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식 인천 미추홀구청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지역 주민인 여성을 상대로 부적절한 댓글을 달아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피해 여성이 김 구청장이 올린 사과문에 달린 댓글들로 2차 피해를 입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31일 경찰과 피해 여성 A씨에 따르면 A씨는 이달 20일 자신의 SNS에 ‘저는 한방이 잘 맞는 체질인데 특히 모 한의원 원장과는 치료 궁합이 잘 맞는 거 같으니 명의죠’라는 댓글을 썼다. 곧바로 김 구청장은 이 댓글에 ‘치료 궁합만 맞아야 합니다’라는 댓글과 함께 ‘하하하(HA! HA! HA!)’ 문구가 적힌 박장대소 이모티콘을 달았다.
A씨는 이날 인천일보와 인터뷰에서 “김 구청장과는 페이스북 친구일 뿐 아무런 사이도 아니다. 그의 댓글 내용은 아무리 생각해도 ‘한의원 원장과의 속궁합’만 떠올랐다”며 “구청장 페북 친구가 수천명에 이르는데 그 사람들도 댓글을 봤다고 생각하니 매우 불쾌했다”고 털어놨다.
A씨는 김 구청장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받기 위해 일주일간 기다림을 가졌다고도 했다.
그는 “처음 불쾌감을 표시했을 때 전화상으로 ‘죄송하다’고 한 뒤 문제가 된 댓글을 삭제하고 형식적인 사과 댓글을 달았을 뿐이었다”며 “이후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받기 위해 일주일을 기다렸는데 아무런 사과를 받지 못했다”고 김 구청장을 고소하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A씨가 김 구청장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김 구청장은 이날 오전 자신의 SNS에 공식 입장문을 올리고 잘못을 인정하며 사과했다.
그러나 A씨는 “김 구청장이 동정심을 유발하는 사과문을 올려 오히려 저를 비난하는 ‘2차 가해 댓글들’이 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김 구청장이 게시한 입장문에는 ‘치료 궁합, 음식 궁합, 술 궁합, 자동차 궁합 등은 이해를 돕기 위한 일상적 표현 아닌가. 웃음 밖에 안 나오네’, ‘청장님의 순수성이 왜곡돼 안타깝다’는 등 A씨를 비난하거나 김 구청장을 옹호하는 댓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인천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는 조만간 A씨를 고소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뒤 김 구청장도 소환해 사실 관계를 확인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고소인이 성희롱 등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지만, 성희롱의 경우 형법에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없다”며 “고소인과 피고소인을 조사한 뒤 모욕죄 등을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구청장은 SNS에 올린 입장문을 통해 “치료 궁합이 잘 맞았다는 SNS 글에 댓글로 호응한 것이 결과적으로 해당 구민에게 큰 불쾌감을 안겨드리고 말았다.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했다”며 “앞으로 구민과 소통하면서 더 깊이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구청장이 되겠다”고 밝혔다.
/박범준∙이아진 기자 parkbj2@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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