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서쪽에서 온 모래바람과 공포의 바이러스까지, 따스한 봄을 빼앗긴 지 벌써 두 해째다. 하염없이 오르는 집값과 떨어질 줄 모르는 실업률은 서민과 청년의 희망을 앗아가고 세계 꼴찌의 출산율과 부동의 1위인 자살률은 그 순위를 내 줄 기미가 없다.

코로나19는 지역·분야 간 갈등, 계층 간 빈부격차를 한층 심화시켜 문명사의 큰 변곡점을 만들 것이라고 한다. 사람 사이를 멀어지게 하고 적지 않은 일자리를 없앨 것이다. 노동소득과 자산 불로소득의 격차는 부의 선순환을 막아 대다수 인류에게 절망과 고통의 시대가 될 것이라 한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위기극복의 대안을 큰 정부의 귀환에서 찾는다. 국가의 보다 적극적인 개입이 없이는 현재의 사회체제가 큰 위기를 맞을 것이기 때문이다.

큰 정부의 핵심은 복지의 확대다. 복지 확대정책에 대한 저항은 계층 간 연대를 방해하고 신자유주의 사조를 유지하고자 하는 기도로 나타난다. 가진 사람들은 세금인상 없이 소유한 자산가치가 오르기만 바라고, 전문가집단은 직종의 이익을 앞세워 필요한 만큼 수를 늘리거나 공공적 인재양성 구조를 만들려는 시도에 극력 반발한다.

불필요한 고속도로와 운하 파기에 수십조원을 쓸망정 공공복지 확충에 쓸 예산은 없다. 복지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11%로 OECD평균(20%)은 물론 복지지출이 가장 적은 미국(18.7%)보다도 적다.

공공주택과 보육시설 비중도 세계 최하위권이며 공공병원 수와 질은 입에 올리기조차 부끄러울 정도다. 7번째 3050그룹에 속한 GDP 세계 10위의 나라지만 진정 국민을 위한 복지에 쓸 재원은 없다고 엄살이다.

보건의료 분야는 당연히 포스트코로나 변혁의 핵심이다. 사적·영리적 의료는 감염병 재앙에 속수무책이었음이 밝혀졌고, 공공의료 종주국에서조차 공공의료 강화가 한층 가열하게 진행 중이다. 우리는 건국 이후 공공의료 확충을 위한 제대로 된 노력을 해본 적이 없다. 일제강점기에 세운 공공병원(자혜의원)이 지금 있는 지역거점 공공병원과 40개 안팎으로 엇비슷할 정도다.

종합병원의 최소 규모라는 300병상을 넘는 병원이 불과 7개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대부분 시민의 접근이 어려운 곳에 위치해 있다. 환자의 직접부담 의료비가 전체의 32.5%로 일본의 3배에 달하며 재난적의료비 경험 가구가 OECD국가들의 5배가 넘어 질병으로 인한 가계파탄이 줄지 않고 있다. 민간실손보험은 납부원금의 74%밖에 돌려받지 못함에도 의료비 개인부담에 대한 공포를 틈타 가입자를 늘리고 과잉의료 이용의 주원인이 되고 있다.

의사 수는 인구수 당 평균의 60%대에 불과하지만 그마저도 편하고 이윤 높은 분야로 몰려 생명을 다루는 필수분야 의사를 찾기가 어렵다. 전체의 1%에 불과한 지방 공공병원이 80%의 코로나19환자를 치료했다. 다른 나라의 수백분의 일 밖에 되지 않는 환자발생에도 의료붕괴의 위기를 맞을 뻔한 이유가 턱없이 부족한 공공병상과 인력 때문임을 뻔히 알면서도 팬데믹에 관련한 천문학적 예산 속에 공공병원 확충 예산은 미미하다. OECD 평균의 3배에 달하는 총 국민의료비 증가속도를 제어하고 국가재정의 효율적 사용을 위해서도 공공의료 강화는 필수적이다. 공공의료 강화 없이 포스트코로나 대비는 불가능하며, 공공병원 확충이 그 핵심이다.

우리 인천은 면적이 넓고 많은 섬을 가진데다 공해유발시설이 많아 시민의 건강수준이 낮은 도시다. 이런 취약성 때문에 시민의 건강을 지키는 튼튼한 지역거점 공공병원이 더욱 많이 필요하다. 공공병원 확충의 열기가 전국을 달구고 있다. 공공의료의 중심은 화려한 대형병원이 아니라 지역에서 시민과 함께하는 거점공공병원이다.

지금 11군데 지자체에서 공공병원 설립이 진행 중이고, 또 같은 수만큼 지역에서 신설 의견을 모으고 있다. 현 정부의 공공의료종합계획에서도 인천에 4개의 공공의료원이 필요하다고 한 바 있다. 모처럼 맑은 하늘이 새롭다. 황사를 잠재운 봄비처럼 포스트코로나를 준비하는 공공의료 확충의 차분한 시작이 화사한 인천의 봄을 다시 불러오리라 믿는다.

 

/조승연 인천의료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