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남성 78살, 여성 85살이어서 국제적으로도 장수국가에 속한다. 경제성장에 따른 식생활 개선과 의료기술 발달 등으로 한국인의 수명은 향후 더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건강을 해치는 위험요소들은 군데군데 도사리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흡연이다. 흡연이 건강을 위협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이러저러한 이유로 흡연자들은 담배의 해악을 알면서도 쉽게 끊지를 못한다.

국내에선 매년 6만여 명이 흡연으로 의해 조기 사망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담배 연기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1987년에 5월31일을 금연의 날로 지정했다. 우리나라도 금연을 권장하고 있다. 담뱃값은 나날이 오르고 있고 금연구역은 점차 확대돼 가고 있다. 2002년 당시 코미디 황제 이주일은 폐암과 투병하면서 텔레비전 금연 공익광고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담배는 독약입니다. 저는 하루 2갑을 피웠습니다. 1년 전에만 끊었어도. 지금 정말 후회됩니다. 담배, 맛있습니까? 그거 독약입니다.” 그는 약 4개월 후 62살을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정부는 2014년 12월 담뱃값을 2000원씩 인상했다. 보통 2500원 가량이던 가격이 4500원으로 뛰었다. 역대 최대 인상폭이었으며 단일 정책으론 가장 크게 흡연율 하락을 이끈 정책이었다. 2016년 12월23일부터는 담뱃갑에 혐오사진을 붙였다. 호주나 동남아 수준보다는 약하지만 캐나다, 벨기에보다는 강한 혐오도의 사진을 채택했다. 더 끔찍한 사진을 붙여야 한다는 여론이 있는 반면 비위가 약한 비흡연자들에게까지 정신적 피해를 주므로 아예 담배 진열이나 광고를 금지하라는 여론도 있었다. 이미 영국, 호주, 노르웨이, 싱가포르, 태국 등지에선 법으로 담배 전시를 금지하고 진열대엔 반드시 문을 달도록 하고 있다.

요즘엔 전자담배가 유행이지만 영국의학저널은 궐련형 전자담배의 위해성 연구 결과 일반 담배에 비해 아이코스에서 22개 화학물질이 200배 이상 높게 검출됐고, 국제암연구기관(lARC)이 규정한 발암물질 중 3개의 독성물질은 최대 46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흡연으로 인한 사망은 매년 국내 3만여 명, 세계적으론 300만여 명에 이른다. 국내의 경우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보다 4배나 많다. 최근 폐암이 국내 암 사망의 1위를 차지한 것은 흡연인구 증가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이 의료계의 정설이다. 기관지염, 폐기종과 같은 만성 폐질환은 물론 뇌혈관 질환, 동맥경화 등의 심혈관계 질환의 직접적 유발인자가 되며 산모가 간접흡연을 하면 유산 전치태반, 저체중아, 주산기 사망 등의 빈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하루빨리 금연하는 것이 좋다.

일단 끊었던 담배라도 피우는 순간 다시 흡연자가 된다. 어떠한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1개비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끊어야겠다는 강력한 의지 없이 저절로 끊어지지 않는 만큼 흡연자 스스로의 확실한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흡연 충동을 다스리는 것 못지않게 흡연 충동을 일으키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금연 후 1년이 지나면 심장질환으로 인한 급사의 위험이 흡연자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 금연 후 10년이 지나면 폐암 위험도가 흡연자의 1/3 미만으로 감소하고, 심혈관 질환 및 뇌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의 위험도 역시 비흡연자 수준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연은 자신과 가족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금연하는 순간, 행복은 찾아온다.

 

/구재규 세계걸작사진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