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토지보상 찬반 갈등
“지구지정 철회하라” 피켓 시위
주민들 반발…10분만에 파행
행사장 단상에 무단으로 오른 한 시민이 메가폰을 들고 공청회 개최를 반대하고 있다.
행사장 단상에 무단으로 오른 한 시민이 메가폰을 들고 공청회 개최를 반대하고 있다.
송우2지구 사업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피켓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송우2지구 사업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피켓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포천시 송우2지구 민간임대주택사업이 수년째 주민들이 토지보상을 놓고 찬반으로 갈려 난항을 겪고 있다.

여기에 더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주관한 공급촉진지구환경영향평가서 초안 주민공청회도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28일 시에 따르면 시와 LH는 지난 2017년 6월 지역개발 기본협약을 맺었다. 협약에 따라 LH는 소흘읍 송우리·이가팔리·초가팔리 일원 38만3036㎡ 부지에 민간임대주택, 행복주택 등 5040가구를 짓기로 했다. 오는 2026년 준공이 목표다.

LH는 지난 2018년 2월 국토교통부에 공급촉진지구 지정을 제안했고, 같은 해 12월 지구지정이 고시됐다.

그러나 지구지정에 앞서 열린 중앙도시계획심의위에서 녹지비율을 50% 이상 높이라는 결정이 나왔다.

이로 인해 민간임대주택 등은 1272가구가 줄어든 3768가구로 변경됐다. 이때부터 사업은 속도를 내지 못했다.

심지어 땅 소유주들의 반발도 거셌다. 주변 땅보다 현저하게 낮은 가격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가운데 LH는 지난 26일 오후 2시에 반월아트홀에서 환경영향평가 주민공청회를 열었다. 거리 두기 기준에 따라 참석인원은 100명 미만으로 제한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공공임대 택지지구 지정 철회', '강제수용 결사반대' 등을 외치며 공청회를 반대했다.

일부 주민들은 '땅 투기하는 LH, 쫓겨나는 지주들', 'LH는 자폭하라', 'LH를 해체하라' 등의 피켓을 들고 LH에 항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송우2지구 주민대책위는 “평생 피땀 흘려 일군 집과 농토를 주변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정해 강제로 빼앗으려 한다”며 “현실적인 토지보상과 주민 동의 없는 지구지정을 취소하라”고 주장했다.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커지자, LH는 공청회를 시작한 지 10분 만에 서둘러 마무리했다.

공청회 주재자인 이상문 협성대 교수는 “이번 공청회는 주민들의 의견을 듣기 위한 자리였지만,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와 항의 소음이 너무 커 정상적인 진행이 어렵다”며 “앞으로 공청회 일정을 다시 정하겠다. 오늘 공청회는 주민들의 요구로 무산됐다”고 끝을 맺었다.

공청회가 무산되자 일부 주민은 한숨을 내쉬었다.

주민 A씨는 “이주할 곳에 건물을 샀다. LH가 토지보상을 해줘야 은행에서 빌린 돈을 갚는데, 공청회가 무산돼 답답하다”며 “오랫동안 기다려왔는데 사업이 무산될까 봐 걱정이다. 포천시와 LH가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잘 반영해 주길 바랄 뿐이다”고 했다.

한편, LH는 오는 4월쯤 공청회를 다시 열 예정이다. 공청회가 마무리되면 오는 7월쯤 지구계획승인 등의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글·사진 포천=이광덕 기자 kd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