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랜더스 창단식. /사진=연합뉴스
SSG 랜더스 창단식. /사진=연합뉴스

첫 단추부터 잘못 낀 인천연고 프로야구단 'SSG랜더스'다. 인천 연고지 구단이 창단식을 서울에서 열었으니 마음이 콩밭에 간 비둘기와 다를 바 없다. 인천팬들에게 더 큰 실망감과 상처를 주기 전에 인천을 떠나야 하는 것 아니냐는 거센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랜딩기어만 '쓱' 인천에 내리고 서울에 착륙하는 패싱 연고지 인천이 되고 말았다. 해외 선진 구단에서조차 찾아볼 수 없는 유체이탈의 전형이다. 프로구단이 연고지역을 두고 출범하는 배경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활동이 전제된다. 지역주민들과의 상호협력적인 관계가 곧 기업 이미지와 이윤 증대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홈구장 문학경기장을 '행복드림구장'에서 'SSG랜더스 필드'로 바꾸었을 때도 매우 이기적인 기업의 속내가 드러나 보였다.

그제 (사)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인천경실련 등 시민단체가 'SSG랜더스, 서울 창단식을 인천시민들에게 사과하라'는 뼈아픈 성명을 내놨다. 이들은 “호남·영남지역 구단이라면 서울 창단식을 생각조차 못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마디로 “인천시민을 우습게 본” 처사라는 것이다. 구단 측은 “서울 시범경기 일정상 부득이했다”는 궁색한 변명에 그쳤다.

그동안 인천 시민사회는 지역 현안에 대한 국가 정책에서의 홀대에도 맞서왔다. 그나마 스포츠는 정치에서 자유로운 영역이라고 인식됐지만 랜더스의 서울 창단식은 정치적 행위처럼 보였다. 인천이 정치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기업이 이윤에 몰입해 양적 성장을 추구하던 시대는 지났다. 대기업들은 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개선 등 투명 경영을 강조하는 ESG 경영전략을 화두로 삼고 있다. 사회적 책임과 가치는 소비자 만족, 지역사회 자선·기부 등을 통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성과와 밀접하다.

그래서 인천의 성장과 지역사회의 가치 실현은 구단을 맡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에게 주어진 의무이고 책임이었다. 스스로 자발적으로 실천해야 할 의지이고 실천 과제라는 의미다. 몸만 인천에 두고, 마음은 서울로 간 창단식은 인천 홀대다. 인천 연고 랜더스의 창단식이 왜 서울에서 열려야 하는가. 민심의 응어리는 오래 남게 된다. 연고지 구단이라면 인천의 자존감과 시민의 자존심을 창단 정신에 당연히 새겨둬야 한다.

/인천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