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23일 인천시교육청의 학교구성원 인권증진조례가 인천시의회에서 통과됐다. 이번 조례는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다른 지역과 달리 학교 교육활동 내 인권 보호의 대상을 '학교구성원'으로 넓혔다. 그렇다면 학교구성원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이 조례안의 내용을 알고 있을까.

신문이나 유튜브를 통해 반대 의견을 내는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하지만 실제 학교 현장에선 그 어떤 방식의 의견 수렴이나 청취는 찾아볼 수 없었다. 물론 자신들은 많은 의견 개진을 했다고 하지만 정상적인 공청회를 통한 의견교환은 전무한 상태에서 밀어붙이기식으로 조례를 통과시켰다. 인천시민들은 이번 조례를 통과시킨 인천시의회 의원들을 다음 선거에서 반드시 심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당 구성원들조차 알지 못하는 내용의 조례안을 무슨 근거로 제정했는지 저의가 의심스럽다.

이 조례의 내용을 살펴보면 인천시교육청은 학교를 '교육의 장'으로 인식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교육에서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상호 이해와 공감, 배려를 가르치면서 교육현장에서 나타나는 갈등 상황에 대해 규정과 규율로써 해결하는 방식을 실현하려고 한다면 그들이 외치는 인류애와 인권 보장을 위한 기본적인 인간애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조례에서는 학생 징계 시 '대리인 선임권 보장', '인권보호관' 등의 낯선 용어가 남발된다. 궁극적으로 학교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은 학생, 교사, 학부모 간의 상호작용과 공감, 이해, 배려 등이 기본이다. 그런데 대리인을 참석시켜 학교를 법적 다툼화하자는 얘기다. 학교는 인간관계의 상호작용을 배우는 가장 기본적인 이해의 공간이다. 인간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익히는 공간에서 규정과 제재라는 범사회적 통제가 우선된다면 우리가 교육에서 어떤 해결책을 가르쳐야 하는지 걱정이다.

특히 기초적인 인간관계를 배우는 초등학교에선 더더욱 이 조례가 독소로 변질될 우려가 높다고 할 것이다. 지금 학교는 소수의 무책임과 횡포 속에서 다수의 교육권 및 인권 침해가 자행되는 실정이다. 이는 타 시·도에서 제정된 학생인권조례 대다수가 권리와 자유만 있고, 자유의 한계와 책임은 없다는 점에 기인한 문제로 대두돼 왔다. 선량한 다수 학생의 인권은 보호받지 못하고 소수의 인권을 위한 다양한 법적 분쟁만이 학교현장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인천시교육청은 “학교구성원 인권증진조례는 학교구성원 간 갈등을 해결하고, 배려하면서 상호 존중하는 민주적인 학교문화를 만들기 위해서 제정됐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제까지 학교현장에서 발생하는 갈등은 교육 주체인 학생, 학부모, 교사를 중심으로 상호 이해 및 존중, 공감과 배려라는 인간적 교류를 바탕으로 대부분 해결돼 왔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학교는 과거 모습에서 탈피하려는 시도를 통해 민주적인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학교라는 유기체는 상호협력이라는 자양분을 통해 충분히 갈등을 해결할 자정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모든 것을 법과 규율의 테두리에서 해결하려는 것은 가장 조악한 해결방법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진보를 표방하는 교육감들의 이 같은 해결방법이 학교를 얼마나 황폐한 무인권의 사회로 변질시켰는지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인권만을 강요하는 일련의 조례로 인해 교권이 무너지고 학생들 학습권은 보장받지 못하며 학교를 유지해온 자정능력은 하찮은 것으로 간주되고 있음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인천시교육청의 학교구성원 인권증진조례는 그 범위를 학생에서 전체 학교구성원으로 확대함으로써 학교현장을 갈등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만들 것이 뻔한 상황이다. 학교는 잘잘못을 따지는 방법을 배우는 인권교육의 장이 아니라, 바르게 사는 방법을 익히는 인성교육의 장이다. 바르게 사는 법을 익힘으로써 후일 잘잘못을 따질 상황에서 무엇이 최선인지 선택할 수 있게 해주는 바른 선택지를 학습하는 곳이다.

하지만 이번 조례안은 '무엇이 최선인가'란 본질적 물음에서 벗어나 '어떤 것이 나에게 최선인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나쁜 선례를 만들어 낼 것이다. 이는 교육이 추구하는 본질을 상실하게 만들 것임이 분명하다. 교육은 구조적으로 인권보장을 담보하는 행위이다. 올바른 교육은 서로의 인권을 보장하고 존중하는 토대에서 이뤄진다. 참교육을 외치던 이들이 왜 올바른 교육에 대해선 등을 돌리려고 하나.

 

/이대형 인천교원단체총연합회장·경인교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