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일 논설위원

'실미도'는 대한민국 영화 사상 최초로 1000만명 이상 관객 수를 기록한 명작이다. 이 영화는 '684부대'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2003년 12월 개봉된 후 관객들에게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우리 현대사의 아픔과 상처를 그려낸 문제작으로 꼽힌다.

'실미도 사건'이란 무엇일까. 1971년 8월23일 섬에서 훈련에 전념하던 북파공작원 24명이 자신들을 제거하라는 명령을 받은 기간병 18명을 살해하고 탈출했다. 이들은 인천에서 버스를 탈취한 뒤 서울로 진입해 청와대로 향하던 중 수류탄을 터뜨려 자폭했다. 북한 '김신조 일당'이 남파해 청와대를 폭파하려고 한 데 대한 대응으로 부대를 만들었다. 그 진상은 2006년 7월 과거사진상 규명위원회를 통해 밝혀지기도 했다. '김일성 거처 습격' 임무를 위한 공작원들은 3년4개월 동안 실미도에 격리된 채 비인간적 처우를 받자, 무장 탈출을 시도했다고 전해진다.

실미도는 중구 무의도에 딸린 무인도이다. 바닷물이 빠지면 금방 건너갈 수 있다. 섬을 둘러보면, 자그마한 산에 둘러싸여 주위엔 험한 파도가 몰아친다. 외진 섬에서 훈련을 받기엔 괜찮다고 여겨진다. 실미도가 유명 영화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관광객도 꾸준히 찾고 있다. 하지만 영화 세트장이 없어 아쉬움을 준다. 중구는 영화 흥행을 생각하지 못해 세트장을 모두 철거했다. 때 늦게 기회를 놓치고 후회해 봐야 소용 없는 일이다.

영화 실미도 이후 인천은 갖가지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 각광을 받는다. 개항장을 비롯해 송도국제도시·항만·공항 등을 아우르는 도시가 아무래도 제작진에게 매력을 끌지 않나 싶다. 여태껏 촬영한 드라마와 영화 등장 장소만 해도 정말 많다. '천국의 계단', '별에서 온 그대', '신의 한수', '아이리스' '뷰티 인사이드', '도깨비' 등 제목만 들어도 관객들의 인기를 실감할 촬영지가 수두룩하다. 타 지역에 비해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곳을 다양하게 갖췄다.

영화 '인천스텔라'가 지난 25일 전국 100여개 상영관에서 일제히 개봉했다. 인천 출신 백승기 감독이 만든 로맨틱 우주 활극이다. 지난해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45초 만에 매진을 기록한 화제작이다. 거의 다 인천에서 야외 촬영됐다. 자유공원·신포동·동인천역·홍예문 일대 등지에서 찍은 작품이다. 아울러 다음 달부터는 송혜교 주연의 드라마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가 송도 '아트센터 인천'에서 촬영을 시작한다. 이곳은 아름다운 외관과 건축미로 드라마 촬영 장소로 인기를 끈다. 2019년 '단 하나의 사랑', 2020년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 이어 세 번 째다.

평범한 공간에 상상을 불어넣는 드라마와 영화 '로케이션'은 중요하다. 인천엔 촬영지로 활용할 공간이 풍부하고, 그를 진행하기에 알맞다는 게 드라마·영화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그만큼 인천시와 각 군·구에서도 제작 의도를 잘 살펴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기를 제안한다. 문화가 대세인 요즘, 영상시대·영상산업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듯하다.

 

/이문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