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블루(우울증)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자가진단하는 방식(체크리스트)이 등장했다. 정신건강의학 전문가들의 견해를 토대로 구성한 것인데 첫 번째가 '매일 1시간 이상 인터넷에서 코로나 기사와 확진자 동선 등을 검색'하는 경우다.

이외에 '선별진료소에서 며칠에 한 번씩 코로나 검사를 받는다', '감염될까 두려워 일주일 이상 집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사람을 만날 때마다 혹시 확진자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대화나 업무 등 일상적인 일에 집중하기 어렵다', '무기력하고 말수가 줄거나 행동이 느려졌다', '기억력과 사고력이 떨어졌다' 등이다. 여기서 3개 이상이면 코로나 우울증이 의심된다고 한다.

코로나 블루는 의학적으로 규정된 병이 아니다. 감염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우울증, 강박관념, 무기력증, 감정기복 등이 생기는 것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코로나 사태가 1년 넘게 지속되면서 이러한 감정이 고착화됐다고 할 수 있다. 기존 병으로 따지면 건강염려증과 비견된다고 의학자들은 말하다.

심하면 사람이 망가진다.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재택근무를 하면서 한 달 동안 외출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약속은 모두 취소하고 끼니는 배달음식으로 해결했다. TV를 보는 것조차 어려워졌다. 결국 휴직하고 심리상담을 받는 중이라고 한다.

정신건강 치료를 꺼리는 분위기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 사회는 정신건강의학을 다루는 병원에 다니면 정신병자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선뜻 병원을 찾기가 어렵다. 2020년 국립정신건강센터 조사 결과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한 5명 중 1명(22%)만이 누군가와 상담하거나 병원을 방문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홍현주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증상이 코로나 우울에 해당된다고 여겨지면 주변 눈치를 보지 말고 초기에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육체적 건강 못지않게 '마음 관리'가 중요한 시점이다. 이게 안되면 코로나 종식 이후에도 트라우마 등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정찬승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홍보위원장은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가 끝나더라도 심리적인 부작용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바이러스 때문에 경제적 타격을 받은 것도 억울한데 마음까지 망가져서는 안될 것이다. 도학 이론에 따르면 우울증은 기(氣)가 약한 사람에게 찾아든다고 한다. 기의 실체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지만, 인정해서 나쁠 일은 없을 것이다. 기가 세지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별 생각없이 산책하는 것이다.

 

/김학준 논설위원