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대유행 이후 아시아계 향한 혐오 범죄 급증
영화 '미나리'에 담긴 희망의 메시지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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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나리'를 향한 관심 가운데 벌어진 아시아계 혐오 범죄

최근 미국에서 아시아계 시민을 향한 혐오 범죄가 급증한 가운데, 영화 '미나리'의 가치가 재조명받고 있다.

영화 '미나리'는 80년대 초 미국으로 건너간 한국인 가족의 삶과 애환을 다뤘다. 한국계 미국인 2세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미나리'는 골든 글로브에서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했고, 배우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르는 등 여러 영화제와 평론계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영화에 묘사된 현지 동포의 힘든 이민 생활은 1980년대만의 일이 아니었다. 2021년 현실의 벽은 더 견고했다. 지난 16일 미국 애틀란타에서는 연쇄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 이 총격 사건으로 8명이 사망했으며, 희생자 중 4명은 한국계 여성이었다. 아카데미상을 주관한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제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 후보를 발표한 바로 다음 날이었다.

코로나 19 대유행 이후 미국 사회에서 아시아계를 겨냥한 증오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증오 및 극단주의 연구센터‘는 지난해 아시아계를 겨냥한 증오 범죄가 149%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했다. 인권단체 ’아시아태평양계 증오를 멈춰라‘에도 지난해 3월 19일부터 올해 2월 2일까지 거의 3800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이는 미국에서 발생하는 혐오 범죄의 절반을 차지한다.

 

"아시아계 혐오를 멈춰라" 시위 미 전역 확산

애틀란타 총격 사건을 두고 미 전역에는 혐오 규탄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명백한 인종 혐오 범죄임에도 담당 경찰 대변인은 “어제는 그에게 정말 나쁜 날이었다(Yesterday was a really bad day for him.)”라며 총격범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을 증폭시켰다.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이 같은 경찰 발표에 반발하며,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그들은 ’아시아계 생명도 소중하다‘ ’아시아계 혐오를 멈춰라(#StopAsianHate)‘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거리를 행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애틀란타 총격 사건 발생 사흘 만에 현지를 찾아 아시아계 지도자들과 면담하고 아시아계 대상 폭력을 규탄했다. 미국 민주당 의원들은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어 오는 26일을 ‘행동하고 치유하는 아시아 증오 중단의 날’로 선포했다.

그러나 시위대를 향해 차량이 돌진하거나 시위 참석자를 주먹으로 가격하는 등 여전히 아시아계 대상 증오 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아시아계 이민자들의 삶, 미국 땅에 뿌리내릴 수 있을까

미국은 다민족 다문화 국가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국내 체류 외국인 비율이 5%인 국가를 다문화 다인종 국가로 분류한다. 미국 전체 인구에서 아시아계 인구 비율은 약 6.7%다. 흑인, 히스패닉계 미국인보다는 적지만, 아시아계 이민자 수는 약 2100만 명(2018년 인구조사 기준)에 이른다.

16일 애틀란타 총격 사건으로 희생된 6명의 아시아인도 미국의 사회 구성원이자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다.

영화 속 ‘미나리’는 낯선 땅에 삶의 뿌리를 내리는 이민자 가족의 희망을 상징한다. 이주민 가족의 삶에 대한 공감을 시작으로, 그들의 삶은 미국 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을까. 영화 '미나리'에서 순자(윤여정)는 이렇게 말한다. “미나리는 어디서든 잘 자라. 미나리는 원더풀.”

/최현민 인턴기자 palett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