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일보 평화연구원] 지구를 위한 1시간, 우리를 위한 1시간 "잠시 쉬어갑니다"
[인천일보 평화연구원] 지구를 위한 1시간, 우리를 위한 1시간 "잠시 쉬어갑니다"
  • 정찬흥
  • 승인 2021.03.31 18:40
  • 수정 2021.03.31 19:08
  • 2021.04.01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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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국제공항과 송도국제도시를 연결하는 인천대교 주탑 조명이 ‘지구 시간’ 행사가 진행된 3월 27일 밤 8시30분부터 한 시간 동안 모두 꺼졌다. 사진 윗쪽은 불이 꺼지기 전, 아랫쪽은 불이 꺼진 인천대교 모습이다. /사진제공=인천대교(주)

3월의 마지막 토요일이었던 지난달 27일 밤 8시30분 인천대교 주탑을 호화롭게 수놓던 조명들이 한 시간 동안 꺼졌다.

같은 시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과 행정안전부 서울정부청사, 세종청사, 국립중앙박물관, 중앙과학관, 서울시청의 전등도 '꼭' 필요한 곳을 제외하곤 모두 꺼졌다.

서울의 랜드 마크인 N서울타워와 서울시청은 물론 부산의 부산항 대교, 영화의 전당, 부산시청도 전등 스위치를 내렸다.

매년 마지막 주 토요일 8시 30분부터 9시 30분까지 한 시간 동안 건물의 불을 끄는 '지구시간(Earth Hour)'에 동참하기 위해서다.

 

세계 최대의 자연보전 캠페인 '지구시간'

'지구시간'은 세계적 비영리 환경보전기관인 '세계 자연기금(WWF, World Wide Fund For Nature)'이 기후위기와 환경파괴의 심각성을 알리고 변화를 촉구하기 위해 진행하는 행사다.

지난 2007년 'WWF 호주'에서 처음 시작한 이 행사는 190여 개국 7000여 개 도시가 참여하는 세계 최대의 자연보전 캠페인으로 자리 잡았다.

프랑스 에펠탑, 일본 도쿄 스카이트리, 홍콩 빅토리아하버, 이탈리아 콜로세움, 나이아가라 폭포 등 전 세계 1만8000여 개의 랜드 마크들이 '불끄기'에 행사에 참여한다.

 

인천의 대기질, '전 세계 최악' 기록

지난 29일 우리나라를 뒤덮은 황사로 인해 전국적으로 황사경보와 미세먼지 경보가 내려졌다. 2010년 11월 이후 10년만의 일이다. 이날 인천의 대기질 지수는 오전 한때 전 세계에서 가장 나쁜 것으로 기록됐다.

몽골과 중국의 강수량 감소와 사막화로 인해 발생한 황사는 국내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겹치면서 크게 악화됐다.

황사에 포함된 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미세먼지는 호흡기 질환은 물론 간, 비장, 중추 신경계, 뇌, 심지어 생식 기관까지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최근 베이징대 연구소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10㎛(㎛은 백만분의 1미터) 올라가면, 불임 가능성이 20%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OECD는 2016년 “대한민국이 대기오염에 추가 대응을 하지 않을 경우, 오는 2060년이 되면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사망률이 OECD 국가 중 1위가 되고 경제피해도 가장 클 것”이라고 밝혔다.

 

전세계에서 기상 이변 속출

지난달 초에는 강원지역에 16년 만에 최고 수준인 90cm의 폭설이 쌓여 700여대의 차량이 8시간가량 고립됐다.

지난 1월 8일 서울에서는 20년 만에 최저인 영하 18.6도로 떨어졌다가, 보름 뒤인 1월 24일에는 1932년 이후 89년 만에 최고 기온(13.9도)을 보이는 이상 기온 현상이 발생했다.

지난해에는 역대 최장기간인 54일간 장마가 계속됐다. 평균 장마 기간 32일에 비해 무려 22일이 늘어난 기록이다.

이 같은 이상이변은 전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지난 2월 최저 기온이 영하 3.3인 미국 텍사스에 영하 22도의 혹한이 몰아닥쳤다. 이에 앞서 미국 전역에 한파가 불어 닥치면서 6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영국은 2월 11일, 일부 지역의 기온이 영하 23도까지 떨어졌다. 1995년 이후 26년 만에 가장 낮은 기온이었다.

인도 북부 지역에는 2월 7일 빙하가 호수로 떨어져 댐과 수력발전 시설을 붕괴시켰다. 이 사고로 마을과 도로 등이 물에 휩쓸리면서 최소 200여 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1월 17일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일부지역의 기온이 50년 만에 영하로 떨어졌고, 아프리카 알제리의 사막마을도 최근 3년 째 계속 영하의 기온을 기록해 주변 사막이 흰 눈에 뒤덮였다.

▲ 세계자연기금(WWF)이 주관하는 지구촌 전등 끄기 캠페인 '어스 아워(Earth Hour)'가 열린 2020년 3월 28일 저녁 서울 용산구 남산 N서울타워의 조명이 켜진 모습(왼쪽)과 꺼진 모습(오른쪽). /연합뉴스
▲ 세계자연기금(WWF)이 주관하는 지구촌 전등 끄기 캠페인 '어스 아워(Earth Hour)'가 열린 2020년 3월 28일 저녁 서울 용산구 남산 N서울타워의 조명이 켜진 모습(왼쪽)과 꺼진 모습(오른쪽). /연합뉴스

2030년, 인천인구 40만 물에 잠겨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지난해 8월 12일, '2030년이 되면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 및 이상 기후현상으로 대한민국 국토의 5% 이상이 물에 잠길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침수피해는 인천과 서울, 경기지역에 집중돼 인천 남동구 18만2천 명, 서구 18만 명이 피해를 입고 인천공항도 물에 잠길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지구시간을 주관하고 있는 WWF는 지난해 9월 발간한 '지구생명보고서 2020'을 통해 “1970년부터 2016년까지 척추동물의 2/3가 감소했다”고 밝혔다.

주요원인으로는 기후변화와 인간에 의한 서식지 파괴, 무분별한 토지 및 자연자원 사용, 야생동물 불법 거래 등이 꼽았다.

미국 스탠퍼드대 폴 에를리히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6월 “지구에서 현재 6번째 대멸종이 진행되고 있으며 멸종 속도가 더 빨라져 향후 20년 안에 육지 척추동물 500여종이 멸종할 위기에 놓여 있다”고 경고했다.

 

기상 이변의 최대 원인은 '기후 위기'

지구를 위협하는 기상이변과 생물종의 감소와 같은 환경재앙은 '기후 위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태양으로부터 지구에 도달하는 에너지는 빛의 형태로 지구로 들어온 뒤, 이중 상당 부분은 우주로 반사돼 되돌아 나간다.

그런데 대기 중에 존재하는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 등 온실가스가 우주로 나가야 할 열을 흡수해 지구의 온도를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한다.

하지만 인간이 과도하게 만들어낸 온실가스로 인해 지구의 온도가 계속 높아져 기후 위기를 초래하게 된다.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지구가 지난 1만년 동안 자연적으로 증가시킨 이산화탄소 양이 0.01%인데, 인간이 지난 100년간 같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고 설명한다.

조 전 원장에 따르면, 이산화탄소는 1초에 히로시마에서 터진 원자폭탄 5개의 열량을 붙잡고 있으며, 하루 동안 40만 개의 원자폭탄에서 방출하는 열량을 지구에 가둬둔다.

이 에너지가 바로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구 기온 상승에 따른 생태계 변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는 산업화가 시작된 1850년부터 2018년까지 지구평균온도가 1.2도 상승한 것으로 분석했다.

IPCC가 지난 2018년 10월 인천 송도에서 개최된 제48차 회의에서 채택한 평가보고서는 현재의 지구온난화가 지속될 경우 2100년에는 최소 3도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지구온도가 3도 오를 경우 △기근으로 인해 1백만-3백만 명 사망 △해안침수로 연 1억 6천만 명 피해 △20-50% 생물 멸종 위기 등을 초래한다.

IPCC는 이에 따라 송도 회의를 통해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를 채택하고 지구온도를 1.5도 상승 이내로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지난 2010년에 대비해 45% 감축하고, 2050년까지는 탄소 발생량과 감축량의 합을 '0'으로 만드는 '넷-제로(Net-Zero)'를 추진하기로 했다.

 

'기후악당'으로 지목된 대한민국

환경오염에 따른 인류생존의 위기 정도를 시간으로 표현해 발표하는 환경위기 시계는 우리나라의 환경수준을 비교적 정확히 알리고 있다.

이 시계는 0시에서 9시까지는 3시간 간격으로 좋음, 보통, 나쁨을, 9시에서 12시까지는 위험을 나타낸다. 우리나라는 2019년 9시47분에서 지난해 9시 56분으로 악화됐다.

탄소배출은 더 불량하다. OECD 국가들이 2007년 이후 10년 간 탄소배출량을 평균 8.7% 줄인 반면 우리나라는 같은 기간 24.7% 늘렸다.

인구 1인당 배출량(1990년~2016년)도 영국과 독일이 감축을 실시하고 일본이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는 동안 우리나라는 110%나 증가했다.

지난해 발표된 '기후변화 대응지수'에서는 전체 61개국 가운데 53위를 기록했고, 재생에너지 관련 평가 순위도 지난해 '보통'(32위)에서 '미흡'(40위)으로 크게 하락했다.

지난해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에 제출한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는 퇴짜를 맞았다.

오는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45%를 감축해야 하는 탄소배출량을 고작 0.5%를 줄이는 계획서를 제출했다가 퇴짜를 당한 것이다.

기후행동추적(CAT, Climate Action Tracker)은 1인당 온실가스의 가파른 증가속도, 202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폐기 등의 이유로 우리나라를 '기후 악당'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지속 가능한 혁신적 전환 필요

지구시간을 진행한 WWF 홍윤희 사무총장은 인류가 직면한 지구의 재앙이 인간의 무분별한 생산과 소비, 지속 가능하지 않은 사회 시스템에서 비롯됐다고 강조한다.

그는 '지구생명보고서 2020'에서 “자연을 무시한 현재의 사회경제적 모델을 유지한다면 지구 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며 “근본적이고 혁신적인 전환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심형진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상임회장은 “지구를 위한 시간은 곧 인간을 위한 시간이며 지금 여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행동”이라며 “우리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를 생각하면서 지구와 함께 살아가는 미래를 열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기후위기와 환경파괴의 심각성을 일깨우는 '불끄기 행사'는 '지구의 날'인 오는 22일 저녁에 한차례 더 진행된다.

 

/정찬흥 논설위원 report61@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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