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턴기업이란 해외에 진출 했다가 사업장을 철수,축소한 뒤 본국으로 돌아와 사업을 재개한 기업을 말한다 세계 각국들은 세제 혜택이나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유턴기업을 끌어들이는 적극적인 리쇼어링(Reshoring·본국 회귀)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유턴법)이 본격 시행된 2014년부터 20년까지 국내로 복귀한 기업은 총 88개다. 이중 대기업은 중국에서 운영하던 부품공장을 울산으로 옮긴 현대모비스 한 곳 뿐이다.

미국은 2014~18년까지 총 2411개, 일본은 같은 기간 3339개다. 이유는 무었일까? 그들은 자국기업들이 국내로 편하게 돌아올 수 있도록 세액 공제, 토지 무상 제공, 관세 혜택 등 파격적인 조건을 제공하고 법인세 인하, 이전 비용 지원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주며 기업들을 부르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한국에 오면 인건비, 세금, 노조 문제 등 부담스런 장벽이 버티고 있고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22→25%), 주 52시간 근무제 뿐 만 아니라 '기업규제 3법', '중대재해처벌법' 등 규제 장벽이 높아 유턴결정을 꺼리게 된다.

그러다 보니 유턴법이 도입된 다음 해인 2014년은 20개 기업이 돌아왔지만, 2015년에는 3개로 크게 줄고 2016년에는 12개, 2017년 4개, 2018년 9개, 2019년과 2020년에는 각각 16개를 기록했다. 정부가 유턴기업을 늘리기 위해 세제·자금·인력 등의 보조를 해주고 지원 대상의 문턱을 완화했지만 결과는 초라한 성적표 뿐이다

기업들이 과거 해외로 나갔던 이유는 물건을 사줄 시장이 큰 곳을 찾아서 또는 인건비·세금 등 비용이 저렴한 곳을 찾아서 갔으나 그 후 현지 인건비 상승 등 원가경쟁력 하락으로 더 있을 필요가 없어졌다. 이런 기업들에게 그들이 꺼리는 친 노동정책, 반 기업정책 등 규제 완화에 속도를 내고 일관된 메시지를 주면 어떨까?

수도권 규제도 문제다 정부는 '소재·부품·장비(소부장) 2.0 전략'을 통해 현행 100억원 한도의 유턴지원금을 수도권은 최대 150억원, 비수도권은 300억원 이렇게 차별 지원하고 있다 지방으로 오라는 것 보다는 기업들을 위한 세제 혜택, 설비 투자 자금 지원 등을 지역구분 없이 추가적으로 지원하고 유턴을 꺼리게 하는 노동개혁이나 규제 완화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

가장 부담이 큰 법인세를 보자 미국은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인 2017년 말 연방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대폭 인하했다. 반면 한국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24.2%에서 27.5%로 3.3% 인상했다. 리쇼어링 정책의 경쟁상대는 해외인데, 해외보다 좋은 조건을 하나도 안 만들어 놓고 거기에다 지방으로 오라고 하면 올까? 이런 것들이 개선되어야 한다

이제 리쇼어링 정책은 코로나19를 대비하는 차원을 넘어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 국내 일자리 창출, 핵심 산업 육성 등을 이끌어내고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절대 필요하다 최근 코로나19 장기화로 해외에 의존하는 생산·공급망의 위험성이 드러났고, 일본 수출규제로 국내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취약성이 확인된 만큼 유턴정책은 계속되어야 한다

다행히 정부도 올해 안에 첨단기업이 리쇼어링 할 경우 기존 해외 사업장의 생산량을 줄이지 않아도 유턴기업으로 인정해 각종 혜택을 주기로 했다. 정치권도 지난해 6월부터 최근까지 총 16건의 리쇼어링 지원 법안을 제출하는 등 지원사격을 하고 있다. 특히 인천시도 자체적으로 중소기업 경영 안정자금 특별우대 지원, 기계설비·공장 확보자금과 기술보증을 지원하는 등 유턴기업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 해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지원책들도 서로 맞아야 한다. 기업들은 돌아오고 싶어도 인건비 대비 낮은 생산성, 비싼 임대료·세금, 강력한 노조와 각종 환경·노동 규제가 있으면 올 수 없다.

편하게 오도록 해야한다. 그리고 무작정 확대보다는 가능성이 높은 소재·부품·장비 산업, 고위기술산업, 의료·안보 관련 산업 등을 대상으로 그들이 원하는 것에 맞게 지원하고 유턴 조건도 완화하여 국내에 경쟁력 있게 정착시켜 일자리가 만들어 지도록 우리 모두 힘을 모아 미국과 일본처럼 성공해 보기를 기대한다.

 

/김광석 인천대 동북아 물류대학원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