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5일까지, 송도 ‘이너트론갤러리’ 초청
“나는 그림으로 세상과 소통하길 바란다”
㈜이너트론 조학래 대표(왼쪽)와 황성제(23∙사진 오른쪽) 자폐장애 로봇 청년작가.

인천에서 보기 드문 자폐장애작가 미술전시회가 1일 송도국제도시 이너트론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이너트론 조학래 대표는 회사 로비에 상설된 이너트론갤러리(연수구 하모니로 301)에서 오는 15일까지 황성제(23∙사진 오른쪽) 자폐장애 로봇 청년작가의 ‘Only my Dream’ 초대개인전을 연다.

이번 전시회는 청년작가 레지던시 문화예술지원 사업 등 평소 문화예술 지원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꾸준히 실천해온 조 대표의 초청으로 성사됐다.

황 작가는 고도의 집중력으로 1만6000여개의 독창적인 로봇캐릭터를 창작하고 이름, 필살기 등을 스케치북에 기록해온 독특한 자폐장애작가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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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라면1(80X100cm 아크릴, 2020)

전시작품은 수백개의 로봇 캐릭터가 등장하는 ‘함께라면’(아크릴)을 비롯해 ‘여행’, ‘행복’, ‘Rainstorm’ 등 14개 작품이다.

이너트론 조 대표는 “지난 2일은 세계자폐인의 날이었다. 장애인들도 뛰어난 재능을 발휘할 수 있고, 그에 따른 안정적인 일자리 지원도 필요하다”면서 “이번 전시작품을 모두 구입해 작가의 창작 환경을 도울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황 작가는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를 보다가 재밌고 멋진 장면을 보면 나만의 캐릭터를 그리게 되고, 캐릭터들의 즐겁고 행복한 모습을 화폭에 담아, 보는 사람들도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황성제 작가는 제30회 대한민국 장애인 미술대전에서 특선을 받았다. 지난해 외교부가 주최한 남태평양 14개국 ‘섬을 그리다’ 전시회에 초대됐으며, KT&G ‘Over the Rainbow’ 작가로 선정돼 홍대∙춘천∙부산 순회전에 참가하는 등 40여회의 개인전, 그룹전 등을 펼쳐왔다.

Hellstorm Robot master (캔버스, 마카, 61X73cm)
Hellstorm Robot master (캔버스, 마카, 61X73cm)
Rainstorm(61X73cm 아크릴, 2020)
Rainstorm(61X73cm 아크릴, 2020)
Roleplay(61X73cm 아크릴, 2020)
Roleplay(61X73cm 아크릴, 2020)

▲황성제 작가와 그의 어머니, 그리고 조학래 대표

황성제 작가에게 자폐는 장애가 아니라 무한한 창작의 숨겨진 무대였다.

전시회를 열고 있는 이너트론갤러리 카페에서 만난 황 작가는 오늘도 새로운 로봇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앉아있는 어디에서나 그림을 그린다. 황 작가에게는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1999년생, 부산과학기술대 도예과에 재학 중인 황 작가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작품 활동에 나서고 있다. 자폐 특성상 그에 대한 그림 이야기는 어머니 김금자 우리아트 대표(한국자폐인사랑협회 부산지부 운영위원)의 도움이 뒤따랐다.

김 대표는 “어릴 적 아버지의 직장을 따라 장거리 비행에 나설 때, 가만히 있지 못하는 어린 그에게 종이와 색연필을 쥐어준 것이 작가가 될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황 작가는 고2 시절, 부산 기장장애인복지관에서 진행한 Communication through Art(C-Art, 씨앗) 발달장애인 전문작가 육성 프로젝트에 참가하면서 작가로 첫 발을 디뎠다. 어머니 김금자 대표는 “자폐장애인은 사회성이 발달되지 않아 고립된 생활을 하게 된다”면서 “장애예술인의 취업은 상상할 수도 없어 평생 전업작가로 살아가기란 매우 어려운 환경”이라고 말했다. 이번 이너트론 조학래 대표의 초대처럼 작가 지원의 기회가 확대돼 여러 곳에서 전시회가 열리는 등 작가와 작품 저변이 확대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황 작가가 그려낸 1만6000여개의 로봇캐릭터는 어느 하나 똑같은 것이 없다. 친구들과 잘 어울릴 수 없는 황 작가로서는 이 캐릭터 하나하나가 소중한 친구라고 한다. 자신만의 세상을 캔버스에 옮긴 셈이다.

지난해 11월에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주관한 기업과 작가간의 콜라보 패션마스크 제작에 황 작가의 작품 3개가 선정돼 미국 뉴욕 오프라인 팝업스토어와 유럽으로 수출되기도 했다.

이번 황성제 작가의 인천 전시는 무엇보다 조학래 이너트론 대표의 문화예술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됐다.

조 대표의 회사는 출입 로비부터 각 층마다 작품을 전시해 무선 통신장비 제조업체라기보다는 갤러리에 온 느낌이 컸다. 조 대표는 수년 전 회사 일부를 청년작가 5명에게 레지던시 공간으로 내주고 물심양면으로 작품활동을 지원했다. 이 때 활발한 작품활동을 한 김영진 작가의 ‘자유소생도’가 최근 인기 방영된 ‘펜트하우스’ 드라마에 등장해 관심을 끌었다.

이너트론 로비의 갤러리와 카페의 문화 향기처럼 자폐장애작가들의 안정된 작품활동이 이뤄지고 세상 밖으로 나오길 바란다.

“나는 그림으로 세상과 소통하길 바란다.” 순간순간 탄생하는 로봇캐릭터를 친구로 둔 황성제 작가의 작품세계다.

 

/김형수 논설주간 khs@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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