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의 싸움이 1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사람들은 지쳐가고 삶의 질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그런 와중에 방역의 최전선에서 진력하고 있는 관계자들과 의료계 종사자들, 그리고 봉사자들의 눈물겨운 헌신을 목격하게 되고 그들의 희생과 정성에서 또 다른 새로운 희망을 갖게 된다. 감사할 일이다. 특히 대다수 국민들이 큰 어려움 속에서 묵묵히 협조하며 따르는 모습은 감동적이다. 여러분들 덕분에 우리는 결국 이 무도한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코로나19와 같은 역병은 창궐하는 것일까? 그동안 지구상에는 없던 이 끔찍한 전염병을 과연 완벽하게 멈출 수는 있을까? 멈추게 한들 다시는 이러한 바이러스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을 할 수 있을까? 이제 백신이 개발되어 접종이 한창이다. 그렇다면 이 백신으로 우리는 영원히 자유로울 수 있을까? 의문에 의문이 꼬리를 문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창궐은 인간이 저지른 환경오염, 자연 파괴와 생태 훼손에서 온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인간도 결국은 지구 자연의 한 구성원에 불과하다. 그런 인간이 폭력적이며 잔인하게 그리고 탐욕적으로 지구촌을 파괴하고 생태환경을 인위적으로 변화시키는 짓을 지금도 멈추지 않고 있다. 코로나19는 인간이 자연의 섭리를 파괴해 돌아온 자연의 보복이다.

문제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역병의 창궐은 항상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엄청난 악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불행하게도 코로나19의 타격은 경제적 약자에 집중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세계 경제가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 경제도 예외가 아니어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물론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저치를 경신한 지표들이 속출하고 있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21만8000명이 감소했고 특히 2020년 12월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62만8000명이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의 연령별 최대 피해자는 노인들이다.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의 대부분은 70대 이상 노인에게서 발생했다. 그동안 전쟁을 겪고 파란만장한 세월을 보내며 국방, 납세, 교육, 노동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했던 우리나라의 '어르신'들의 설 자리를 바이러스조차 비껴가지 않는다. 아니 '어르신'들은 지금 코로나19의 고통 현장 바로 그 중심에 있다.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과의 싸움에 매진하는 사이 인류가 직면한 거대한 위기인 기후변화가 지구 곳곳에서 요란한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특히 북극권과 시베리아의 변화가 심상치 않다. 작년 한국도 시베리아의 이상 열파로 인해 역대 최장의 장마를 경험한 바 있다. 앞으로도 반갑지 않은 극단적인 기후변화를 늘 체험하게 될 것이다.

지난해 9월12일 전국 동시다발 '기후위기 비상행동'은 비감한 내용의 선언문을 발표했다. '우리는 살고 싶다'라는 소제목을 단 이 선언문에서 비상행동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유행처럼 소비되는 '기후비상 선언'이나 '그린뉴딜'이 아니다. '말'의 성찬이 아닌 구체적인 정책변화를 가져올 '행동'이 중요하다. 지금 행동하지 않는다면, 더 큰 재난이 닥칠 것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를 비롯한 기후재난이 지금 인류에게 전하는 경고의 메시지를 무시한다면, '우리는 살고 싶다'라는 외침은 메아리 없이 흩어질 것이다.

폭염은 현재를 불태울 것이고, 태풍은 미래를 휩쓸어가며, 폭우는 인류의 안전을 잠식할 것이다. 기후위기에 책임 있는 당사자들에게 다시 한번 요구한다. 지금 기후위기의 진실을 직시하고 당장 행동하라.”

/윤기종 (재)안산환경재단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