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축구전용경기장. 사진제공=인천유나이티드

 

외국인 선수 영입 과정에서 사기 피해를 입은 인천유나이티드가 수사 의뢰를 통해 해당 선수 전 소속팀인 터키 구단의 연루 여부 등 핵심 의혹을 밝히기로 했다.

인천 구단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진실 규명에 나선 이유는 신원불상의 이번 사건 범인이 터키 구단을 사칭하면서 상당히 교묘하게 사기 행각을 펼쳤기 때문이다.

또 이번 사건의 전말을 드러내 향후 이와 유사한 피해 사례가 더이상 발생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인천 구단이 터키 구단을 사칭한 신원불상의 인물로부터 사기 피해를 당한 사정은 이렇다.

 

=터키 구단 공식 메일로 첫번째 가짜 계정 알려줘

인천 구단은 2019년 7월 케힌데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이적에 필요한 서류를 그의 전 소속팀이던 터키 데니즐리스포르에 요청했다.

하지만 터키 구단은 필수 서류를 마감 직전까지 주지 않고 별도의 합의서 작성을 요구했다.

‘케힌데가 데니즐리스포르 구단에 채무가 있으니 이를 인천 구단이 먼저 송금해 갚아주고, 그 금액만큼 케힌데의 연봉에서 차감한다’는 내용이다.

이적시장 마감 전 선수 영입 절차를 끝내야 했던 인천 구단은 이같은 요구에 응하면서 총액 20만 달러를 터키 구단에 두번에 나눠 지급(1차 10만, 2차 10만)하기로 했다. 케힌데도 이 합의에 동의했다.

합의에 따라 터키 구단은 2019년 7월 26일 구단 공식 이메일 계정(이하 A메일)을 통해 인천 구단이 송금할 구단의 터키 계좌번호를 알려준다.

그런데 나흘 후인 7월 30일 A메일을 통해 애초 터키 계좌번호가 아닌 스페인 계좌번호를 알려주며 꼭 해당 계좌로 송금할 것을 요청한다.

그 다음인 7월 31일에도 A메일로 “스페인 계좌번호로 송금이 진행중이냐”며 다시 확인을 한다.

구단 공식 메일로 처음에는 터키 계좌번호를, 며칠 후 갑자기 스페인 계좌번호를 알려준 것이다.

더 이상한 것은 여기서 이틀이 지난 8월 2일, 이번에는 A메일주소와 아이디가 비슷한 또 다른 메일 주소(이하 B메일)가 등장한다.

사기범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B메일로 8월 2일 오전, 7월 31일 A메일로 보낸 것과 똑같은 내용의 메일을 보내 스페인 계좌로 송금할 것을 요청한다.

이에 인천 구단은 이날 오후 이 스페인 계좌로 1차 10만달러를 송금한 뒤 송금확인서를 보내고, 지불 증명서(영수증)를 요청한다.

8월 2일 저녁 B메일은 “송금확인서를 잘 받았다. 구단 은행에 확인해보고 지불 증명서를 보내주겠다”고 연락한다.

 

=5개의 가짜 계좌(스페인1, 멕시코3, 말레이시아1)

그런데 3일 후인 8월 5일 더 엄청난 일이 일어난다.

갑자기 A메일로 다시 연락이 와 터키 구단과 케힌데, 인천 구단의 합의 내용을 언급하며 “아직까지 돈을 받지 못했다. 오늘까지 구단 터키 계좌(최초로 알려준 계좌)로 송금하라”고 요구한 것.

인천 구단은 8월 6일 A메일로 답변을 보내 “너희 구단이 언급한 계좌(스페인)로 이미 송금을 했고, 송금 확인서도 보냈다. 국제송금이라 돈이 들어가기까지 1주일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고 알렸다.

그런데 이번에는 8월 7일 B메일로 다시 연락이 와 “우리 구단은 아직 돈을 받지 못했다. 계좌(스페인)도 맞다. 계좌 수취인명이 맞는 지 확인해 달라. 답변 기다리겠다”고 했다.

다음날에도 B메일로 같은 내용의 연락이 왔다.

인천 구단으로서는 상당히 헷갈리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8월 8일 인천구단은 B메일로 “스페인 계좌로 송금되는 중 지급불가 사유로 돈이 묶여있다고 한다. 수취인이 사유를 알아보고 사유서를 작성해야 하니, 귀 구단에서 스페인 은행에 연락해 이유를 알아보고 인천 구단으로 연락하라”고 전달한다.

B메일이 “스페인 은행에 지급불가 사유를 물어봤고, 수취인명이 잘못되었다는 답변을 들었다. 수취인명을 수정하고, 수정된 수취인명이 나와있는 송금증명서를 보내라”고 답했다.

B메일은 이후 여러차례 송금을 독촉했다.

인천 구단은 수취인명을 수정했지만, 스페인 계좌가 정지되었다는 소식을 인천구단 계좌가 개설된 국내은행으로부터가 전달받았다. 송금한 돈은 결국 국내은행으로 돌아왔다.

그러자 이번에는 B메일이 8월 16일 멕시코 계좌를 다시 알려주며 재송금을 요청했다.

인천 구단은 해당 멕시코 계좌로 송금했다.

이후 스페인 계좌처럼 수취인명과 계좌소유주명이 일치하는 않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지만 9월 18일 B메일은 “10만달러를 송금받았다. 9월에 받기로 한 2차 10만달러는 언제 받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B메일은 9월 20일 지불확인서(이는 나중에 FIFA와의 분쟁 과정에서 가짜로 드러남)도 보내줬다.

인천 구단은 2차 10만달러를 지급하고자 9월 20일 “귀 구단이 알려준 수취인명이 (멕시코)계좌 소유주명과 일치하지 않는 이유를 중개은행에 알려줘야 두번째 송금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 이유를 알려달라”고 B메일로 연락한다.

연락이 없자 인천 구단은 9월 30일 다시 “두번째 송금을 위한 업데이트된 정보를 아직 받지 못했다. 또 수취인명과 소유주명이 왜 일치하지 않았는지, 그런 문제가 있었는데 어떻게 첫번째 돈(1차 10만달러)을 받았는지 알려달다”고 요청한다.

이에 B메일은 당일 저녁 인천 구단이 요청한 멕시코 계좌에 대한 해명이 아니라 “스페인 계좌의 수취인명과 소유주명이 달라 계좌가 일시 정지된 것”이라며 엉뚱한 답을 한 뒤 “업데이트된 정보”라며 제 2의 멕시코 계좌를 알려주고 송금을 독촉한다. 이 계좌는 앞서 나온 첫번째 멕시코 계좌와는 다른 것이다.

인천 구단은 이들이 알려준 제 2의 멕시코 계좌로 10월 2일 2차분 10만달러를 송금하지만 B메일은 10월 9일 오후 5시 1분 “돈을 받지 못했다. 이유를 알아봐 달라”고 요구한다.

이 때 다시 반전이 일어난다.

터키 구단 공식 메일인 A메일이 다시 등장한다.

A메일은 10월 9일 오후 6시 8분 연락해 “우리는 20만달러를 기다리고 있고, 이 돈이 필요하다. 송금확인서를 보내주세요. 오늘까지 답장 기다리겠다”고 연락한다.

뭔기 이상했지만 인천 구단은 이 A메일에는 별도의 답변을 하지 않았다.

다음날인 10월 10일 다시 B메일이 연락해 “송금확인서는 받았지만 계좌(제 2의 멕시코계좌)에 돈이 들어오지 않았다. 알아봐 달라”고 재차 요청한다. 하지만 송금은 실패했고, 2차분 10만달러는 다시 국내은행으로 돌아온다.

그러자 B메일은 10월 15일 제 3의 멕시코 계좌를 다시 알려주며 송금을 요구했고, 인천 구단은 이 계좌로 다시 송금을 한 뒤 다음날 이를 B메일로 통보했다.

그런데 10월 18일 갑자기 B메일은 “국내은행에 요청해 (송금한 돈)반환 요청을 해주길 부탁한다”며 이해할 수 없는 요청을 한다.

B메일의 계속되는 독촉에 결국 인천 구단은 10월 25일 국내은행에 송금 반환을 요청했다.

하지만 12월 19일 10만달러 중 5만2761달러만 반환이 이뤄졌다.

이에 인천 구단은 B메일로 “나머지 금액에 대해 확인하고, 반환이 되면 알려주겠다”고 회신했다.

B메일은 “반환받은 5만2761달러를 송금해달라”며 다시 말레이시아 계좌번호를 알려줬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인천 구단은 터키 구단이 대한축구협회에 20만달러를 받지 못했다며 공문을 보낸 사실을 파악했고, 사기 피해 가능성을 인지했기 때문에 이를 송금하지는 않았다.

 

=“수사 통해 반드시 사기 피해의 진실 드러나길”

따라서 이번 사건으로 인천 구단이 피해를 본 금액은 1차분 10만달러와 반환받지 못한 4만7239달러를 합해 14만7239달러다.

이와 관련, 지난해 분쟁조정 결과 FIFA는 올해 2월 “인천 구단이 터키 구단 공식 계좌로 입금하지 않았고, 사기를 의심할만한 정황이 있었음에도 인천 구단이 이를 제 때 파악해 대처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터키 구단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인천 구단 관계자는 “구단 공식 이메일로 터기 계좌를 알려줬다 다시 스페인 계좌를 알려줬다. 그리고 나서 사기꾼으로 추정되는 두번째 메일을 통해 연락이 이뤄졌고, 사기꾼은 멕시코 계좌와 말레이시아 계좌 등을 활용했다. B메일을 보낸 이는 첫 번째 A메일을 통해 주고받은 내용을 모두 알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의심하기 쉽지 않았다. 따라서 이 모든 것이 사기라면 사기꾼이 터키 구단 내부자와 연루되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래서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히고 싶다. 지금 변호사와 내용을 정리 중이며 곧 수사를 의뢰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가 시작되면 우리나라 경찰이 인터폴의 협조를 얻어 해당 사건을 조사할 전망이다.

한편, 터키 구단은 FIFA의 조사 과정에서 이번 사건에 내부자가 연루되었을 수 있다는 의혹의 정황 증거인 2019년 7월 30일, 31일자 A메일(구단 공식 메일 계정으로 스페인 계좌를 알려준 메일)을 사용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