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 공동체인 대학이 몸살을 앓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 지 오래지만 대학은 코로나19 발생 초기 대처방식에서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해서다. 심지어 현실과 동떨어진 학사일정관리 때문에 학생들이 선의 피해를 보게 된 대학도 있다.

남양주 한 대학의 경우 이례적으로 전 과목에 대해 수료 또는 과락으로만 결정하는 일명 '패논패(Pass·Non-pass)'를 도입하자, 학생들이 집단 반발하고 있다.

학생들은 '선택'도 아닌 '강제'로 추진되는 학칙 탓에 향후 취업상 불이익을 얻게 됐다며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했다. 이 대학은 지난해 전 학년 대상으로 4.5점을 만점으로 하는 총 평균 평점 성적 기준을 폐지하고 올해 패논패로 일괄 변경하는 내용의 새로운 학칙을 시행했다.

듣기에도 생소한 제도인 패논패는 점수 60점 이상 취득 시 과목이수와 학점취득을 인정하고, 60점 미만일 경우 인정하지 않는 절대평가 방식이다. 최근 일부 대학이 코로나19 영향 등에 학업 부담을 줄이는 대안으로 실시했으나, 선택제를 뒀다. 그러나 대학 구성원과 사전 논의 없이 모든 학과·과목·학년을 아울러 실시한 사례는 이 대학이 처음이라고 한다. 이를 놓고 간호학과를 중심으로 수백명 학생들은 “취업을 막는 제도”라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국내 주요 대형 병원의 신임 간호사 공채 공고를 보면 '전 학년 평균 평점 4.5 만점 기준 3.0 이상인 자' 등을 자격요건으로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대학은 사이버 대학 인터넷 강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수업을 진행하면서 수백만원이 넘는 등록금을 제값 다 받고 있어 학생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지난 22일 '코로나 시대 대학생 권리찾기 경기도 운동본부'는 등록금을 반환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혜를 모아 난관을 헤쳐 나아가야 할 대학이 학생들에게 희생만을 강요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대학은 공동체 구성원이 동의하는 학사일정을 마련해 시행해야 온당하다.

대학이 학생 호주머니를 털어서 지금의 어려움을 해결하려고 해서도 안된다. 지금이라도 대학은 많은 청년들이 인터넷 강의 수준에 머문 대학 진학을 포기하는지를 되돌아보고 그에 맞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인천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