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발나비. /사진자료=국립생물자원관

사람들은 누구나 계절이 바뀌는 시기가 되면 온몸으로 계절의 감각을 느낀다. 특히 봄에 대한 감각은 우리 모두에게 특별하다. 겨우내 춥고 무거웠던 기억들이 봄과 함께 따뜻하고 가벼운 기대감으로 파릇파릇 돋아난다.

봄을 맞이하는 긍정의 감정을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사람들은 저마다 봄의 감각을 색다르게 느낀다. 주로 아름다운 봄꽃들의 색감과 땅을 뚫고 올라오는 푸릇푸릇한 새싹들과 함께 봄의 상징인 나비들의 상상을 더하기도 한다. 이런 봄의 다채로움에 나비가 가장 먼저 봄의 소식을 알리며 봄꽃들 주변을 날아다닌다. 네발나비다.

비슷한 시기에 나타나는 노란색의 멧노랑나비처럼 화려하지 않고 오히려 눈에 띄지 않기를 바라며 자기를 보호하려는 듯 어두운 적갈색 몸에 검은 점이 박혀있는 날개가 네발나비의 특징이다. 우리 주변 어디서나 자주 볼 수 있어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지만 다른 생명들보다 봄의 따뜻함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생명체다.

네발나비는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주변 동아시아 지역에서도 볼 수 있다. 네발나비라는 이름이 암시하듯 언뜻 보기에 다리가 4개인 것처럼 보이지만 다리가 네 개만 있는 나비는 아니다.

곤충은 기본적으로 6개의 다리를 가지고 있다. '네발'이란 이름이 붙여진 것은 앉아 있을 때 다리가 4개만 보이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짧은 앞다리 두 개는 특이하게 목 뒤쪽으로 접고 있어서 잘 보이지 않을 뿐 없는 건 아니다.

네발나비는 추운 겨울을 성충으로 보낸다. 여름 늦게 성충이 된 네발나비는 꽃의 꿀이나 가을 과일에서 당분을 충분히 먹고 긴 겨울을 보낼 장소를 찾는다.

마른 나뭇가지 같은데 매달려 동면에 들어가지만 배고픈 새들에게 발견된다면 그 결과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 면에서 네발나비의 색은 성충으로 겨울을 나는 데는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겨울을 보내려고 선택한 장소가 한겨울의 찬바람과 폭설을 제대로 막아주지 못하면 봄을 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할 수도 있다. 지난 겨울처럼 추운 날이 길어지고 눈이 많이 오면 살아남은 숫자가 줄어들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긴 겨울의 고된 시간을 버티고 살아남은 나비만이 봄볕의 햇살 아래 아름다운 꽃밭을 누릴 자격을 얻게 된다.

네발나비의 유충은 하나의 식물만 먹는 편식쟁이다. 환삼덩굴! 우리나라 어디를 가도 만날 수 있는 흔한 덩굴식물인데 다른 식물의 생존을 위협하기까지 하는 생태계 교란생물이다. 네발나비 유충은 환삼덩굴 잎 뒷면에 붙어서 잎을 조금씩 먹으며 덩치를 키워간다. 몇 번의 탈피를 거쳐 번데기가 되어 다시 날아오를 준비를 한다.

이렇게 태어난 네발나비는 다시 한번 산란을 하고 또 한번의 번데기를 거치고 성충이 되어 다가오는 겨울을 다시 준비하게 된다.

어느 생물이나 마찬가지겠지만 화려하게 보여 주변의 이목을 끄는 종들이 있고, 있는 듯 없는 듯 살아가는 종들도 있지만 이들 모두 생태계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

이른 봄 며칠 날씨가 따뜻해지면 아직 잠이 덜 깬 네발나비들이 가끔씩 날아다니기도 한다. 필자는 겨울의 끝자락 즈음 햇볕 좋은 곳에 앉아 멍하니 메마른 들판을 바라보다가 마른 나뭇잎이 바람에 날리듯 움직이는 네발나비를 보게 되면 드디어 이 긴 겨울이 끝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우리 생태계를 지탱해주는 잘 보이지 않는 생명들에게도 관심을 가진다면 이 어려운 봄이 조금 더 여유롭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변혜우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