까운 곳으로 발길을 돌려 조금이나마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벚꽃은 봄과 순결을 상징한다. 아름답고 순수한 벚꽃을 곁에서 보지 못한 채 '벚꽃 엔딩'을 맞는 이런 참담한 일이 올해가 마지막이길 기원한다. 나라를 지키는데 쓰였던 벚나무가 그 원력을 발휘해 바이러스도 막아내는 '코로나 엔딩'의 봄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김성환 포토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