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산업혁명 이후 250년 정도가 지난 오늘날 인류는 새로운 문명사적 전환을 겪게 됐다. 제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다. 기계문명에 기댔던 대량생산 체제에서 로봇,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이 생산 환경을 지배하는 대변혁의 시대로 급변했다. 불과 5년 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클라우스 슈밥 회장이 언급한 '4차 산업혁명' 용어가 문명의 주류를 이루게 됐다. 넓고 빠른 인류사회의 결합이다.

그러나 노동을 중시해온 우리 인간은 육체노동의 위협뿐만 아니라 고유한 정신노동의 영역마저도 디지털 시스템에 내주게 됐다.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고하고 학습하는 AI의 무한한 진화는 예측하기 힘들다. 그래서 종종 인간다운 인간 형성에 의문을 갖게 되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정녕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무언가를 본능적으로 감지하게 된다. 많은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요소로 인해 삶의 질이 높아지고 편리해졌다. 또 다양하고 보다 많은 경험과 활동이 가능해졌다. 삶의 양식을 풍요롭게 영위할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대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30여년 전 GPS 내비게이션이 처음 등장하면서 폭발적인 선풍을 일으켰다. 불과 몇 년 안되는 짧은 시간에 무인 자동차가 등장하고 로봇시장이 확대될 전망이다. 스마트폰의 등장과 진화속도는 놀라울 정도다.

문명 가속화의 현실을 누구나 체험하는 시대가 됐다. 과학기술의 발달과 디지털화에 따른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열리면서 많은 시간과 노력, 노동력을 절감하는데 성공했다. 다방면에서 편리성과 효율성을 달성했으며, 개개인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는 분명 대단한 인간의 능력이며, 자랑스럽고 아름다운 인류의 발전 과정임에 틀림없다.

한편 인간은 삶의 방식이 변화하면서 더욱 편안한 삶을 영위하겠지만 인간 고유의 정체성을 상실하게 될지도 모른다. 첨단 과학문명의 시대, 물리적 풍요만큼 인간의 행복에도 같은 기대치가 주어져야 하지 않겠는가. 습득하고 취할 수 있는 능력이 커질수록 만족의 단계를 지나 축적의 욕구가 병행하게 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들에 대한 제어가 요구된다.

인간은 영원히 생존할 수 없다. 그래서 인간의 한계에 자생하는 성찰을 본다. 혁명적 사고와 철학들이다. 끝을 거부하는 무한한 사랑, 우주조차도 내 안에 존재한다는 주체적 사고, 자기성찰의 정수 자타불이(自他不二) 등 인간을 존중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정신으로 갈등을 조율해 나가는 노력이 있다. 어떠한 열악함 속에서도 발휘되는 무한 긍정의 힘, 세상을 선하게 유지하는 데 커다란 힘을 발휘하게 하는 인간 자체의 노력과 신념이 있다.

일정 시간이 흐르면 우리 인간은 유한한 그 한계성에 의해 모두가 같은 조건의 상태로 되돌아가야 한다.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허무주의'다. 자유로운 해방성의 주장으로 인식될 수 있지만 목적 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아무렇게나 되는대로 살아도 된다는 저차원적 논리가 아니다. 다 같이 모두가 현시점에서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비교당하는 고통에서 벗어나 자신이 추구하는 바를 꿋꿋이 실현할 수 있는 철학적 사고와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돌아보면 이 철학과 성찰에 의지하며 수많은 역경과 유혹 속에서도 중심을 잡고 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현대인들은 4차 산업혁명 속에서 격동하는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 첨단 문명의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위협이 사회·경제적 영역에만 머물지 않고 인간 자체에 발생할 부작용들을 우려하는 현실도 부정할 수만은 없다.

초연결성, 융합으로 집약되는 4차 산업혁명의 대표적인 특성 이면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제어하고 인간의 균형 있는 행복이 추구되길 바란다. 21세기 '노아의 방주'라는 느낌으로 불어닥친 코로나19로 인류가 고통스럽다. 이를 극복하고 조율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이 4차 산업혁명의 세상에 접목되길 기대한다.

/정제우 (주)제우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