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전국 최초로 기지촌 여성 관련 조례를 만든 뒤 각종 지원정책을 준비 중이지만 관련된 상위법이 없어 고민이라고 한다. 1945년 9월 미군이 우리나라에 주둔한 뒤 의정부•동두천•파주•평택 등에 미군부대 기지촌이 생겼다. 기지촌 여성은 이곳에서 성매매한 사람들이다.

기지촌에선 성병과 마약, 인권침해, 혼혈아 문제 등이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이런 상황을 인식한 경기도는 지난해 5월 '기지촌 여성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기지촌 여성들에 대한 생활안정 지원 정책을 세워 올해부터 추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조례를 적용할 상위법이 없다.

기지촌 여성들은 2017년 국가가 성매매를 방조했다며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1심 법원은 국가의 방조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서울고법의 항소심에서는 '국가의 성매매 방조'를 인정했다. 문제는 항소심 판결 이후 3년이 지나도록 대법원이 확정판결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다 보니 경기도 조례를 적용할 상위법을 만들기 어렵다. 기지촌 여성 지원을 위한 사회보장제 구축을 둘러싼 정부와의 협의도 난항이다. 보건복지부는 대법원 판결이 나지 않은 점을 들어 사회보장제 신설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기지촌 여성은 어두웠던 시대의 한 단면이다. 질곡의 역사 속에서 낙인 찍힌 삶을 살아왔다. 이들이 성매매에 뛰어들게 된 데는 개인의 일탈이 작용했겠지만, 어려운 가정사정과 척박한 사회환경이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지 않았는지도 새겨봐야 한다. 성매매 여성에 대한 지원은 사회적 약자 보호 차원에서 조명되어야 한다. 기지촌 여성들은 지역사회에서 차별•소외되면서 정신적,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간의 존엄성과 생존권이 달린 문제를 법적 논리에만 집착해서는 안될 것이다. 인천 미추홀구는 '성매매 피해자 등의 자활 지원 조례'을 제정하고 자체적으로 인천의 집창촌인 옐로하우스 여성들에 대한 지원을 펼친 바 있다.

경기도는 중앙정부에만 기대지 말고 이미 만들어진 조례를 통해 기지촌 여성들을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의지가 강하면 길이 보이는 것이 세상 이치다. 기지촌 여성들이 고단한 삶을 끝내고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루빨리 사회장치가 가동되어야 한다.

 

/인천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